Saturday, August 8, 2026

일반적인 출원 절차가 언제 권리 남용이 되는가? Prosecution Laches 법리의 이해

Patent Law · Equity · Continuation Practice

읽기 전 안내: 본 글은 일반적인 연구·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의견이나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한눈에 보는 법리의 전개

  1. Woodbridge · Webster지연과 공중·제3자의 이해관계를 형평법상 통제
  2. Symbol · Bogese현대 법리의 재인정, PTO 절차관리, 극단적 남용에 실제 적용
  3. Cancer Research · Hyatt · PMCprejudice 독립요건, §145 특수규칙, GATT-bubble 사건 적용
  4. Sonos · Stewart · Supreme Court docketprejudice의 엄격한 증명과 최신 절차상태

들어가며 — 적법한 절차가 언제 남용이 되는가

미국 특허출원인은 최초 명세서에 공개한 발명을 바탕으로 continuation을 제기하고, 심사 과정에서 청구항을 고치며, 서로 다른 권리범위를 순차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 35 U.S.C. § 120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후출원에 선출원일의 이익을 부여한다.1 경쟁제품이 나온 뒤 그 제품을 포섭하도록 청구항을 넓히더라도, 최초 disclosure가 뒷받침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부정하지 않는 것이 Federal Circuit의 일반적 출발점이다.2

문제는 그 유연성이 특허발행을 의도적으로 늦추고, 시장이 성장한 뒤 청구범위를 맞추며, 공중과 경쟁자의 투자를 예상 밖의 독점에 노출시키는 수단으로 쓰일 때다. 미국법은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prosecution laches, 즉 부당한 특허출원절차 지연에 대한 형평법상 통제로 다뤄 왔다.

이 법리는 평범한 continuation practice를 처벌하는 일반 규칙이 아니다. USPTO의 MPEP도 몇 년을 지연해야 부당한 출원절차 지연인지에 대한 연수 기준이 없으며, 오직 unreasonable and unexplained delay가 드러나는 egregious case에 한정된다고 설명한다.3 핵심은 “얼마나 오래 걸렸는가” 하나가 아니라, 출원계열 전체에서 무엇을, 왜, 언제 했고, 그 결과 누가 어떤 불이익을 입었는가다.

1. “laches”가 다 같은 “laches”가 아니다

Prosecution laches는 특허가 발행되기 전 출원·심사 단계의 비정상적 지연을 문제 삼는다. 이에 비해 infringement laches는 특허권자가 침해를 안 뒤에도 소송 제기를 지연한 경우처럼, 특허등록 후의 권리행사 지연을 다룬다. SCA Hygiene은 35 U.S.C. § 286이 허용하는 6년의 손해배상 청구기간 안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infringement laches를 이유로 배상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에서 prosecution laches는 판단 대상이 아니었다.5

prosecution laches는 다음 법리와도 구별해야 한다.

  • Inequitable conduct는 중요정보의 고의적 누락·허위진술 등 PTO에 대한 기망을 중심으로 한다.
  • Patent misuse는 특허범위를 넘어 반경쟁적으로 권리를 이용하는 행태를 문제 삼는다.
  • Equitable estoppel은 권리자의 오인유발적 언동과 상대방의 신뢰·의존을 중심으로 한다.
  • Invalidity는 § 101, § 102, § 103, § 112 등 법정 특허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권리가 무효라는 문제다.
  • Unenforceability는 특허가 등록되어 존재하더라도 형평상 특정 권리행사를 허용하지 않는 문제다. prosecution laches의 전형적 효과는 바로 이것이다.

다만 In re Bogese는 이미 발행된 특허의 권리행사를 제한한 사건이 아니다. 출원인이 약 8년 동안 실질적인 심사 진전 없이 계속출원을 반복하고 PTO의 경고에도 같은 방식을 되풀이하자, PTO는 그가 해당 출원에서 특허를 받을 권리를 상실한 것으로 처리했다. Federal Circuit도 PTO가 심사절차의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이 사건은 특허가 발행되기 전에 PTO가 특허취득을 차단한 사건이다. 반면 전형적인 prosecution laches 사건은 이미 발행된 특허가 존재하지만 법원이 그 권리행사를 허용하지 않는 사건이다. 두 유형은 문제되는 시점과 법적 효과가 다르다.

2. 역사적 뿌리 — Woodbridge와 Webster Electric

Woodbridge v. United States

1923년 Woodbridge v. United States 당시 미국 특허의 존속기간은 원칙적으로 특허가 발행된 날부터 17년이었다. 특허발행을 늦추면 17년의 독점기간도 그만큼 나중에 시작될 수 있었다.

Woodbridge의 출원은 특허를 발행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그는 특허를 곧바로 발행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관련 서류를 비밀로 보관하도록 한 뒤 약 9년 반 동안 특허발행을 미뤘다. 아무런 독점권이 없는 상태에서 심사가 지연된 것이 아니라, 특허를 받을 준비가 끝났는데도 독점기간의 시계를 나중에 작동시키려고 발행을 미룬 것이 문제였다.

연방대법원은 이러한 행위를 허용하면 출원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시점을 골라 특허독점을 시작하고, 발명이 공중의 자유로운 이용 영역으로 돌아가는 시점도 임의로 늦출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일정 기간의 독점권을 주는 대신 그 기간이 끝나면 발명을 공중에게 개방한다는 특허제도의 기본적인 교환관계를 해치는 것이었다. 이에 대법원은 Woodbridge가 특허를 받을 권리를 상실했다고 판단했다.6

Webster Electric Co. v. Splitdorf Electric Co.

1924년 Webster Electric에서는 최초 출원에 기술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지만, 문제된 청구항은 약 8년이 지난 뒤 분할출원을 통해 비로소 제출되었다. 그 사이 다른 사람들이 관련 기술에 관하여 특허를 취득하거나 사업상 이해관계를 형성했다.

연방대법원은 출원인이 왜 그렇게 늦게 청구항을 제출했는지 정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고, 장기간의 지연 사이에 다른 사람의 권리와 이해관계까지 형성되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았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뒤늦게 제출된 해당 청구항을 지연을 이유로 효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판결에는 “2년”이라는 기간이 등장한다. 당시 대법원은 권리범위를 확대하는 재발행출원에 적용되던 기준을 분할출원에도 유추하여, 2년을 넘긴 지연에는 일단 설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는 모든 분할출원이 2년을 넘으면 자동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절대적인 시효가 아니었다. 출원인이 특별한 사정을 들어 지연이 불합리하지 않았음을 설명하면 그 판단을 뒤집을 수 있었다. 더구나 현대의 prosecution laches는 이 “2년”을 일반 기준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현재는 출원기간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출원절차 전체에서 지연이 불합리하고 설명되지 않는지, 그리고 그 지연 중 다른 사람에게 투자·사업상의 불이익이 실제로 형성되었는지를 함께 판단한다.7

WoodbridgeWebster Electric에서 확인되는 원칙은 두 가지다. 첫째, 계속출원이나 분할출원이 법에서 허용된 절차라고 하더라도, 그 절차를 이용하는 전체 방식이 부당하다면 형평법상 통제를 받을 수 있다. 둘째, 출원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제재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지연의 이유, 출원인의 행동, 지연기간 중 형성된 다른 사람의 이해관계와 그 불이익을 함께 살펴야 한다.

다만 Webster Electric은 문제된 청구항을 void라고 판단했지만, 현대 Federal Circuit의 prosecution laches는 일반적으로 특허의 무효보다 권리행사 불가(unenforceability)의 문제로 설명된다. 1924년 판결의 표현을 현대 법리의 효과와 그대로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3. 왜 ‘잠수함 특허’가 가능했나 — pre-GATT 구조의 결합효과

1995년 전 미국 특허기간의 기본구조는 등록일로부터 17년이었다. 과거 § 154의 문언도 “term of seventeen years”라고 규정했다.8 발행을 늦추면 독점의 시작과 종료가 함께 뒤로 밀릴 수 있었다.

이 문제는 한 요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1. § 120 계열의 continuation flexibility가 선출원 disclosure에 기초한 후속 청구를 가능하게 했다.
  2. 당시에는 오늘날의 일반적 18개월 공개제도가 없어서 계류출원이 장기간 비공개로 남을 수 있었다.
  3. 존속기간이 issue date에 연결되어 발행 지연이 독점기간을 뒤로 옮길 수 있었다.
  4. 출원인은 산업의 전개를 보면서 후속 청구를 시장제품에 맞출 유인을 가질 수 있었다.

이 결합이 이른바 submarine patent의 제도적 토양이었다. 다만 모든 장기계류 출원이나 모든 continuation을 잠수함 특허라고 부르면 과도한 단순화다. 정당한 분할, restriction response, 기술적 복잡성, PTO 지연, 일관된 청구전략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URAA의 특허기간 개정은 1995년 6월 8일을 핵심 전환점으로 삼았다. 현행 § 154(a)(2)는 특허기간이 발행일에 시작하되, 원칙적으로 미국 출원일 또는 § 120 등으로 특정한 가장 이른 관련 출원일로부터 20년이 되는 날 종료한다고 정한다.

1995년 특허기간 개정 당시 이미 존속 중이던 특허와 그 전에 출원되어 심사 중이던 사건에는 § 154(c)의 경과규정이 적용되었다. 이 규정은 종전의 ‘특허발행일부터 17년’ 방식과 새로 도입된 ‘관련 출원일부터 20년’ 방식이 충돌하면서 기존 출원인이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는 것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었다.9

오늘날 미국의 정규특허출원은 원칙적으로 우선권 또는 선출원일의 이익을 주장하는 가장 이른 출원일부터 18개월이 지나면 공개된다. 예를 들어 한국출원을 기초로 미국출원에서 우선권을 주장했다면, 일반적으로 미국출원일이 아니라 한국출원일부터 18개월을 계산한다. 다만 같은 발명을 18개월 공개제도가 적용되는 외국이나 PCT 절차에 출원하지 않겠다고 확인한 출원인은 미국출원과 동시에 비공개신청(nonpublication request)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출원내용은 특허가 발행되기 전까지 공개되지 않는다.10

1995년 이후에는 발행을 늦출수록 남은 특허기간이 대체로 줄고, 18개월 공개로 비밀성도 약화됐다. 그렇다고 prosecution laches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제도상 유인이 줄었어도 극단적 남용과 지연으로 인한 불이익(prejudice)이 존재하면 형평법상 통제가 남는다는 점은 후대 사건에서도 확인된다.

4. 법리가 현대에 다시 인정되다 — Symbol I

Symbol Technologies, Inc. v. Lemelson Medical, Education & Research Foundation, LP, 277 F.3d 1361 (Fed. Cir. 2002), No. 00-1583은 Lemelson 특허군을 둘러싼 첫 항소다. 문제는 laches가 실제 성립했는지보다, 1952년 Patent Act가 continuation과 continuation-in-part를 인정한 뒤에도 prosecution laches라는 항변이 법적으로 가능한지였다.

Federal Circuit은 가능하다고 보았다. district court가 이 항변을 법률상 불가능하다고 보아 청구를 배척한 판단을 뒤집고 사실심리를 위해 환송했다.11 Symbol I의 정확한 기능은 doctrine recognized; dismissal reversed; remand다. Lemelson 특허의 unenforceability를 이 단계에서 최종 확정한 판결은 아니다.

5. 특허발행 전에 PTO가 절차 남용을 통제하다 — In re Bogese

In re Bogese, 303 F.3d 1362 (Fed. Cir. 2002), No. 01-1354에서 출원인은 약 8년간 12개의 continuation을 제출하면서 실질적으로 심사를 진전시키지 않았다. 심사관은 다음 continuation에서도 실질적 진전이 없으면 laches를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경고했지만, 출원인은 다시 같은 방식으로 출원했다. Federal Circuit은 PTO에 절차를 관리할 inherent authority가 있으며, 충분한 사전통지 후 출원인이 특허를 받을 권리를 forfeiture한 것으로 처리한 조치도 자의적이거나 위법하지 않다고 보았다.12

Bogese는 이미 발행된 특허를 침해소송에서 unenforceable로 만든 사건이 아니다. 계류 중인 출원에서 PTO의 절차관리 권한과 특허 받을 권리의 상실(forfeiture)을 인정한 사건이다. 현재 MPEP § 2190도 이 사건을 들면서 examiner가 prosecution laches 거절을 하려면 Technology Center Director의 승인을 받도록 한다.3

6. 장기간 지연된 특허의 권리행사를 막다 — Symbol II

환송 뒤 Symbol Technologies, Inc. v. Lemelson Medical, Education & Research Foundation, LP, 422 F.3d 1378 (Fed. Cir. 2005), No. 04-1451에서 Federal Circuit은 18년에서 39년에 이르는 지연, 반복적 filing pattern, 뒤늦은 청구 전개, 그리고 강한 intervening public and private rights를 근거로 특허들이 unenforceable이라는 판단을 유지했다.13

이 판결은 합법적 continuation과 남용을 가르는 예시도 들었다. 다른 발명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refiling, restriction requirement에 대응한 divisional, 상대방과의 interference를 위한 청구 등은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 반면 이미 허용된 청구만을 다시 제출하면서 사업상 이유로 발행을 늦추는 식의 반복은 다르다. 판단은 특정 출원 하나가 아니라 관련 특허·출원계열 전체와 overall delay를 대상으로 한다.

주관적 악의나 시장포획 의도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지만, 독립된 필수요건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Symbol II는 의도적 stall이 증명되지 않았더라도 객관적 패턴과 intervening rights에 기초해 결론을 유지했다. 현대 분석의 중심은 객관적 prosecution conduct, 설명가능성, 지연과 불이익(prejudice)의 연결이다.

7. 출원 지연만으로는 부족하다 — Cancer Research

Cancer Research Technology Ltd. v. Barr Laboratories, Inc., 625 F.3d 724 (Fed. Cir. 2010), No. 2010-1204는 지연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반대 방향의 핵심 선례다. Federal Circuit은 (1) totality of circumstances 아래 unreasonable and inexcusable delay와 (2) 그 지연으로 인한 불이익(prejudice)을 요구했다. 침해피고가 지연기간 동안 청구기술에 투자·개발·사용했다는 intervening rights를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특허를 unenforceable로 한 판단을 뒤집었다.14

Barr의 ANDA는 특허발행 후 13년이 지나 제출됐고, Barr 자신이 출원 지연기간 중 관련 기술에 투자했다는 증거도 부족했다. “출원이 오래 걸렸다”와 “피고가 그 지연 때문에 불리해졌다” 사이에는 별도의 인과 고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8. 대규모 장기 출원전략에 법리를 적용하다 — PMC v. Apple

Personalized Media Communications, LLC v. Apple Inc., 57 F.4th 1346 (Fed. Cir. 2023), No. 2021-2275는 선례판결이다. PMC는 1995년 GATT 전환 직전 대규모 출원군을 제출했고, 기록에는 발행기간을 늘리려는 전략, 산업의 침해를 조용히 관찰한다는 문서, 수백 건의 출원과 뒤늦은 청구 전개가 포함됐다. 다수의견은 district court가 unreasonable and inexcusable delay와 Apple의 intervening investment를 인정한 데 재량권 남용이 없다고 보아 ’091 특허의 unenforceability를 유지했다.15

이 사건도 평범한 continuation의 일반 모델은 아니다. 328개에 이르는 application family, 내부 전략자료, 청구 제시 시점, Apple의 FairPlay 개발·투자가 함께 평가됐다. Stark 판사는 불이익(prejudice)이 부당한 지연기간 중 발생했다는 연결이 부족하다고 반대했다. 이 dissent에서 드러나듯, 불이익이 지연에 귀속되는지를 얼마나 정밀하게 입증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첨예한 쟁점이다.

9. PTO 상대 특허취득소송에서 6년 추정을 인정하다 — Hyatt v. Hirshfeld

Hyatt v. Hirshfeld, 998 F.3d 1347 (Fed. Cir. 2021), lead No. 2018-2390은 일반 침해소송이 아니다. Hyatt가 35 U.S.C. § 145에 따라 PTO Director를 상대로 특허허여를 구한 민사소송에서 PTO가 prosecution laches를 affirmative defense로 주장한 사건이다.

Federal Circuit은 PTO가 § 145 사건에서 이 항변을 주장할 수 있다고 처음 명시적으로 판시했다. Hyatt의 수백 건 GATT-bubble applications, 11만 개가 넘는 청구, 중복·재작성·뒤늦은 청구 제시, 심사 비협조를 전체적으로 보고 unreasonable and unexplained delay를 인정했으며, 추가 사실심리를 위해 환송했다.16

유명한 6년 presumption은 적용범위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법원은 § 145 맥락에서 PTO가 원칙적으로 intervening rights를 입증해야 하지만, 불합리하고 설명되지 않은 지연이 6년 이상이면 불이익(prejudice)과 intervening rights의 추정이 생겨 출원인에게 반증 부담이 이동한다고 판시했다.17 이는 모든 continuation 또는 모든 침해소송에 적용되는 “6년 bright-line rule”이 아니다. 더구나 단순한 earliest priority-to-issue 기간을 기계적으로 세어 경보를 울리는 규칙도 아니다. 먼저 applicant-attributable unreasonable and unexplained delay가 특정되어야 한다.

법원은 드문 § 145 상황에서 출원인의 명백한 남용이 PTO의 행정부담을 비정상적으로 키우고 전체 심사시스템을 해친다면 그 기관에 발생한 불이익(institutional prejudice)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부분 역시 일반 사인 간 침해소송의 불이익 기준으로 옮겨서는 안 된다.17

10. 환송심 이후의 결론과 대법원 절차 — Hyatt v. Stewart

환송 뒤 3주간의 bench trial과 247개의 사실인정을 거쳐 district court는 PTO 승소판결을 했다. Federal Circuit은 2025년 8월 29일 선례판결 Hyatt v. Stewart, Nos. 2018-2390, 2018-2391, 2018-2392, 2019-1049, 2024-1992–1995, 2019-1038–1039, 2019-1070에서 이를 유지했다. § 145에서 항변이 가능한지는 Hyatt I의 law of the case이고, Hyatt가 사실인정을 다투지 않은 기록에서 district court의 laches 판단은 재량권 남용이 아니라고 보았다.18

최신 절차상태는 다음과 같다.

  • Federal Circuit 판결일: 2025년 8월 29일
  • Federal Circuit rehearing denial: 2026년 1월 22일
  • Supreme Court docket: No. 25-1049, Gilbert P. Hyatt v. John A. Squires
  • certiorari denial: 2026년 6월 29일
  • petition for rehearing filed: 2026년 7월 24일
  • 2026년 8월 8일 현재: rehearing petition 계류 중19

Certiorari 기각은 하급심 결론의 본안 승인(merits affirmance)이 아니다. 다만 별도 stay가 없는 한 Federal Circuit의 선례는 그대로 작동한다. rehearing petition의 존재 역시 이미 내려진 cert. denial을 대법원의 본안판결로 바꾸지 않는다.

11. 투자와 지연 사이의 인과관계를 요구하다 — Google v. Sonos

2025년 8월 28일의 Google LLC v. Sonos, Inc., No. 24-1097은 Federal Circuit이 명시한 비선례(nonprecedential) 판결이다. 법리를 변경한 구속적 선례로 쓰면 안 된다. 다만 불이익(prejudice) 요건을 적용한 최신 사례로 참고할 수 있다.20

district court는 Sonos의 Zone Scene 특허들이 늦게 청구됐고 Google이 관련 제품에 투자했다며 prosecution laches를 인정했다. Federal Circuit은 unreasonable delay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불이익(prejudice) 요건에서 사건을 끝냈다. Google은 2014년 또는 2015년에 실제 투자를 시작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더구나 Sonos의 2007년 disclosure는 2013년 특허발행으로 공개되어 Google이 주장한 투자보다 앞섰다. 법원은 공개된 disclosure를 보고도 같은 기능을 제품에 넣은 것을 “늦은 claiming” 때문에 생긴 불이익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보아 unenforceability 판단을 뒤집었다.21

“경쟁제품을 보고 청구항을 맞췄다”는 서사만으로는 부족하다. 최초 명세서가 그 청구를 지원하는가, 관련 disclosure가 언제 공개됐는가, 투자·개발은 언제 시작됐는가, 그 결정이 늦은 claiming 때문에 예상 밖으로 이루어졌는가를 분리해 입증해야 한다.

12. SCA Hygiene와의 이론적 긴장

SCA Hygiene Products v. First Quality, 580 U.S. 328 (2017), No. 15-927은 § 286이 정한 6년 범위의 침해손해를 litigation laches로 막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의회가 명시적 시간규율을 정했는데 법원이 형평법으로 이를 덮어쓰면 권력분립과 충돌한다는 논리다.5

Hyatt는 이 논리를 prosecution laches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25년 Hyatt v. Stewart 패널은 그 주장이 2021년 판결에서 이미 배척되어 law of the case라고 처리했고, prosecution laches의 존부를 새로 전면 심리하지 않았다.18

현재 판례의 위치는 다음과 같다.

  • SCA Hygiene이 prosecution laches를 직접 폐기했다는 말은 부정확하다.
  • SCA Hygiene이 전혀 관계없다는 말도 과도하다. judge-made equity와 Patent Act의 명문 절차·기간규율 사이의 이론적 긴장을 제공한다.
  • 2026년 8월 8일 현재 Federal Circuit의 prosecution-laches 선례는 유효하다.
  • 대법원의 cert. denial은 그 실체법리를 승인한 본안판결이 아니며, rehearing petition이 계류 중이다.

13. 현재의 성립요건 — 지연기간보다 원인과 불이익의 연결이 중요하다

13.1 불합리하고 정당화되지 않은 지연

법원은 관련 application family 전체, 청구 제시 시점, 반복적 refiling, 이미 허용된 청구의 처리, PTO와의 협조, restriction 또는 interference 같은 정당한 사유, PTO 자체 지연을 함께 본다. 단순한 장기계류는 출발점일 뿐 결론이 아니다.

13.2 지연으로 인한 불이익(prejudice)

침해소송에서는 피고 또는 제3자가 부당한 지연기간 중 청구기술에 투자·개발·사용했는지가 핵심이다. 투자 시점, 공개 시점, 사업결정의 근거, 기술적 overlap을 증거로 연결해야 한다. Cancer Research는 그 연결 부재로 laches를 배척했고, PMC 다수의견은 연결을 인정했으며, Google v. Sonos는 증거와 surprise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13.3 주관적 의도

시장 타기팅 문서, 발행 지연 전략, 내부 이메일은 강력한 전체사정 증거다. 그러나 subjective bad faith를 언제나 독립된 필수요건이라고 쓸 수는 없다. 객관적 행태가 극단적 절차 남용(egregious misuse)에 해당하는지가 중심이다.

13.4 입증책임과 6년

일반 침해소송에서 항변자는 두 요소를 입증해야 한다. Hyatt의 6년 추정은 PTO가 § 145 소송에서 항변한 특수한 burden-shifting 규칙으로 설명해야 한다. 일반 포트폴리오 관리에서 “6년이 넘으면 laches”라는 자동 경보선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13.5 효과

발행 특허에 적용되면 일반적으로 unenforceability다. 특허가 선행기술 때문에 invalid라는 판단과 구별한다. PTO 단계의 Bogese는 특허취득권 forfeiture와 청구거절의 절차관리 사건으로 별도 표시한다.

14. 판례별 사건번호·holding 표

사건정확한 citation / 사건번호연도·법원선례성핵심 holding이 글에서의 기능
Woodbridge v. United States263 U.S. 50; No. 511923, U.S. Supreme Court구속적 대법원 판례정당한 이유 없이 약 9년 반 발행을 늦춰 독점과 공중의 자유이용을 뒤로 미룬 행위는 특허법 목적의 회피이고 특허취득권을 상실시킴prosecution laches의 역사적 원형
Webster Electric Co. v. Splitdorf Electric Co.264 U.S. 463; No. 931924, U.S. Supreme Court구속적 대법원 판례약 8년 뒤 제시된 divisional claims와 intervening rights를 고려해 늦은 청구를 허용하지 않음; “2년”은 현대 일반 시효가 아님지연과 제3자 권리의 결합
Symbol Technologies I277 F.3d 1361; No. 00-15832002, Fed. Cir.선례1952 Patent Act와 continuation 규정이 prosecution laches를 배제하지 않음; dismissal 파기·환송현대 법리의 재인정, 최종 성립판단 아님
In re Bogese303 F.3d 1362; No. 01-13542002, Fed. Cir.선례경고 뒤에도 8년간 12개 continuation으로 실질적 진전을 하지 않은 출원인에게 PTO가 특허취득권 forfeiture를 적용한 것을 유지PTO 절차관리와 issued-patent unenforceability의 구별
Symbol Technologies II422 F.3d 1378; No. 04-14512005, Fed. Cir.선례관련 출원계열 전체, 18–39년 지연, 반복 패턴과 intervening rights를 고려해 unenforceability 유지egregious misuse의 전형; bright-line 부정
Cancer Research Technology v. Barr Laboratories625 F.3d 724; No. 2010-12042010, Fed. Cir.선례unreasonable/inexcusable delay와 지연으로 인한 불이익(delay-attributable prejudice)을 별도 요구; intervening rights 부재로 unenforceability 파기불이익(prejudice)의 독립요건 확립
SCA Hygiene Products v. First Quality580 U.S. 328; No. 15-9272017, U.S. Supreme Court구속적 대법원 판례§ 286의 6년 범위 내 침해손해를 litigation laches로 막을 수 없음prosecution laches의 직접판결은 아니나 이론적 긴장 제공
Hyatt v. Hirshfeld998 F.3d 1347; lead No. 2018-23902021, Fed. Cir.선례PTO가 § 145에서 항변 가능; 전체 출원군을 보고 지연 인정; § 145 맥락의 6년 불이익(prejudice) 추정 및 드문 institutional prejudice 인정PTO/§ 145 특수영역과 burden shifting
Personalized Media Communications v. Apple57 F.4th 1346; No. 2021-22752023, Fed. Cir.선례(2–1)대규모 GATT-bubble 전략, 늦은 청구와 Apple 투자 등을 근거로 ’091 특허 unenforceability 유지현대 침해소송의 강한 적용; prejudice timing dissent
Google LLC v. Sonos, Inc.No. 24-1097, slip op. (Fed. Cir. Aug. 28, 2025)2025, Fed. Cir.비선례Google이 투자시점과 surprise를 입증하지 못했고 선행 공개도 있었으므로 불이익(prejudice) 불성립; laches unenforceability 파기법리변경이 아닌 최신 불이익 요건 적용례
Hyatt v. StewartNos. 2018-2390 et al., slip op. (Fed. Cir. Aug. 29, 2025)2025, Fed. Cir.선례Hyatt I을 law of the case로 적용하고 환송심 laches 판단 유지; 일부 cross-appeal은 Article III 관할 부재극단적 § 145 남용에 대한 최종 항소심 적용
Hyatt v. Squires (대법원 절차명)U.S. Supreme Court No. 25-10492026, U.S. Supreme Court본안판결 없음2026-06-29 cert. denied; 2026-07-24 rehearing petition filed, 기준일 현재 계류cert. denial을 merits affirmance로 오인하지 않기 위한 절차 업데이트

15. 정상적인 계속출원 전략과 절차 남용은 어떻게 구별하는가

다음 사정은 통상 정상적 전략 쪽에 무게를 둔다.

  • 선출원 disclosure가 후속 청구를 분명히 뒷받침한다.
  • restriction requirement, divisional 필요, interference, 기술적 복잡성 등 구체적 이유가 기록되어 있다.
  • 각 continuation이 심사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고 중복청구가 관리된다.
  • 공개 뒤 경쟁제품을 포섭하도록 청구를 조정했더라도, 새로운 matter를 넣지 않고 공개된 발명의 범위에 머문다.
  • PTO의 지연과 출원인의 지연을 분리해 설명할 수 있다.

반대로 위험신호는 다음의 조합이다.

  • 이미 허용된 청구를 발행시키지 않고 반복적으로 다시 제출한다.
  • 수많은 placeholder applications와 중복청구를 만든다.
  • 오래된 disclosure에 뒤늦게 전혀 다른 시장타깃 청구를 제시한다.
  • 우선권·written-description 매핑을 제때 제공하지 않아 심사를 사실상 재시작시킨다.
  • 발행 지연, 산업 모니터링, 특정 기업 포획을 지시하는 내부자료가 있다.
  • 그 기간에 제3자가 비공개 또는 불명확한 권리상태를 믿고 대규모 투자했다.

16. 한국법 비교 — 같은 이름의 법리보다 통제구조를 보아야 한다

16.1 미국의 prosecution laches는 한국의 독립된 일반법리가 아니다

한국 특허법이나 대법원 판례에서 출원인의 장기 심사지연만을 이유로 등록특허 전체를 형평법상 unenforceable로 만드는 미국식 prosecution laches가 독립된 일반법리로 확립됐다고 쓰기는 어렵다. 한국 민법 제2조는 신의성실과 권리남용금지를 선언하지만,22 이것이 곧 prosecution laches의 한국판이라는 뜻은 아니다.

16.2 법률 규정에 의한 사전적 통제

법률 규정에 의한 사전적 통제는 법률이 출원인에게 미리 경계선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한국 특허법은 권리취득 단계에서 다음과 같은 장치를 둔다.

  • 보정: 특허법 제47조는 보정 시기와 범위를 제한하고, 보정이 최초 명세서·도면에 기재된 사항의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고 정한다.23
  • 분할출원: 제52조는 최초 명세서·도면의 기재범위 안에서, 법정 기간에 일부를 분할하도록 한다. 적법한 분할은 원출원 시에 출원한 것으로 보지만 여러 예외와 절차요건이 있다.24
  • 국내우선권: 제55조는 자기의 선출원을 기초로 한 우선권 주장을 허용하되, 원칙적으로 선출원일부터 1년 안에 후출원해야 하며 최초 기재범위와 법정 요건에 묶인다.25
  • 출원공개: 제64조는 우선일 또는 출원일 등 법정 기준일부터 1년 6개월 후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26
  • 존속기간: 제88조는 설정등록일부터 시작해 특허출원일 후 20년이 되는 날까지를 원칙으로 한다.27
  • 정정: 제136조는 감축·오류정정·불명확성 해소로 정정사유를 한정하고, 명세서 기재범위 및 청구범위의 실질적 확장·변경 금지를 둔다.28
실무 시사점 — 한국에서는 심사청구 지연보다 출원인 명의 은닉이 잠수함 전략의 핵심 변수다
미국식 GATT-bubble 잠수함 특허의 핵심은 심사절차 자체의 장기 지연이었다. 그러나 한국 특허법상 출원공개 제도(제64조)는 심사청구 여부와 무관하게 우선일 또는 출원일부터 원칙적으로 1년 6개월이 지나면 출원 내용을 공개하므로, 단순히 심사청구를 늦추는 방법만으로는 제3자의 인지·회피설계 기회를 봉쇄하기 어렵다. 즉 심사청구 지연 자체는 한국법상 잠수함 전략으로서 실효성이 제한적이다. 오히려 실무적으로 더 유효한 방법은 출원공개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공개된 출원이 경쟁사의 통상적인 모니터링에서 누락되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이 아닌 개인(자연인) 명의로 출원해 두면, 경쟁사가 통상 법인명·상호를 기준으로 수행하는 명의자 검색·워칭(watching) 서비스에서 걸러지지 않아, 공개된 출원이더라도 조기에 포착되지 않을 위험이 커진다. 이 경우 한국법상 잠수함 전략의 무게중심은 '심사청구 시점 조절'에서 '출원인 명의를 통한 명의자 검색 회피'로 이동한다.

출원인이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특허청은 출원을 거절하거나 보정·분할·우선권의 효과를 인정하지 않는다. 즉, 문제가 되는 권리가 형성되기 전에 법률이 정한 요건으로 통제하는 것이 전형적이다.

16.3 사후적 형평법상 통제

형평법상 통제는 출원인이 형식적인 법률요건을 충족했더라도, 그 절차를 이용한 전체 방식이 현저하게 부당한 경우 법원이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continuation 자체는 미국 특허법이 허용하는 절차다. 그러나 출원인이 이를 반복하여 청구항 제시를 부당하게 늦추고, 그동안 경쟁자가 관련 기술에 투자하도록 방치한 뒤, 뒤늦게 그 제품을 포섭하는 특허를 행사한다면 법원은 prosecution laches를 검토할 수 있다. 이때 법원은 단순히 “법에 계속출원이 허용되어 있는가”만 보지 않고 다음 사항을 살핀다.

  • 지연이 불합리하고 설명되지 않는가
  • 출원절차가 정상적인 권리확보보다 시장을 기다리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는가
  • 지연기간 중 경쟁자나 제3자가 기술에 투자·개발·사용했는가
  • 뒤늦은 특허권 행사로 그들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발생했는가

다만 형평법상 통제는 법관이 막연히 ‘불공평하다’고 느끼면 적용하는 제도가 아니다. 판례가 정한 요건, 증명책임 및 인과관계를 충족해야 하는 법적 통제다.

비교법적으로 보면 한국 특허법은 보정·분할출원·우선권·신규사항 추가금지 등 구체적인 법률 규정을 통해 출원 및 권리형성 단계에서 문제를 통제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반면 미국의 prosecution laches는 법률이 허용한 계속출원 절차가 구체적인 사건에서 현저하게 남용된 경우, 전체 사정과 그로 인한 불이익을 심사하여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형평법상 통제라는 성격이 강하다. 분석적으로 한국은 사전적 법률 규정에 의한 통제(ex ante statutory control)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고, 미국의 prosecution laches는 사후적 형평법상 통제(ex post equitable control)의 대표적 사례다. 다만 이는 양국 제도의 상대적 특징을 설명하기 위한 분석이지, 모든 통제수단을 양분하는 절대적인 구분은 아니다.

16.4 한국의 권리남용 항변은 비침해·대세적 무효와 다르다

대법원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은 특허가 진보성 결여로 무효될 것이 명백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침해금지·손해배상청구가 권리남용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29 그러나 이 판결의 직접 주제는 명백한 무효사유가 있는 등록특허의 침해소송상 권리행사다. 장기 prosecution delay와 intervening investment를 이유로 하는 미국식 prosecution laches가 아니다.

피고 제품이 청구범위에 포함될 수는 있다. 그러나 해당 특허가 진보성 결여 등으로 무효가 될 것이 명백하다면, 특허권자가 이를 근거로 금지·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이 될 수 있다. 대법원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도 이를 “비침해”라고 표현한 것이 아니라, 특허가 무효로 될 것이 명백한 경우 그 특허에 기초한 침해금지·손해배상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29

대법원은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진보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특허의 권리범위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진보성 결여에 관한 권리남용 판단을 곧바로 “비침해” 또는 “권리범위가 없음”으로 취급할 수 없다는 취지다.30

반면 확인대상발명 또는 피고 제품이 공지기술과 동일하거나 통상의 기술자가 공지기술로부터 쉽게 실시할 수 있는 자유실시기술이라면, 특허발명과 대비할 필요 없이 그 보호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는 권리남용보다 권리범위 불속 또는 비침해의 문제에 가깝다.

한국 대법원의 권리남용 법리는 피고 제품을 비침해로 판단하거나 특허 자체를 대세적으로 무효로 만드는 법리가 아니다. 별도의 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특허는 등록상 존속하지만, 해당 침해소송에서는 그 특허에 기초한 권리행사청구가 배척된다. 다음 세 층위를 섞지 말아야 한다.

  1. 보정·분할·우선권·기재요건 위반에 따른 취득단계 거절 또는 무효사유
  2. 정정의 범위와 확장금지 같은 등록 후 권리내용의 법정 통제
  3. 침해소송에서 신의칙·권리남용에 따른 구체적 권리행사 제한

한국법 비교의 결론은 “권리남용이 prosecution laches의 한국판”이 아니라, 동일한 정책위험을 서로 다른 제도와 법적 효과로 분산 통제한다는 정도가 적절하다.

17. 출원인·경쟁사·소송피고를 위한 실무 체크리스트

출원인·특허권자

  • continuation마다 독립된 기술·사업 목적과 심사 진전 이유를 contemporaneous record로 남겼는가?
  • 최초 disclosure와 늦게 제시한 청구항 사이의 written-description map이 명확한가?
  • 허용청구를 다시 숨기는 듯한 반복, placeholder, 대규모 중복청구가 있는가?
  • PTO 지연과 applicant-attributable delay를 구분할 수 있는가?
  • 경쟁제품 분석은 적법한 claim drafting인지, 발행 지연·시장 포획 전략과 결합됐는지 점검했는가?

경쟁사·FTO 담당자

  • 특허 한 건이 아니라 전체 family tree, priority chain, abandoned/continuing applications를 추적했는가?
  • 명세서 disclosure가 언제 공개됐고, 문제 청구가 언제 처음 제시됐는가?
  • 자사 투자·설계·출시 시점을 객관적 문서로 보존했는가?
  • 공개된 disclosure를 알고 투자했는지, 예측 불가능한 늦은 claiming이었는지 구별했는가?
  • “6년” 대신 pattern, explanation, disclosure timing, investment causation을 보고 있는가?

침해소송 피고

  • 불합리한 지연과 그로 인한 불이익(prejudice)을 각각 입증할 증거가 있는가?
  • intervening investment가 부당한 지연기간 중 발생했는가?
  • 공개특허·출원 때문에 청구기술을 예측할 수 있었다는 반론에 대비했는가?
  • 내부 시장자료·발행지연 전략·청구 타기팅 자료를 discovery로 특정했는가?
  • invalidity, inequitable conduct, estoppel, prosecution laches의 요건과 구제효과를 별도 pleading했는가?

결론 —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지연의 설계와 귀속된 불이익이다

Prosecution laches는 continuation을 의심하는 법리가 아니다. 특허법이 허용한 유연성을 이용하더라도, 출원계열 전체의 행태가 특허제도의 목적을 훼손할 정도로 현저하고, 그 지연 때문에 공중·경쟁자 또는 특수한 § 145 상황의 PTO가 구체적 불이익을 입은 경우 작동하는 예외적 통제다.

WoodbridgeWebster는 독점기간을 뒤로 미룬 행위와 intervening rights를 문제 삼았다. Symbol I은 현대법 아래 법리의 생존을 확인했고, Symbol II는 Lemelson의 극단적 패턴에 실제 적용했다. Bogese는 PTO의 계류출원 관리라는 별도 축을 세웠다. Cancer Research는 불이익(prejudice)을 독립요건으로 만들었고, PMC는 대규모 GATT-bubble 전략에 강하게 적용했다. Hyatt는 § 145와 PTO의 기관상 불이익(institutional prejudice)이라는 특수영역을 열었지만, 그 6년 추정은 보편적 시간표가 아니다. 비선례인 Google v. Sonos는 공개시점과 투자증거가 끊기면 늦은 청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최신 경계선을 분명히 한다.

한국법은 미국식 prosecution laches를 그대로 수입한 구조가 아니다. 분할·국내우선권·보정·공개·존속기간·정정 제한과 등록 후 권리남용이 서로 다른 단계에서 위험을 통제한다. 비교법적으로 중요한 질문은 “한국판 laches가 무엇인가”가 아니라, 늦은 권리형성이 제3자의 신뢰와 투자를 해치는 위험을 각 제도가 어느 단계에서 어떤 효과로 통제하는가다.



각주

  1. 35 U.S.C. § 120, U.S. House Office of the Law Revision Counsel, Benefit of earlier filing date.
  2. Google LLC v. Sonos, Inc., No. 24-1097, slip op. at 16–17 (Fed. Cir. Aug. 28, 2025) (citing Liebel-Flarsheim and explaining that supported claim broadening to encompass a competitor is not improper), official opinion.
  3. USPTO, MPEP § 2190, Prosecution Laches and Res Judicata.
  4. Cancer Research Technology Ltd. v. Barr Laboratories, Inc., 625 F.3d 724, 728–32 (Fed. Cir. 2010), No. 2010-1204; Hyatt v. Hirshfeld, 998 F.3d 1347, 1362, 1369 (Fed. Cir. 2021), official opinion.
  5. SCA Hygiene Products Aktiebolag v. First Quality Baby Products, LLC, 580 U.S. 328, 331–32 (2017), No. 15-927, official opinion.
  6. Woodbridge v. United States, 263 U.S. 50, 55–56, 59 (1923), No. 51, U.S. Reports vol. 263.
  7. Webster Electric Co. v. Splitdorf Electric Co., 264 U.S. 463, 465–71 (1924), No. 93, U.S. Reports vol. 264; Hyatt, 998 F.3d at 1360–62.
  8. 35 U.S.C. § 154 historical text, 1994 ed. (reproducing pre-amendment “term of seventeen years”), GovInfo official PDF.
  9. 35 U.S.C. § 154(a)(2), (c), current text; URAA effective-date notes, Pub. L. 103-465 §§ 532–534.
  10. 35 U.S.C. § 122(a), (b)(1), (b)(2)(B), current text.
  11. Symbol Technologies, Inc. v. Lemelson Medical, Education & Research Foundation, LP, 277 F.3d 1361, 1363, 1365–68 (Fed. Cir. 2002), No. 00-1583, opinion copy.
  12. In re Bogese, 303 F.3d 1362, 1364–69 (Fed. Cir. 2002), No. 01-1354, opinion copy.
  13. Symbol Technologies, Inc. v. Lemelson Medical, Education & Research Foundation, LP, 422 F.3d 1378, 1384–86 (Fed. Cir. 2005), No. 04-1451, official opinion.
  14. Cancer Research, 625 F.3d at 728–32; 관련 district court 원문은 D. Del. official opinion 참조.
  15. Personalized Media Communications, LLC v. Apple Inc., 57 F.4th 1346, 1354–56 (Fed. Cir. 2023), No. 2021-2275, precedential, official opinion, official disposition page.
  16. Hyatt v. Hirshfeld, 998 F.3d at 1352–57, 1362–69, official opinion.
  17. Id. at 1369–71. 법원은 § 145에서 6년 이상의 unreasonable and unexplained delay가 prejudice 추정을 일으킨다고 한 뒤, rare circumstances의 PTO administrative burden도 prejudice가 될 수 있다고 한정했다.
  18. Hyatt v. Stewart, Nos. 2018-2390 et al., slip op. at 2, 6–10 (Fed. Cir. Aug. 29, 2025), precedential, official opinion, official disposition page.
  19. Gilbert P. Hyatt v. John A. Squires, U.S. Supreme Court No. 25-1049, official docket. Docket에는 2026-06-29 “Petition DENIED”와 2026-07-24 “Petition for Rehearing filed”가 각각 기록되어 있다.
  20. Google LLC v. Sonos, Inc., No. 24-1097 (Fed. Cir. Aug. 28, 2025), official disposition page—Nonprecedential.
  21. Id., slip op. at 15–17, official opinion.
  22. 대한민국 민법 제2조, 국가법령정보센터.
  23. 대한민국 특허법 제47조 제1항–제3항, 국가법령정보센터.
  24. 대한민국 특허법 제52조, 국가법령정보센터.
  25. 대한민국 특허법 제55조, 국가법령정보센터.
  26. 대한민국 특허법 제64조, 국가법령정보센터.
  27. 대한민국 특허법 제88조, 국가법령정보센터.
  28. 대한민국 특허법 제136조 제1항, 제3항–제5항, 국가법령정보센터.
  29.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원문.
  30. 대법원 2014. 3. 20. 선고 2012후4162 전원합의체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는 진보성 결여를 이유로 특허의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

주요 1차 자료

  • U.S. Supreme Court: Woodbridge, Webster Electric, SCA Hygiene 판결문 및 No. 25-1049 docket.
  • U.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 Symbol II, Hyatt v. Hirshfeld, PMC v. Apple, Google v. Sonos, Hyatt v. Stewart 의견서와 선례성 표기.
  • USPTO: MPEP § 2190.
  • U.S. Code: 35 U.S.C. §§ 120, 122, 154 및 URAA 전환규정.
  • 대한민국 국가법령정보센터: 특허법 §§ 47, 52, 55, 64, 88, 136; 민법 § 2; 대법원 2010다95390 및 2012후4162.

Friday, August 7, 2026

회피설계의 본질은 '다른 발명'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 특허의 법적 경계를 기술적 설계공간으로 바꾸는 기업의 Design-Around 실무

특허의 법적 경계를 기술적 설계공간으로 바꾸는 기업의 Design-Around 실무

청사진 위에 놓인 제도용 펜 — 특허의 법적 경계를 기술적 설계공간으로 변환하는 회피설계 실무를 상징하는 이미지

기업이 경쟁사의 특허를 발견했을 때 가장 흔히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우리 제품은 저 제품과 모양이 완전히 다릅니다."

조금 더 기술적인 조직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발명은 상대방 발명과 전체적으로 완전히 다릅니다."

두 표현 모두 회피설계의 출발점으로는 위험하다. 특히 두 번째 표현은 더 위험할 수 있다. 제품의 외형이 다르다는 판단이 시각적인 오해라면, "발명이 전체적으로 다르다"는 판단은 기술적 우월성이나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 때문에 정작 특허침해 판단에서 필요한 분석을 생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허침해에서 중요한 것은 두 제품이나 두 발명이 전체적으로 얼마나 다른가가 아니다. 먼저 보아야 할 것은 관련 청구항(claim)이 요구하는 개별 한정요소(limitation)와 그 결합관계가 대상 제품에 존재하는가이다. 제품의 외관이 완전히 달라져도 청구항의 필수 한정이 모두 구현되어 있다면 침해 문제는 남는다. 반대로 제품의 핵심 기능이나 전체적인 인상이 비슷해 보이더라도 청구항의 특정 한정요소가 빠져 있거나, 구성요소 사이의 관계와 작동원리가 실질적으로 변경되어 있다면 비침해 논리는 훨씬 강해질 수 있다.

예컨대 기존 특허가 A+B+C라는 결합을 보호하고 있는데 당사가 그보다 훨씬 뛰어난 A+B+C+D+E라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자. 당사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기능도 개선되었고 새로운 부품도 추가되었으니 "전혀 다른 발명"이라고 느낄 수 있다. D와 E 때문에 별도의 특허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A+B+C를 실시하고 있다는 문제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허받을 수 있다는 것(patentability)과 타인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freedom to operate)은 다른 질문이다. 새로운 설계가 독자적인 특허성을 갖더라도 선행특허의 넓은 청구항을 실시할 수 있다.

회피설계 회의에서 "우리 발명은 전체적으로 다르다"는 말이 나오면 특허팀은 바로 다음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각 독립항(independent claim)에서 어느 한정요소가 우리 제품에 존재하지 않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아직 회피설계 분석은 시작되지 않은 것이다.


회피설계는 제품을 조금 바꾸는 일이 아니라 기업의 위험관리 프로세스다

회피설계(design-around)는 경쟁자의 특허발명을 그대로 실시하지 않으면서도 시장이 요구하는 기능과 가치를 달성하도록 제품의 구조, 결합관계, 작동방식 또는 공정을 변경하는 활동이다. 그 목적은 단순히 경쟁제품과 다른 제품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정확히는 특허가 법적으로 보호하는 기술적 관계를 파악하고, 그 관계의 외부에서 사업성이 있는 다른 해결책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기업의 회피설계에서는 법률문제와 기술문제만 다루어서는 안 된다. 관련 독립항은 무엇인지, 어느 한정을 제거할 수 있는지,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를 피하더라도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의 위험이 남는지, 심사과정에서 특허권자가 출원경과 금반언(prosecution history estoppel)의 관점에서 어떤 범위를 포기하거나 좁혔는지, 선행기술이 어떤 대체방향을 보여주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동시에 그 대체구조가 실제로 양산 가능한지, 제조원가를 감당할 수 있는지,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능을 유지하는지, 출시일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살펴야 한다.

좋은 회피설계가 반드시 법률위험이 가장 낮은 설계인 것은 아니다. 법률위험이 매우 낮더라도 새로운 금형과 공정 때문에 사업성이 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일정한 잔존 특허위험이 있더라도 기존 설비를 활용하고 고객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면 경영진은 그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 회피설계의 최적해는 법률위험, 기능, 가격, 제조성, 시장성의 균형점에서 결정되는 일이 많다.

특허팀의 결과물도 단순한 "침해/비침해" 의견이어서는 부족하다. 서로 다른 복수의 설계대안을 마련해 각각의 법률위험, 균등론 위험, 기술적 실행가능성, 제조비용, 시장성, 출시일정과 잔존위험을 비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허팀의 역할은 사업을 대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감수하는지를 이해한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위험을 구조화하는 것이다.


외형을 바꾸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전체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회피설계를 처음 접하는 조직에서는 색상, 크기, 형상, 부품의 위치를 바꾸는 데 많은 관심을 둔다. 하지만 청구항이 그러한 외관적 특징을 한정하고 있지 않다면 그 차이는 침해 판단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을 수 있다.

명칭 변경도 마찬가지다. 특허청구항에 "고정나사"라고 쓰여 있는데 당사 도면에서는 동일한 구조를 "고정볼트" 또는 "잠금핀"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법적 차이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허에서 중요한 것은 부품에 붙인 이름이 아니라 실제 구조, 기능 및 다른 구성과의 관계다. 단순한 명칭 변경은 회피설계가 아니다.

더 주의해야 할 것은 기술자 스스로 "전체적으로 다른 발명"이라고 판단하는 경우다. 새로운 기능이 많이 추가되고 시스템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전체적인 기술적 차이는 커진다. 하지만 특허침해 판단에서는 그 많은 차이가 아니라 상대방 청구항에 포함된 특정 구성관계가 여전히 남아 있는가가 문제될 수 있다.

회피설계에서는 "얼마나 많이 바꿀 것인가"보다 "무엇을 바꿀 것인가"가 중요하다.

실무적으로는 단순한 명칭변경이나 외형변경보다 위치와 결합관계의 변경이 중요할 수 있다. 더 강한 차이는 힘·신호·물질의 전달경로나 작동원리를 바꿀 때 생긴다. 가능하다면 특허가 요구하는 특정 요소 자체가 필요 없는 새로운 원리를 찾는 것이 좋다.

물론 "작동원리를 바꾸면 언제나 비침해"라는 공식은 없다. 최종 판단은 언제나 청구항 문언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이루어진다. 다만 R&D에 전달할 설계질문은 "비슷한 부품을 무엇으로 교체할 것인가"보다 "이 구성 자체가 필요 없는 해결책을 만들 수 없는가"에 가까워야 한다.


제품을 먼저 만들고 특허팀이 나중에 비침해 논리를 만드는 방식은 가장 비싼 회피설계다

많은 기업에서 특허검토는 아직도 개발절차의 마지막 단계에 위치한다.

제품을 설계하고, 시제품을 만들고, 금형을 제작하고, 부품을 발주하고, 생산계획까지 수립한 다음 출시 직전에 특허팀에 검토를 요청한다. 문제는 특허팀이 검토를 시작할 때 이미 제품을 바꾸기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이 단계에서 위험한 특허가 발견되면 문제는 더 이상 순수한 법률문제나 기술문제가 아니다. 금형비, 인증비, 부품 선발주, 개발일정, 판매계획 등 상당한 매몰비용이 이미 발생해 있다. R&D와 사업부서는 "지금 와서 어떻게 다시 설계하느냐"고 반발하고, 특허팀은 제품을 실제로 변경하는 대신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비침해라고 설명할 수 있는 논리를 찾아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이때 회피설계는 쉽게 사후 정당화(post-hoc rationalization)로 변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업무방식 때문에 향후 분쟁에서 회사의 행동을 설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쟁특허의 존재와 상당한 침해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실질적인 검토를 뒤로 미루거나, 설계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시점에서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분석만을 진행하고, 문제를 인식한 뒤에도 별다른 대응 없이 제품을 계속 판매하였다면, 향후 고의침해(willful infringement, 의도된 무시 포함; 미국 특허법 기준) 또는 고의(미필적 고의포함)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한국 특허법 제128조 제9항, 손해액의 5배 범위)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합리적이고 선의의 위험관리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하기 어려운 사실관계가 쌓일 수 있다.

다만 여기서도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특허를 알았다는 사실만으로 고의침해가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사전에 특정 형식의 의견서를 받아야만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특허위험을 인식했을 때 회사가 실제로 무엇을 조사하고, 누구와 논의하고, 어떤 대안을 검토하고, 그 결과 제품을 어떻게 변경하거나 위험을 관리했는가, 그 위험을 알고도 어쩔 수 없다고 용인했는지 여부이다.

올바른 순서는 반대여야 한다.

권장 프로세스 (Recommended Process Flow)
특허분석 법적 경계 파악 설계조건 도출 복수 대안 개발 재검토 시제품 양산설계 확정 출시

특허팀은 완성된 제품에 법률논리를 붙이는 마지막 검수부서가 아니라 개발 초기부터 설계조건을 제공하는 참여자다. 회피설계의 첫 회의를 기술개발이 완료된 뒤가 아니라 개발 초기의 법적 경계 설정 단계에 배치해야 하는 이유다.


회피설계는 네 번의 다른 회의로 운영해야 한다

실무적으로 회피설계 프로젝트를 하나의 회의에서 끝내려고 하면 역할이 섞인다. 특허팀, R&D, 생산, 마케팅과 경영진은 같은 질문에 답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회의의 목적을 네 단계로 분리하면 무엇을 준비하고 누가 결정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진다.

특히 적대적 검증(adversarial stress test)의 위치가 중요하다. 이 단계는 R&D와의 협업 이전, 즉 법적 경계조건이 엔지니어에게 전달되기 전에 배치되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법적 경계조건을 설계질문으로 내려보내면, 이후 엔지니어가 만든 설계 전체가 잘못된 전제 위에 서게 되기 때문이다.

Meeting 1. 특허팀이 먼저 법적 경계선을 설정한다

첫 회의는 아이디어 회의가 아니다. 특허팀 내부에서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를 정리하는 법률적 준비단계다.

가장 먼저 모든 관련 독립항을 확인해야 한다. 하나의 독립항을 피했다고 특허 전체를 회피한 것이 아니며, 특정 종속항(dependent claim)의 요소를 제거했다고 상위 독립항까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독립항이 여러 개라면 서로 다른 보호축이 존재할 가능성을 전제로 각각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만약 독립항의 비침해 이유가 명백하게 구성요소 하나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선행 공지기술을 포함하여 균등침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면 이를 인용하는 종속항도 회피의 대상으로 살펴야 한다 (본 주제는 다른 블로거 참조).

청구항은 한정요소별로 분해한다. 단순히 부품명만 표에 옮겨서는 부족하다. 어느 구성요소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과 연결되는지, 어떤 힘이나 신호를 전달하는지, 특정 기능이 어떤 관계로 구현되는지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

심사경과(prosecution history)도 시간순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최초 청구항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선행기술 때문에 거절되었는지, 출원인이 무엇을 주장했는지, 어떤 표현을 추가하거나 좁혔는지, 최종 청구항이 무엇을 통해 선행기술과 구별되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단순한 청구항 요약표보다 "왜 그 문언이 청구항에 들어왔는가"가 회피설계에서는 더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선행기술은 무효자료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회피설계와 무효분석은 서로 다른 작업이지만, 선행기술을 보면 특허권자가 어떤 영역에서 벗어나야 등록을 받을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특허가 선행기술과 구별되면서 현재의 범위를 얻었다면 경쟁자는 경우에 따라 그 선행기술 방향으로 되돌아가는 설계를 검토할 수 있다.

Meeting 1의 최종 산출물은 "침해 가능성이 있습니다"라는 보고가 아니다. R&D가 실제 설계에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경계조건과 변경 우선순위여야 한다.

Meeting 2. 법적 경계분석을 적대적 관점에서 먼저 검증한다

Meeting 1에서 특허팀이 법적 경계조건을 정리했다고 해서 그 분석이 충분히 검증된 것은 아니다. 특허팀 내부에서 오래 검토할수록 자신의 청구항 해석에 확신이 생기고,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청구항 해석만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심사경과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읽으며, 선행기술이 현재 분석을 지지한다고 과도하게 확신하기 쉽다.

이 편향을 R&D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깨는 것이 두 번째 회의의 목적이다. 검증되지 않은 법적 경계조건이 설계질문으로 내려가면, 이후 엔지니어가 만드는 설계 전체가 잘못된 전제 위에 서게 된다. 그때 가서야 취약점이 드러나면 이미 R&D 자원이 낭비된 뒤다.

두 번째 회의는 의도적으로 역할을 뒤집는 적대적 검증(adversarial stress test)이어야 한다. 특허팀 내부에서, 또는 외부 전문가와 함께 Meeting 1에서 도출한 법적 경계분석 자체를 상대방 특허권자의 관점에서 가장 강하게 공격해 본다.

"우리가 missing element로 분류한 요소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실질적으로 동일한 구성이다."

"우리가 different element로 표시한 구성은 위치만 약간 이동한 것으로, 동일한 기술적 관계가 유지된다."

"function·way·result 기준(미국 균등론 테스트) 또는 과제해결원리 동일성 기준(한국 대법원 기준)으로 볼 때 균등론이 적용될 수 있다."

"심사과정에서 포기한 범위는 우리가 의존하는 방향만큼 넓지 않다."

"우리가 회피 근거로 인용하는 선행기술은 현재 분석 대상 구조와 실질적으로 다르다."

이런 공격을 가장 강하게 구성한 뒤에도 법적 경계분석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때 비로소 R&D에 전달할 설계조건으로서의 신뢰성이 확보된다. Meeting 2의 최종 산출물은 취약점이 보완되거나 명시적으로 표시된 검증된 법적 경계조건이다. 이 조건만 Meeting 3으로 넘어간다.

Meeting 3. 검증된 법적 경계를 엔지니어링 질문으로 번역한다

세 번째 회의부터 R&D와 필요한 경우 생산·마케팅 담당자가 참여한다. 이 단계에서 특허팀은 검증된 청구항 분석을 설계 가능한 질문으로 바꿔야 한다. 청구항 설명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도록 만들어 달라"고만 하면 엔지니어는 어디를 바꾸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설계질문은 다음처럼 구체적이어야 한다.

  • "본체 내부의 지지관계를 없앨 수 있는가?"
  • "직접결합을 다른 힘의 전달경로로 변경할 수 있는가?"
  • "회전운동 대신 선형운동으로 같은 기능을 만들 수 있는가?"
  • "특정 고정요소 자체가 필요 없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가?"

법률가는 권리범위와 위험요소를 설명하지만 실제 구현 가능성, 성능, 안전성, 제조성까지 혼자 판단해서는 안 된다. R&D가 법적 경계 밖의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특허팀이 이를 다시 청구항별로 검증하는 반복구조가 가장 바람직하다.

이 단계에서는 반드시 복수의 설계안을 만들어야 한다. 하나의 회피안만 가지고 있으면 법률검토 결과가 좋지 않거나 제조원가가 높게 나오거나 고객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때 선택지가 사라진다.

회피설계는 하나의 정답을 찾는 작업보다 선택 가능한 설계공간(design space)을 넓히는 작업에 가깝다.

Meeting 4. 특허문제를 경영의 선택문제로 바꾼다

네 번째 회의에서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복수의 설계안을 법률·기술·사업 관점에서 함께 비교해야 한다. Meeting 2에서 이미 법적 경계분석 자체를 적대적으로 검증했으므로, 여기서는 각 설계안의 상대적 방어력과 사업적 실행 가능성을 비교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모든 관련 독립항에 대해 문언침해를 피하는지부터 본다. 하나의 한정요소만 달라졌다면 그 한 요소에 대한 청구항 해석이 불리해지는 순간 전체 방어가 무너질 수 있다. 가능하다면 복수의 missing 또는 different element를 만드는 것이 좋다.

균등론 위험도 검토해야 한다. 명칭만 달라졌는지, 위치만 약간 이동했는지, 아니면 기능을 달성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는지를 공격자의 관점에서도 살핀다. 심사경과와 선행기술이 현재 설계를 얼마나 지지하는지도 본다.

이제 법률가가 판단할 수 없는 문제가 등장한다. 제조 가능한가. 신규 금형이 필요한가. 부품수가 늘어나는가. 수율은 떨어지지 않는가. 고객이 원하는 핵심 성능은 유지되는가. 출시가 얼마나 지연되는가. 기존 재고와 설비의 매몰비용은 얼마인가.

이 단계부터 "가장 안전한 설계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회사에 가장 좋은 설계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바뀐다.

특허팀은 여기서 결정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특허팀은 어떤 설계가 상대적으로 강한 방어를 갖는지, 어떤 논리가 취약한지, 어느 정도의 잔존위험이 있는지를 설명한다. R&D는 기술적 feasibility를, 생산부서는 양산성과 원가를, 마케팅은 고객가치의 마지노선을 제시한다. 최종적으로 어느 위험을 감수할지는 경영진이 결정해야 한다. 이처럼 역할을 나누면 회피설계가 법무적 금지절차가 아니라 기업 의사결정 체계로 작동한다.

좋은 회피설계는 하나의 차이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 복수의 missing/different element, 독립항별 별도 방어, 심사경과의 지지, 선행기술의 지지, 기술원리의 실질적 차이가 서로 겹치는 다층적 방어구조가 훨씬 안정적이다.


"절대로 침해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에는 답하는 방법부터 달라져야 한다

회피설계 프로젝트가 상당히 진행되면 CEO나 연구소장이 마지막으로 묻는다.

"그러면 이 제품은 이제 절대로 침해하지 않는 것인가?"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하기는 어렵다.

첫째, 청구항 해석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둘째, 문언침해를 피하더라도 균등론이라는 별도의 문제가 남을 수 있다. 셋째, 분석대상으로 삼지 않은 다른 특허가 존재할 수 있다. 특정 특허를 회피했다는 것과 제품 전체에 대한 FTO(Freedom to Operate)가 확보되었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현실이 있다.

실제 판매제품이 지금 특허팀이 검토한 제품과 같다는 보장이 없으며, 결국 침해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제3자이다. 특허팀과 기술진이 아무리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비침해라고 판단하더라도, 실제 분쟁에서 판단권을 가진 판사가 우리와 같은 청구항 해석과 법적 평가에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특허팀의 보고는 "이 제품은 침해하지 않습니다"라는 단정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정확히 보고하려면 다음과 같이 표현해야 한다.

"현재 검토된 특허와 확정 설계도면을 전제로 할 때 이 설계가 가장 다층적인 비침해 방어를 제공한다. 다만 이러한 평가는 현재 확보된 자료와 당사의 법률적·기술적 분석을 기초로 한 것이며, 실제 분쟁에서 법원이 동일한 청구항 해석과 침해 판단을 채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실제 양산·판매제품의 사양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다시 검토해야 한다."

회피설계에서는 확신의 숫자보다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그 판단이 어떤 사실과 전제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회피설계는 Design Freeze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회피설계를 하더라도 특허팀이 검토한 제품과 실제 판매제품이 달라지면 분석의 전제가 무너진다.

출시 후 원가절감을 위해 구매팀이 대체부품을 채택할 수 있다. 생산팀이 조립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를 조금 변경할 수도 있다. 협력업체가 부품수급 문제 때문에 다른 사양을 사용할 수도 있고, 엔지니어가 성능개선을 위해 예전 구조 일부를 되돌릴 수도 있다.

그 작은 변경이 공교롭게도 회피설계를 위해 의도적으로 제거한 청구항 요소를 다시 제품 안으로 가져올 수 있다.

Design Freeze는 단순히 개발일정을 관리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 특허위험 관리에서도 중요한 통제점이다. 법률검토의 전제가 된 CAD, BOM, 시제품과 실제 양산사양이 일치해야 하고, 이후 중요한 설계변경은 특허팀의 재검토 없이 바로 양산에 반영되지 않도록 변경관리(change control) 절차를 두어야 한다. 제품 출시 이후 사양이 변경되는 경우 다시 관련 독립항 전체와 비교해야 한다.

회피설계는 의견서를 완성하는 날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실제 판매제품이 회피된 구조를 유지하는 동안 계속되는 lifecycle 관리 활동이다.


특허팀의 역할은 '위험 발견'에서 '설계공간 창출'로 바뀌어야 한다

기업에서 특허팀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위험하니 하지 마십시오"이다. 그러나 사업부는 위험의 존재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는 답을 기대한다.

한 단계 더 나아간 특허팀은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구조는 이 독립항에 의해 위험하다. 하지만 이 결합관계를 제거하거나 작동원리를 바꾸면 상대적으로 강한 비침해 방어가 가능하다. 첫 번째 방법은 원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두 번째 방법은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R&D와 생산에서 복수의 대안을 만들어 달라."

이때 특허팀은 설계자가 아니다. 엔지니어 역시 청구항 해석자가 아니다.

특허팀은 법적 경계와 위험요인을 제시하고, R&D는 그 경계 밖에 존재하는 기술적 해결책을 만든다. 생산부서는 양산성과 원가를 확인하고, 마케팅은 고객가치와 사양의 마지노선을 제시한다. 경영진은 남아 있는 위험과 사업적 이익을 비교하여 최종적으로 선택한다.

특허팀의 역할은 risk detection을 넘어 risk translation, risk structuring, design-space creation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회피설계에서 선행기술은 '특허를 죽이는 자료'만이 아니다

회피설계에서 선행기술(prior art)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통상 특허실무에서 선행기술을 검색하는 직접적인 목적은 신규성이나 진보성을 공격하는 데 있다. 그러나 회피설계에서는 선행기술이 "어디로 제품을 움직일 것인가"를 알려주는 설계지도 역할도 한다.

특허권자가 기존기술 A와 차별화하기 위하여 B라는 관계를 청구항에 추가하고 "우리 발명은 A와 다르다"고 주장하여 등록받았다고 하자. 경쟁기업에게 B를 조금 변형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다. 오히려 B를 제거하고 A의 기술공간 또는 그 주변으로 돌아가는 설계가 더 안정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접근은 청구항 문언을 피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특허권자가 균등론을 이용하여 자신의 권리범위를 지나치게 넓혀 당사 설계까지 포섭하려 할 경우, 그 확대된 범위가 선행기술과 충돌하는지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선행기술 항변(ensnarement defense)이라 하며, 미국에서는 Wilson Sporting Goods Co. v. David Geoffrey & Assocs. (Fed. Cir. 1990) 이후 확립된 법리다. 한국에서도 대법원은 균등론 적용 시 확장된 권리범위가 선행기술의 영역을 포함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법리를 인정하고 있다.

회피설계에서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이 특허는 기존 기술의 무엇과 구별되어 현재의 권리범위를 얻었는가?"

이어서 물어야 한다.

"우리는 그 경계의 반대편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그래서 등록청구항의 단어만 읽어서는 특허권의 실질적인 경계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 단어가 선행기술과의 논쟁 속에서 왜 들어왔는지를 이해해야 하고, 좋은 회피설계는 바로 그 역사를 기술적 설계공간으로 변환한다.


기업의 특허전문가는 미래의 사실관계를 바꾸는 사람이다

법학 교육에서는 보통 이미 일어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한다. 제품은 이미 존재하고, 특허청구항도 확정되어 있으며, 학생은 둘을 비교해서 침해 여부를 판단한다.

기업의 회피설계는 다르다.

아직 제품을 바꿀 수 있다.

즉 미래의 분쟁에서 법원이 보게 될 사실관계를 회사가 지금 만들어 가고 있다.

그래서 기업의 IP 책임자는 단순히 "법원이 이 제품을 침해라고 판단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사람에 그쳐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일은 법원이 훗날 판단하게 될 제품의 구조 자체를 지금 더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도록 개발과정에 개입하는 것이다.

청구항을 분해하고, 심사경과를 통해 권리의 경계를 파악하고, 선행기술에서 대체공간을 찾고, 이를 기술적 설계조건으로 바꾸어 엔지니어에게 전달한다. 엔지니어가 새로운 구조를 제안하면 다시 청구항과 비교하고, 공격자의 관점에서 검증하고, 경영진에게 남은 위험과 비용을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특허법의 언어를 엔지니어링의 언어로 옮기고, 엔지니어링의 선택지는 다시 경영의 언어로 풀어낸다.

이것이 기업에서 회피설계를 제대로 운영한다는 의미다.


좋은 회피설계의 목표는 "경쟁제품과 전혀 다르게 보이는 제품"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완전히 다른 발명"도 아니다.

경쟁특허가 법적으로 보호하는 기술적 관계를 정확히 찾아내고, 그 관계 밖에서 시장성이 있는 다른 기술적 해결책을 만들며, 그 선택에 남아 있는 위험까지 회사가 알고 관리하는 것.

그것이 회피설계의 본질이다.

도면에 의한 서면기재 인정 여부: 사례 분석 및 실무 가이드

글을 시작하며

특허 분쟁이나 심사 대응을 진행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상황에 마주치곤 합니다.

  • 사례 1 — 특허 명세서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명시적인 텍스트 기재가 없지만, 도면에 도시된 구조를 근거로 청구항을 보정하려는 경우
  • 사례 2 — 선행문헌의 본문에는 설명이 없으나, 첨부된 그림에 나타난 특징이 본 발명의 청구항과 동일하다고 주장(무효 또는 거절 이유)하는 경우

이 두 사례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법리적으로는 성격이 다릅니다. 사례 2는 선행문헌의 도면이 신규성·진보성 판단의 증거가 될 수 있는지, 즉 통상의 기술자가 해당 도면을 보고 기술 상식에 비추어 어디까지 인식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이 주제는 별도의 글에서 상세히 다루기로 합니다.

이번 글은 사례 1의 쟁점, 즉 자신의 특허 명세서에 텍스트 기재가 부족하더라도 도면이 서면기재(Written Description)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관련 법리와 판례를 탐구합니다.

이처럼 도면에만 존재하는 특징을 서면 기재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각 국가 관할 법원의 판례와 법리를 면밀히 분석하지 않고서는 그 구체적인 기준과 한계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아울러 특정 사례 분석을 통해 실무적 확신이 생기는 순간이 역설적으로 가장 위험한 때입니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전문가와 충분히 논의하지 않으면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에 빠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1. 미국 §112(a) 서면기재요건 — 도면은 어디까지 대신할 수 있나?

미국 특허법 제112조 제1항의 서면기재요건(Written Description Requirement)은 출원인이 최초 출원 당시에 청구범위에 기재된 발명을 실제로 완성하여 '보유(Possession)'하고 있었는지를 통상의 기술자(POSITA) 관점에서 검증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명세서의 상세한 설명(텍스트)이 청구범위를 뒷받침해야 하지만, 미국 판례법은 텍스트 설명이 다소 부족하거나 생략되었더라도 최초 출원서에 포함된 도면이 통상의 기술자에게 발명의 보유 사실을 명확히 공시하고 있다면 서면기재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인정합니다.

💡 심화 개념 — 보유(Possession)의 법적 의미

서면기재요건에서 말하는 보유(Possession)는 유체물의 물권적 소유가 아닙니다. CAFC는 Ariad v. Eli Lilly (en banc, 2010)에서 이를 Possession Test로 정립했습니다. 즉 "발명자가 청구된 발명적 구성을 이미 완성하여, 통상의 기술자가 명세서 전체(텍스트·도면·표 등)를 통해 그 사실을 합리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아울러 서면기재(Written Description)실시가능성(Enablement)은 §112(a)의 별개 독립 요건입니다. Enablement가 "통상의 기술자가 발명을 실시할 수 있도록 충분히 가르쳤는가"를 묻는다면, Written Description은 "발명자가 그 subject matter를 출원 시점에 이미 보유했음을 보여주는가"를 묻습니다. 따라서 둘 중 하나만 흠결일 수 있습니다.

2. 도면에 의한 서면기재 인정 대표 판례

(1) Vas-Cath Inc. v. Mahurkar, 935 F.2d 1555 (Fed. Cir. 1991)

① 사건의 배경 및 사실관계

마쿠르카(Mahurkar) 박사는 혈액 투석에 사용되는 이중 루멘 카테터(Double-lumen Catheter)를 개발하고, 최초에 디자인 특허(Design Patent)를 출원했습니다. 이 디자인 특허는 카테터의 구체적인 단면 형상과 결합 구조를 정밀하게 묘사한 도면들을 포함하고 있었으나, 상세한 설명(텍스트)은 매우 간략했습니다.

이후 마쿠르카 박사는 이 디자인 특허의 출원일을 소급받아(우선권 주장) 실용 특허(Utility Patent)를 출원하면서, 카테터 단면의 직경 비율과 특정 결합 범위를 청구항에 수치적·기능적 한정으로 기재했습니다.

침해 소송에서 피고인 바스캐스(Vas-Cath)사는 "실용 특허 청구항에 기재된 구체적인 직경 비율이나 수치적 특징들은 최초 디자인 출원서의 텍스트에 단 한 줄도 적혀 있지 않았다"며 서면기재요건 위반(35 U.S.C. § 112)으로 특허 무효를 주장했습니다. 지방법원은 약식판결(Summary Judgment)로 특허 무효를 선언했습니다.

②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의 판단과 법리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방법원의 무효 판결을 전격 뒤집고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자일스 리치(Giles Rich) 판사의 판결문은 도면의 서면기재요건 충족 법리를 다음과 같이 명확히 정립했습니다.

  • 서면기재요건의 본질(Possession Test) — 핵심 질문은 출원인이 문자적 묘사를 완벽히 했는가가 아니라, 최초 출원서의 전체 공개 내용이 "통상의 기술자에게 발명가가 출원 당시에 청구된 발명을 확실히 인식하고 보유하고 있었음을 합리적으로 전달하는가"에 있습니다.
  • 도면의 독립적 공시기능 인정 — 서면기재가 반드시 텍스트 문장으로만 달성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도면 자체도 독립적인 서면 공개(Disclosure)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법원은 통상의 기술자가 도면을 보고 기술 상식에 비추어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면, 도면을 통해 다음 요소들이 적법하게 개시된 것으로 봅니다.

  1. 형상(Shape) — 특정 입체 구조 및 단면 구조
  2. 상대적 비율(Relative Proportion) — 부품 간의 크기나 면적 비례
  3. 구성요소 위치(Component Location) — 공간적 배치 관계
  4. 각도(Angle)길이 관계(Length Relationship)
  5. 반복 구조(Repeating Structure)

결론 — 최초 디자인 특허 도면에 카테터 단면 구조와 루멘의 상대적 비율이 매우 정밀하고 명확하게 시각적으로 묘사되어 있었으므로, 비록 텍스트 설명이 전혀 없었더라도 통상의 기술자라면 마쿠르카 박사가 해당 수치적 범위를 이미 보유하고 있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 심화 개념 — 착상(Conception)과 보유(Possession)는 왜 다른가?

Vas-Cath가 확인해 준 핵심은, 서면기재요건에서 말하는 보유(Possession)는 발명자의 마음속 착상(Conception)과 구분된다는 점입니다.

  • Conception(착상) — 발명자의 마음속에 완전하고 작동 가능한 발명 아이디어가 형성된 상태
  • Possession(보유, WD 문맥) — 그 착상이 명세서(텍스트·도면 등)를 통해 통상의 기술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공시된 상태

즉, 발명자가 마음속에서 더 넓은 범위를 구상했더라도, 그 범위가 명세서에 객관화·공시되지 않으면 후출원·보정에서 그 범위를 청구할 때 written description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Gentry Gallery, LizardTech, Ariad 등이 모두 이 패턴에 해당합니다.


(2) Moba B.V. v. Diamond Automation, Inc., 325 F.3d 1306 (Fed. Cir. 2003)

Moba 사건은 일반 기계 장치(달걀 선별 및 이송 시스템) 특허가 쟁점이었으나, 주요 바이오 판례들을 인용하며 서면기재요건의 일반적 대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법원은 "최초 출원서는 발명자가 출원 당시 해당 발명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통상의 기술자 관점에서 보여주는 충분한 정보(Sufficient Information)를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서면기재를 충족하기 위해 특정한 고정식 형식(Rigid Format)의 공개가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즉 발명의 보유 사실은 상세한 설명의 문장뿐만 아니라, 도면(Drawings), 구체적 실시예, 업계에 공인된 기술 상식(Prior Art/Common Knowledge), 구조-기능 상관관계(Structure-Function Correlation) 등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입체적으로 입증될 수 있으며, 도면은 이러한 보유 사실을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강력한 시각적 증거물로 취급됩니다.


3. 주요 판례 연혁 — 도면 공시의 한계를 좁혀온 흐름

Vas-Cath가 도면의 독립적 공시 기능을 인정하면서도, 이후 판례는 도면과 텍스트로 입증할 수 있는 보유의 범위에 엄격한 기준을 세워왔습니다. 주요 흐름을 정리합니다.

판례 쟁점 기술 핵심 법리
Eli Lilly (1997) 인간 인슐린 cDNA 등 광범위한 DNA 서열 정의·식별 없이 기능적 용어만으로 넓은 범위를 청구하는 것은 WD 불충족. Representative species 또는 구조적 특징 서술 요구.
Enzo Biochem (2002) DNA 프로브; 공인 기탁(deposit)의 WD 충족 여부 공인 기탁(ATCC 등) + 정확한 reference가 있는 경우 WD 수단이 될 수 있으나, 단순 기능적 묘사만으로는 넓은 claim의 possession 부정.
Rochester (2004) COX-2 선택적 억제제 — 구체 화합물 없이 기능만 청구 구체 화합물 구조 없이 기능적으로만 넓게 청구하면 possession 부정. Enablement와 구별되는 WD 독립 요건 강조.
LizardTech (2005) 이미지 압축(DWT) — 단일 알고리즘 공시, 포괄 청구 단 하나의 구체 알고리즘만 개시하면서 "모든 seamless DWT 방법"을 포괄하는 claim 21을 청구한 것은 WD 위반. 소프트웨어 분야에도 동일 법리 적용.
Ariad v. Eli Lilly
(en banc, 2010)
NF-κB 경로 조절 — 모든 조절 방법을 기능적 포괄 청구 WD와 Enablement의 독립성을 en banc로 최종 확립. Possession Test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정립한 이정표 판례.
💡 심화 대비 — Vas-Cath(구조발명)와 LizardTech(소프트웨어)의 차이

두 사건은 written description/possession이 발명 유형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포인트Vas-CathLizardTech
핵심 공시 수단 도면 중심 구조 공시 텍스트 중심 알고리즘 공시
공시 vs claim 관계 도면이 청구 구조를 그대로 보여줌 → possession 인정 하나의 알고리즘만 개시, 포괄 claim 작성 → possession 부정
법리적 메시지 "도면은 강력한 written description 수단" "단일 실시예로 넓은 functional class를 잡으면 WD 위반"

구조발명에서는 정밀한 도면이 possession을 입증하는 1차적 증거가 됩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알고리즘 발명에서는 도면이 블록 다이어그램 수준에 그치기 쉬우므로, representative algorithms와 공통 구조적 특징을 텍스트로 충분히 개시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4. 후출원·보정에서 Claim 확장 → Written Description 위반 여부의 판단 법리

Vas-Cath와 Moba가 확인한 것처럼, 최초 출원서의 도면이 충분히 구체적이면 이후 계속출원(Continuation)이나 보정(Amendment)에서 청구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그러나 확장의 방향과 폭이 명세서 공시 범위를 벗어나면 written description 위반이 됩니다. 어느 선까지 확장이 허용되는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두 사건이 Gentry Gallery(1998, 위반 인정)와 ScriptPro(2015, 위반 부정)입니다.

(1) Gentry Gallery, Inc. v. Berkline Corp., 134 F.3d 1473 (Fed. Cir. 1998) — WD 위반 인정

① 사실관계 및 명세서 공시

발명의 대상은 두 개의 리클라이너 좌석 사이에 위치한 콘솔(console)에 리클라이너 작동 스위치(controls)를 배치하는 소파 구조입니다. 명세서와 도면은 이 콘솔 위치를 발명의 중심 특징으로 반복 강조했습니다. 명세서에는 "controls가 콘솔에 위치해야 한다"는 취지의 서술이 여러 차례 등장했고, 콘솔 이외의 위치에 controls를 두는 구현 방식에 대한 공시나 암시는 전혀 없었습니다.

② 문제된 Claim 확장

침해 소송에서 유리한 권리 범위를 확보하기 위해, 특허권자는 청구항에서 controls의 위치 한정(콘솔)을 삭제하고 소파 어디에나 controls가 위치할 수 있는 것처럼 읽히는 넓은 청구항을 주장했습니다.

③ CAFC의 판단

CAFC는 written description 위반을 인정하며 해당 청구항을 무효로 선언했습니다. 법원의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명세서 전체를 보면, controls가 콘솔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이 발명의 본질적 특징(essential feature)으로 강조되어 있다. 이를 삭제한 청구항은 출원 당시 명세서가 공시한 것을 벗어난 사항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통상의 기술자는 발명자가 그 넓은 범위를 출원 시점에 possession했다고 인식할 수 없다."


(2) ScriptPro LLC v. Innovation Associates, Inc., 833 F.3d 1336 (Fed. Cir. 2016) — WD 위반 부정

① 사실관계 및 명세서 공시

발명의 대상은 약국 자동 조제 시스템, 즉 처방약 용기를 환자 이름·보관 구역(bin) 빈 공간 여부 등 다양한 기준으로 자동 분류·저장하는 시스템입니다. 명세서는 특정 분류 방식(환자 이름 + bin 상태 기반)을 실시예로 상세히 설명했지만, 동시에 "본 발명의 시스템은 다양한 기준과 방법으로 처방약 용기를 분류·보관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일반적 설명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② 문제된 Claim 확장

지방법원은 명세서의 실시예가 특정 분류 방식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보다 포괄적인 자동 분류·보관 시스템을 청구하는 넓은 청구항은 written description 위반이라 보고 무효를 선언했습니다.

③ CAFC의 판단(지방법원 파기 환송)

CAFC는 지방법원의 무효 판결을 파기 환송하며 WD 위반을 부정했습니다. 법원의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명세서에는 특정 실시예 외에도 시스템이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일반적 공시가 존재한다. 통상의 기술자가 명세서 전체를 읽으면, 발명자가 해당 시스템의 general class를 출원 당시 possession하고 있었음을 인식할 수 있다. Written description은 claim을 실시예만큼 좁히라는 규범이 아니라, 공시 범위를 넘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claim에 가져오지 말라는 규범이다."


(3) 두 사건의 판단 법리 비교

비교 항목 Gentry Gallery (1998)
WD 위반 인정
ScriptPro (2016)
WD 위반 부정
기술 분야 리클라이너 소파 — 콘솔/컨트롤 위치 약국 자동 조제 시스템 — 처방약 분류·저장
명세서의 핵심 공시 controls가 두 좌석 사이 콘솔에 위치해야 함을 발명의 본질적 특징으로 반복 강조 특정 분류 방식을 실시예로 설명하되, "다양한 기준·방법으로 구현 가능하다"는 일반적 공시도 병존
변형 구현에 대한 공시 콘솔 이외의 위치에 controls를 두는 구현에 대한 공시·암시 전무 다양한 분류 기준·구조가 가능하다는 암시·진술이 명세서 내 존재
문제된 Claim 확장 방식 발명의 핵심 구성요소(controls의 콘솔 위치)를 삭제하여 위치 무관하게 포괄 특정 분류 기준 일부를 일반화했으나, 시스템의 핵심 구조(자동 분류·저장 메커니즘)는 유지
CAFC의 핵심 논거 "controls의 콘솔 위치는 발명의 본질. 이를 삭제한 claim은 출원 당시 발명자가 possession하지 않았던 범위를 청구한 것" "명세서 전체로 볼 때, 발명자는 general class의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었고, 특정 실시예는 그중 하나에 불과. 넓은 claim도 possession 범위 내"
명세서 tone의 함의 실시예를 발명의 '본질'로 기술 → claim 범위가 실시예에 구속됨 실시예를 '예시'로 처리 + 확장 가능성 언급 → 넓은 claim 허용
결론 §112(a) WD 위반 → 해당 청구항 무효 §112(a) WD 충족 → 지방법원 무효 판결 파기
법리 메시지 "핵심 구성요소를 삭제하고 claim을 넓히는 것은 possession 범위 초과" "WD는 claim을 실시예 수준으로 좁히라는 규범이 아니라, 공시를 벗어난 새 아이디어를 claim에 가져오지 말라는 규범"
💡 두 사건의 분기점 — 명세서 tone이 possession 범위를 결정한다

두 사건의 핵심 변수는 기술의 복잡성이나 claim의 폭이 아니라, 명세서가 특정 실시예를 어떻게 기술했는가입니다.

  • 발명의 '본질(essential feature)'로 강조했다면 → CAFC는 그 요소를 삭제한 claim을 possession 범위 초과로 봄 (Gentry 패턴)
  • '예시(illustrative embodiment)'로 처리하고 일반적 확장 가능성을 병기했다면 → CAFC는 넓은 claim도 possession 범위 내로 봄 (ScriptPro 패턴)

따라서 출원 초안 단계에서 개별 실시예를 묘사하는 문장이 "발명은 반드시 A여야 한다"인지, "발명의 일 실시예로서 A가 있다"인지를 신중히 선택하는 것이 훗날 claim 확장 가능성을 좌우합니다.


5. 한국·미국·EPO 법리 비교

(1) 한국 대법원 뒷받침요건과의 비교

최근 대법원 2021후10886(렌즈 조립체, 2024.10.8. 선고)에서 뒷받침요건(특허법 제42조 제4항 제1호)에 관한 법리가 정리되었습니다. 목적은 "발명의 설명에 기재되지 않은 사항이 청구항에 기재됨으로써, 출원자가 공개하지 않은 발명에 특허권을 부여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판단기준은 출원 당시의 기술 수준을 기준으로, 통상의 기술자 관점에서 "청구범위에 기재된 사항과 대응되는 사항이 발명의 설명에 기재되어 있는지"를 봅니다.

한국 실무에서도 "발명의 설명"에는 도면이 포함되며, 도면이 구조적 요소를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경우 청구항 뒷받침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됩니다. Vas-Cath처럼 도면에 청구구조가 명확히 구현된 사안이라면 한국 법리하에서도 뒷받침요건을 충족한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WD와 한국 뒷받침요건 — 공통점·차이점·실무 수렴

두 요건은 판단의 출발점을 공유합니다. 모두 통상의 기술자(POSITA) 관점에서 다음 두 가지를 묻습니다.

  • (i) 청구항 요소에 상응하는 구체적 disclosure가 있는가 — 도면을 포함한 명세서 전체에서 청구된 각 구성요소와 대응되는 기술 내용이 개시되어 있는지
  • (ii) 그 disclosure에서 청구범위까지의 확장·일반화가 정당화되는가 — 공시된 내용으로부터 청구항이 포괄하는 범위까지의 비약이 통상의 기술자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그러나 개념적 강조점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의 서면기재요건(WD)은 "발명자가 해당 subject matter를 출원 시점에 possession하고 있었는지"라는 발명자 측면의 개념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즉 출원서 공시가 발명자의 '내면의 보유 상태'를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증거로 기능한다는 시각입니다. 반면 한국의 상세한 설명 뒷받침요건은 발명자의 주관적 상태보다는 출원문서 내부에서의 공시–청구의 대응관계, 즉 청구범위에 기재된 사항이 발명의 설명에 실질적으로 대응·기재되어 있는지를 중심으로 논의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적 적용에서는 두 체계의 결론이 상당히 수렴합니다. "도면이 구조를 충분히 보여주는 경우 그 구조를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도면·설명에 없는 수치 범위나 기능적 확장까지 claim하는 것은 불허"라는 경계선이 양국 모두에서 사실상 동일하게 그어지기 때문입니다. 출원 실무 관점에서는 이 수렴 지점을 기준으로 삼아, 도면과 명세서가 권리화하려는 범위를 빠짐없이 뒷받침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전략입니다.

(2) EPO의 Added Matter(Art. 123(2))·Art. 84 Support와의 비교

EPO에서 added matter (Art 123(2) EPC)는 "출원 당시 공시로부터 직접적·명백하게(directly and unambiguously) 도출되지 않는 내용의 추가를 금지하는 원칙"입니다. 미국의 written description과 기능적으로 유사하며, 특히 "intermediate generalisation(특정 실시예의 일부만 떼어 일반 개념으로 claim하는 것)"에 대해 매우 엄격합니다.

(3) 3개 시스템 종합 비교

관점 Vas-Cath 유형
(도면이 구조를 충분히 공시)
LizardTech 유형
(단일 알고리즘, 포괄 functional claim)
미국
Written Description
도면이 후행 claim 구조를 그대로 보여줌 → possession 인정 하나의 알고리즘만 개시, 포괄 functional claim → WD 위반
한국
뒷받침요건
도면이 청구구조와 대응 → 합리적 범위 내 확장 허용 가능 특정 알고리즘만 기재, "모든 방법" claim → 뒷받침·실시가능 양 측면 문제
EPO
Art 123(2) Added Matter
도면 기반 구조 claim은 as filed disclosure에 직접·명백하게 포함 → 추가사항 아님 핵심 특징 제거 후 generalised claim → intermediate generalisation → added matter 위험
EPO
Art 84 Support
description·도면이 구조를 충분히 support → Art 84 충족 기술적 기여 = 특정 알고리즘인데 "모든 seamless 방법" claim → description support 부족

3개 시스템의 공통된 결론 — "도면/명세서에 구체적으로 드러난 구조를 청구하는 범위 내에서의 확장"은 세 시스템 모두에서 허용되는 방향으로, "단일 실시예를 기반으로 기능적 general class 전부를 claim하는 포괄화"는 세 시스템 모두에서 제동이 걸리는 방향으로 수렴합니다.


6. 종합 실무 가이드 — WD 위반을 막는 출원·소송 전략

Vas-CathMoba 법리는 텍스트의 실수를 도면이 사후 구제해 줄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소송 단계에서 이를 입증하는 것은 상당한 전문가 비용과 법적 불확실성을 동반합니다. 출원 단계에서부터 도면과 청구범위를 정교하게 정합(Alignment)시키는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도면 작성 단계] ────────► [명세서 텍스트 백업] ────────► [청구항 계층화 설계] (정밀 치수/조립 관계 반영) (상대적/기능적 표현 보완) (도면의 특정 한정 수입 방지)

출원·명세서 작성 팁

💡 Tip 1 — 도면을 '독립적 공시 서류'로 설계할 것

기계, 전자, 바이오 분야를 막론하고 특허 도면을 작성할 때 단순히 부품의 대략적인 위치만 보여주는 추상적 개략도에 의존하지 마십시오. 중요한 기계적 조립 관계, 각도, 길이 비율이 발명의 진보성을 구성한다면, CAD 도면 수준의 정밀한 비례와 상대적 치수 관계를 최초 출원서에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텍스트 명세서에 수치 범위를 적지 못했더라도, 도면이 정확한 비례로 그려져 있다면 훗날 계속출원(Continuation)을 통해 새로운 수치 한정 청구항을 추가할 때 신규사항 추가(New Matter, § 132) 거절을 회피하고 우선일을 소급받을 수 있는 유일한 생명줄이 됩니다.

💡 Tip 2 — 도면의 시각적 공개와 청구항의 '연결고리(Hook)'를 정합시킬 것

도면에 아무리 훌륭한 구조가 묘사되어 있더라도, 청구항 문언에 그 구조적 특징을 지칭하는 적절한 단어, 즉 'Hook(연결고리)'이 존재하지 않으면 법원은 도면의 좁은 실시예를 청구항에 읽어 넣지 않습니다. 독립항에는 "상기 하우징 내부에 정렬되어 배치된 제1 및 제2 장벽구조"와 같이 유연한 문언적 연결고리를 제공하고, 종속항에서 도면부호를 인용하거나 구체적 기하 형상을 단계적으로 좁혀 청구해야 합니다.

💡 Tip 3 — 단일 도면 실시예의 한계를 극복하는 'Peters형 일반화' 문구 삽입

최초 출원서 도면에 오직 하나의 실시예만 그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명세서 작성을 잘못하면 Tronzo 법리의 단두대에 걸려 넓은 청구항 전체가 서면기재 위반으로 무효화됩니다. In re Peters의 원리를 적용하여 명세서 상세한 설명에 "도면에 도시된 형태는 단순한 예시적 구현예(Illustrative Embodiment)일 뿐이며, 발명의 핵심 원리는 다른 기하학적 형상으로 변형되어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를 의도적으로 명시하십시오.

💡 Tip 4 — 기계적 절대수치 대신 '기능적·환경적 치수 수식어' 활용

도면에 나타난 물리적 수치를 청구항에 그대로 고정값(예: "길이 15cm")으로 적으면 경쟁자는 16cm로 우회합니다. Orthokinetics 판례처럼 "의도된 환경(자동차 문틀과 좌석 사이)에서 삽입 및 작동이 가능한 크기를 가지는 전방 다리"와 같이 기능과 사용 환경을 결합한 상대적 치수 표현을 구사하십시오. 이를 위해 명세서 도면에는 실제 제품이 장착되어 작동하는 "주변 환경과의 결합 관계도(Environment/In-use Drawing)"를 반드시 포함하십시오.

Gentry Gallery vs. ScriptPro — 판례 법리에서 도출하는 실무 원칙

앞서 4장에서 상세히 분석한 Gentry GalleryScriptPro 두 사건의 대비는 출원·보정 전략 전반에 걸쳐 다음 세 가지 실무 원칙을 도출합니다.

  1. 출원 시점에 머릿속에 있는 '넓은 conception'을 명세서에 가능한 한 객관화해 둔다. 후일 continuation/보정에서 broad claim을 쓰고 싶다면, 그 broad class에 대한 representative species 또는 구조적 특징을 가능한 범위까지 공시해 두어야 합니다.
  2. 명세서에서 특정 실시예를 '발명의 본질'로 강조할지, '단지 예시'로 처리할지 신중히 설계한다. Gentry 류 사건은 발명의 본질을 너무 좁게 정의해 버린 명세서 tone 때문에 WD 범위가 좁혀지는 전형적인 예입니다. ScriptPro처럼 "이 실시예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고, 다른 구조/방법도 포함된다"는 메시지를 명시적으로 깔아 두면 claim 확장 시 WD 방어에 유리합니다.
  3. 후출원/보정에서 '핵심 요소'를 삭제하거나 완전히 추상화하는 broadening은 WD 관점에서 특히 위험하다. LizardTech에서 updated sums, Gentry에서 console 위치가 그런 핵심 요소였습니다. 이러한 요소를 없애고 "모든 방식"을 청구하면, CAFC는 쉽게 "출원 당시 possession 범위를 넘는 일반화"로 봅니다.

도면-텍스트 WD 실무 점검표

진단 항목 검증 질문
도면의 정밀성 핵심 진보성을 구성하는 형상, 상대적 비례, 조립 각도가 도면상에 시각적으로 왜곡 없이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는가?
수치 소급 가능성 명세서 텍스트에 누락된 수치 범위나 한정 사항이 존재할 때, 최초 도면의 비율을 역산하여 이를 명확히 도출해 낼 수 있는가?
Hook 정합성 도면에 묘사된 좁은 특징을 훗날 소송에서 권리 범위로 끌어안기 위한 징검다리형 문언(Hook)이 청구항에 존재하는가?
Peters형 예외 개방 문구 도면에 도시된 특정 물리적 형상이 단순 예시임을 선언하는 설명이 명세서에 포함되어 있는가?
비하·배제 표현 검증 명세서 텍스트 중 도면에 그려지지 않은 대안 구조를 '열등하거나 부적합하다'고 비하하는 문장이 존재하지 않는가?

도면은 텍스트의 실수를 사후에 메워주는 침묵의 구원자(Vas-Cath)가 될 수 있지만, 사전에 명세서 텍스트와 유기적으로 정합되지 않으면 소송에서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그림에 그치게 됩니다. 출원 기획 단계에서 이 정합성 오디트(Alignment Audit)를 단행하시길 권합니다.


맺음말

도면에 의한 서면기재 인정 여부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통상의 기술자가 그 도면을 보고, 발명자가 출원 당시에 청구된 발명을 이미 완성하여 보유하고 있었음을 합리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가?" — 이 기준을 미국, 한국, EPO 모두가 공통적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세 시스템에서 허용과 불허의 경계선도 사실상 같은 방향으로 수렴합니다.

구조발명에서는 Vas-Cath처럼 도면 및 설명을 최대한 풍부하게 하고, 소프트웨어·알고리즘·AI 발명에서는 LizardTech 이후의 CAFC/EPO 경향을 고려해 representative algorithms와 공통 구조적 특징을 충분히 개시하며, "모든 방식"식의 functional claim은 명세서 disclosure 범위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세 시스템 간 정합성을 확보하는 가장 안전한 전략입니다.

Thursday, August 6, 2026

더 넓은 청구항은 비침해인데, 더 좁은 청구항은 균등침해가 될 수 있다

― '3바퀴 조향차'로 이해하는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 선행기술 포섭 금지(Ensnarement)와 청구항 작성 전략

특허침해의 일반적인 직관은 단순하다. 독립항이 침해되지 않으면 그 독립항의 모든 한정을 포함하는 종속항도 침해되지 않는다.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에서는 이 명제가 거의 정의에 가깝다. 예컨대 독립항이 "네 개의 바퀴를 포함하는 차량"이고 피고 제품이 세 바퀴 차량이라면, 피고 제품은 독립항의 '네 개'라는 문언을 충족하지 않는다. 그 독립항을 인용하면서 조향장치를 추가한 종속항도 당연히 문언침해가 아니다.

그런데 독립항의 비침해 이유가 단순히 구성요소 하나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구성요소를 피고 제품까지 균등론으로 확장하면 선행기술까지 포섭하게 된다는 점이라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독립항보다 좁은 종속항에는 선행기술과 구별되는 추가 한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 추가 한정까지 포함한 종속항의 가상청구항(hypothetical claim)은 선행기술을 피하면서도 피고 제품을 포괄할 수 있다. 이때 "더 넓은 독립항은 균등 비침해, 더 좁은 종속항은 균등침해"라는 역설이 이론상 성립한다.

이 명제는 단순한 사고실험이 아니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Federal Circuit)은 Wilson Sporting Goods Co. v. David Geoffrey & Associates, 904 F.2d 677, 684–85 (Fed. Cir. 1990)에서 독립항의 균등범위가 선행기술에 막히더라도, 추가 한정을 가진 종속항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Wilson 사건 자체에서는 종속항의 추가 한정도 선행기술에 나타나 있었으므로 최종적으로 어느 종속항도 침해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글의 차량 사례는 Wilson의 법리를 설명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단순화한 가상 사례이지, 실제 판결의 사실관계나 결론은 아니다.


1. 균등론은 왜 생겼고, 왜 다시 제한되었나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은 청구항 문언의 사소한 변경만으로 특허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발전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Graver Tank & Manufacturing Co. v. Linde Air Products Co., 339 U.S. 605, 607–09 (1950)에서 문언을 그대로 복제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요소를 치환한 경우 침해가 성립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흔히 대체요소가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function)을, 실질적으로 동일한 방식(way)으로 수행하여, 실질적으로 동일한 결과(result)를 내는지를 보는 F-W-R 분석이나 '비실질적 차이(insubstantial differences)' 분석이 사용된다.

그러나 균등론은 청구항의 공시 기능과 긴장한다. 경쟁자는 등록된 청구항을 읽고 무엇이 금지되는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연방대법원은 Warner-Jenkinson Co. v. Hilton Davis Chemical Co., 520 U.S. 17, 29–30, 40 (1997)에서 균등론의 존속을 확인하면서도, 발명 전체를 막연히 비교할 것이 아니라 청구항의 각 한정요소별로 균등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all-elements rule)을 연방대법원 차원에서 재확인했다. 즉, 피고 제품에는 각 청구요소 자체 또는 그 균등물이 존재해야 하며, 균등론으로 특정 한정을 사실상 삭제해서는 안 된다.

이 균형은 추가로 여러 제한 법리로 강화되었다. 심사 중 특허성을 확보하기 위해 좁힌 범위는 출원경과 금반언(prosecution history estoppel)으로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Festo Corp. v. Shoketsu Kinzoku Kogyo Kabushiki Co., 535 U.S. 722 (2002)는 특허성과 관련된 보정이 있는 경우 포기된 범위에 대해 균등론 회복 불가능 추정이 적용되며, 이를 번복하려면 특허권자가 ① 보정 당시 해당 균등물이 예측 불가능했거나, ② 포기가 균등물과 단지 주변적으로 관련될 뿐이거나, ③ 출원인이 보정으로 해당 균등물까지 포기했다고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확인했다. 한편 명세서에 구체적으로 개시했지만 청구하지 않은 대안은 공중에 제공된 것으로 취급될 수 있고(Johnson & Johnston Associates Inc. v. R.E. Service Co., 285 F.3d 1046, 1054–55 (Fed. Cir. 2002) (en banc)), 이 글의 중심인 선행기술 포섭 금지(ensnarement)는 특허권자가 애초에 특허청에서 문언으로 받을 수 없었던 범위를 균등론을 통해 법정에서 얻지 못하게 한다.

균등침해 판단의 네 관문

  1. 피고 제품이 청구항 문언을 충족하는가.
  2. 충족하지 않는 각 한정에 대응하는 대체요소가 실질적으로 균등한가.
  3. 출원경과 금반언, 공중 제공(dedication to the public),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 등 별도의 제한에 걸리는가.
  4. 주장하는 균등범위가 선행기술을 포섭하는가.

이 네 관문은 서로 대체되지 않는다. 가상청구항이 선행기술을 피한다는 사실만으로 균등침해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고, F-W-R이 같다는 사실만으로 선행기술 장벽을 넘는 것도 아니다.


2. Wilson Sporting Goods: 가상청구항 분석의 탄생

Wilson 사건은 골프공 표면의 딤플 배열에 관한 분쟁이었다. 특허청구항은 특정 큰원(great circle)을 딤플이 교차하지 않는 구조를 요구했지만, 피고 골프공에는 큰원과 미세하게 교차하는 딤플이 있었다. 따라서 문언침해는 아니었다. 특허권자는 그 차이가 비실질적이라고 주장했지만, 피고 제품을 포함할 정도로 균등범위를 넓히면 당시의 Uniroyal 선행 골프공과 구별하기 어려워졌다.

자일스 리치(Giles S. Rich) 판사는 이 문제를 익숙한 특허성 분석으로 바꾸었다. 첫째, 피고 제품을 문언상 포함할 정도로 실제 청구항을 필요한 만큼만 넓힌 '가상청구항(hypothetical claim)'을 만든다. 둘째, 그 가상청구항이 관련 선행기술에 대해 신규하고 비자명하여 특허청에서 허여될 수 있었는지를 묻는다. 허여될 수 없었다면 특허권자가 요구하는 균등범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법원이 실제 청구항을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 주장된 균등범위의 외곽선을 특허성의 언어로 검증하는 분석 도구인 셈이다.

후속 판례는 이 도구를 정교화했다. Conroy v. Reebok International Ltd., 14 F.3d 1570, 1576–77 (Fed. Cir. 1994)은 가상청구항 분석이 유용하지만 유일하거나 의무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반면 Jang v. Boston Scientific Corp., 872 F.3d 1275, 1285–87 (Fed. Cir. 2017)은 특허권자가 이 방법을 선택한다면 적법한 가상청구항을 제시하고 그 특허 가능성을 설득해야 한다고 확인했다. 피고는 문제 되는 선행기술을 제시할 생산책임(burden of production)을 지지만, 가상청구항이 그 선행기술에도 불구하고 특허 가능하다는 최종 설득책임(burden of persuasion)은 특허권자에게 있다. 또한 가상청구항은 피고 제품을 포섭하기 위해 실제 청구항을 넓힐 수만 있을 뿐, 다른 부분에 새로운 한정을 덧붙여 선행기술을 교묘히 피하도록 '넓혔다 좁혔다' 할 수 없다.

중요한 점은 ensnarement가 실제 청구항의 무효 판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청구항은 그대로 유효할 수 있다. 다만 특허권자가 특정 피고 제품에 대해 요구한 균등범위만 선행기술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


3. 가상청구항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 무엇이 '빠진 요소'인가

네 바퀴 청구항과 세 바퀴 제품을 비교하면 "바퀴 하나가 없으므로 균등론도 진입하지 못하고 끝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 곧바로 가상청구항을 만들면 분석 순서가 뒤바뀐다. 먼저 피고 제품에 문제의 청구항 한정 또는 그 균등물이 있는지를 요소별로 판단하고, 그 관문을 통과한 뒤에야 주장된 균등범위가 선행기술을 포섭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3.1 물리적 부품, 요소와 한정사항

특허문헌에서 element는 때로 물리적 부품을, 때로 청구항의 법적 한정사항을 가리켜 혼란을 일으킨다. 이 글에서는 다음과 같이 구별한다.

개념 의미 차량 사례
물리적 부품
(physical component)
실시제품을 실제로 구성하는 물체 개별 바퀴, 차축, 조향링크
청구항 요소
(element)
문맥에 따라 부품 또는 한정사항을 지칭하는 다의적 표현 "주행부", "제4 바퀴"
청구항 한정사항
(claim limitation)
청구범위를 제한하는 단어·구·수치·공간적 또는 기능적 관계 "네 개의", "차체를 지지하도록 구성된"
균등물
(equivalent substitute)
문언상 한정을 충족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대응한다고 주장되는 피고 측 구조 세 바퀴 주행부가 네 바퀴 주행부와 균등한지

하나의 물리적 부품에 여러 한정사항이 붙을 수 있고, 여러 부품의 결합이 하나의 한정사항에 대응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all-elements rule)은 청구항에 적힌 물리적 명사의 개수를 기계적으로 세는 규칙이 아니라, 올바르게 해석된 모든 청구항 한정 또는 그 균등물이 피고 제품의 어딘가에 존재하는지를 묻는 규칙이다.

3.2 Corning Glass: 물리적 부품과 청구항 한정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구별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판례가 Corning Glass Works v. Sumitomo Electric U.S.A., 868 F.2d 1251, 1259 (Fed. Cir. 1989)이다. 청구항은 광섬유의 코어에 양의 도펀트를 첨가하여 굴절률을 높이는 구성을 요구했다. 피고 제품은 코어에 도펀트를 넣지 않고 클래딩에 음의 도펀트를 넣어 같은 굴절률 차이를 만들었다. 피고는 "도핑된 코어라는 요소가 완전히 없다"고 주장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에서 말하는 element는 청구항의 한정사항을 뜻하며, 그 균등물이 반드시 피고 제품의 일대일 대응 부품이나 동일한 위치에 있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코어 도핑이라는 물리적 구성이 없더라도 그 한정의 기술적 역할이 클래딩 도핑에 의해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었다. 법원은 모든 한정 또는 그 균등물이 피고 장치의 "어딘가"에서 발견되어야 하지만 반드시 대응 부품에서 발견될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 판례는 물리적 부품 하나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균등론이 자동 배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어떤 명확한 한정도 무시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Warner-Jenkinson은 각 청구항 한정이 모두 중요하며, 균등론을 적용하여 한정을 사실상 제거해서는 안 된다고 재확인했다.

3.3 문언상 부재와 요소 무시(Vitiation)는 동일하지 않다

Deere & Co. v. Bush Hog, LLC, 703 F.3d 1349, 1356–57 (Fed. Cir. 2012)은 피고 제품에 청구요소가 문언상 없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요소 무시(vitiation)을 선언하면 균등론 자체를 삼키게 된다고 경고했다. 균등론은 원래 문언상 빠진 한정이 대체구조에 의해 실질적으로 충족되는지를 묻기 때문이다. 요소 무시는 독립된 자동 금지규칙이라기보다, 증거상 합리적인 배심원이 청구된 한정과 피고의 대체구조를 균등하다고 판단할 수 없는 경우 법원이 비침해로 정리하는 법적 결론이다.

Vitiation은 DOE의 "예외"가 아니라, "어떠한 합리적인 배심원도 두 요소를 균등하다고 볼 수 없을 때"의 법적 결론(legal determination)이다.

DOE는 본질적으로 "문언상 요소가 빠져 있고, 이를 등가물로 채우는 상황"을 전제하므로, 그냥 '요소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vitiation을 선언하면 DOE가 스스로를 삼키게 된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vitiation 논점은 "문언상 부재"를 근거로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별도 금지규칙이 아니라, 증거 전체를 봤을 때 등가성이 성립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요약적 판단에 가까운 법적 레이블이다.

문언상 부재와 요소의 무시의 차이는 크게 두 축에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개념·위치의 차이 (사실 vs. 법적 결론)

  • 문언상 부재(literal absence): 청구항 특정 한정사항이 피고 제품·방법에서 문자 그대로 대응부가 없는 사실 상태를 말한다. 예컨대 청구항에 "세 번째 센서"가 있지만 피고 제품에는 센서가 두 개뿐인 경우, 세 번째 센서 한정은 문언상 부재다.
  • 요소 vitiation(element vitiation): DOE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특정 청구요소를 사실상 완전히 삭제·무시해 버려, 그 요소가 더 이상 범위 제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Deere 등 연방순회항소법원 판례가 말하는 vitiation은 "어떠한 합리적인 배심원도 두 요소를 균등하다고 볼 수 없을 때" 법원이 내리는 법적 결론이지, 단순히 문언상 요소가 없다는 사실 그 자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정리하면: 문언상 부재 = 사실 관계, vitiation = DOE 평가 후 등가성이 성립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법적 요약·레이블이다.

둘째, DOE·all-elements rule과의 관계 차이

  • DOE는 본질적으로 "청구요소가 문언상 빠져 있고, 그 자리를 대체구조가 실질적으로 채우는지"를 묻는 법리다. 따라서 문언상 부재는 DOE의 출발점이지, DOE를 금지하는 사유가 아니다.
  • all-elements rule /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은 "청구항의 각 요소를 독립적으로 고려해서, 어느 한 요소라도 문언·균등으로 충족되지 않으면 침해가 없다"고 요구한다.
  • vitiation은 이 두 원칙이 충돌하는 경계에서 작동한다. 균등론으로 특정 요소를 충족시킨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을 받아들이면 해당 요소가 사실상 완전히 무시되어 all-elements rule을 사실상 생략하는 정도로 범위 제한 기능을 잃는 경우, 법원이 "그건 균등이 아니라 요소 vitiation이므로 허용할 수 없다"고 비침해를 선언한다.

반대로 명확한 구조·수치 한정의 반대편을 균등물로 주장하면 균등론이 차단될 수 있다. Freedman Seating v. American Seating, 420 F.3d 1350, 1358–62 (Fed. Cir. 2005)은 "미끄럼 가능하게 장착"된 구조와 회전축을 이용한 "회전 가능 장착" 구조의 운동학적 차이 때문에 균등침해를 부정했다. Moore U.S.A. v. Standard Register, 229 F.3d 1091, 1106 (Fed. Cir. 2000)은 청구된 "과반(majority)"에 대해 피고의 47.8%라는 소수 범위를 균등물로 인정하면 과반이라는 수치적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든다고 보았다.

판례 문언상 차이 결과 핵심 이유
Corning Glass 코어 도핑 없음, 클래딩 도핑 존재 균등 인정 한정의 기술적 역할이 다른 위치에서 구현
Deere 직접 접촉 대신 중간 연결부 균등 판단 가능 단순한 문언상 부재는 자동적 요소 소멸이 아님
Freedman Seating 미끄럼 장착 대신 회전 장착 균등 부정 근본적으로 다른 운동학적 방식
Moore 과반 대신 47.8% 균등 부정 명확한 수량 범주를 사실상 삭제
네 바퀴 사례 네 바퀴 대신 세 바퀴 사실관계에 따라 다름 복합 주행부의 대체인지, "네 개" 한정의 소멸인지가 쟁점

4. 가상 사례: 네 바퀴 특허와 세 바퀴 조향차

4.1 청구항, 선행기술과 피고 제품

가상의 특허가 다음 청구항을 가진다고 하자.

청구항 1(독립항): 차체와, 상기 차체를 지지하며 지면을 따라 이동시키도록 구성된 '네 개의 바퀴로 이루어진 주행부'를 포함하는 운반차.

청구항 2(종속항): 청구항 1의 운반차로서, 운전자의 회전 입력을 좌우 조향륜의 상이한 조향각으로 변환하는 원형 조향휠 및 차동 조향링크를 더 포함하는 운반차.

이 청구항에서 "네 개의 바퀴로 이루어진 주행부"는 명세서를 참작할 때 네 개의 개별 바퀴를 각각 독립된 기능요소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차체 지지·주행 기능을 수행하는 하나의 복합 주행부 한정으로 사용되었다고 가정한다. 또한 명세서는 네 개라는 수량 자체를 발명의 본질이라고 선언하지 않았고, 심사 중 세 바퀴 선행기술을 피하기 위해 네 개로 보정한 사실도 없다고 가정한다.

관련 선행기술 P세 바퀴 주행부와 막대형 조향레버인 막대형 틸러(tiller)를 가진 운반차이다. 피고 제품 Q도 세 바퀴지만 원형 조향휠과 차동 조향링크를 채택한다. 다음 사실도 전문가 시험과 증거에 의해 입증되었다고 가정한다.

  • Q의 세 바퀴 주행부는 청구항 1의 네 바퀴 주행부와 실질적으로 같은 차체 지지·이동 기능을 수행한다.
  • 두 주행부는 하중을 복수의 접지점에 분산하고 바퀴의 회전접촉으로 차체를 이동시키는 실질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 Q의 능동 자세제어와 바퀴 배치로 인해 적재하중·회전반경·전복 안정성의 차이는 비실질적이고, 실질적으로 같은 운반 결과를 낸다.
  • 합리적인 사실판단자는 세 바퀴 주행부를 네 바퀴 주행부의 균등물로 인정할 수 있으며, 그렇게 인정해도 "네 개"라는 한정이 모든 차량에서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가정한다. 이는 이 사건의 구체적 구조·용도·효과를 놓고 봤을 때 세 바퀴가 네 바퀴와 거의 동일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기초한 사안 특수적 판단이다.
  • P는 세 바퀴 주행부를 개시하지만 원형 조향휠이나 차동 조향링크는 개시하지 않는다.
  • 통상의 기술자가 P의 틸러를 청구항 2의 조향구조로 변경할 동기나 합리적 성공 기대가 없었고, 그 조합은 예상하기 어려운 고속 안정성 향상을 보였다. 즉 종속항 가상청구항의 비자명성도 입증된 것으로 가정한다.
구분 바퀴 주행부 조향구조 법적 역할
실제 청구항 1 네 바퀴의 복합 주행부 제한 없음 넓은 독립항
실제 청구항 2 네 바퀴의 복합 주행부 원형 조향휠 + 차동 조향링크 좁은 종속항
선행기술 P 세 바퀴 주행부 틸러 균등범위의 장벽
피고 제품 Q 세 바퀴 주행부 원형 조향휠 + 차동 조향링크 침해 판단 대상

4.2 제1 관문: 세 바퀴 주행부는 네 바퀴 주행부의 균등물인가

Q는 세 바퀴이므로 "네 개의 바퀴"를 문언상 충족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실만으로 균등론이 종료되지는 않는다. Corning GlassDeere에 따라 문제는 빠진 물리적 바퀴 하나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Q의 세 바퀴 주행부가 청구된 복합 주행부 한정과 실질적으로 같은 기능을 같은 방식으로 수행하여 같은 결과를 내는지, 그리고 그 판단이 "네 개"라는 한정을 완전히 소멸시키는지이다.

이 사례에서는 위 사실들이 입증되어 요소별 균등성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가정한다. 다만 실제 사건에서 네 바퀴가 하중분산이나 고장안전성을 위한 본질적 구조라면 세 바퀴와의 차이는 실질적일 수 있다. 청구항이 "제1 바퀴, 제2 바퀴, 제3 바퀴 및 제4 바퀴"를 각각 별도 한정으로 나열했다면, 제4 바퀴에 대응하는 균등물을 찾지 못해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에서 끝날 가능성도 훨씬 높다.

따라서 이 첫 관문에서 세 바퀴 주행부가 균등물이 아니거나 수량 한정을 소멸시킨다고 판단되면, 독립항 1뿐 아니라 이를 인용하는 종속항 2도 동일한 이유로 균등 비침해가 된다. 그 경우에는 가상청구항이나 선행기술 포섭을 논할 필요가 없다.

4.3 제2 관문 ― 독립항 1: 선행기술 포섭으로 인한 균등 비침해

제1 관문을 통과했다는 전제에서 Q를 문언상 포섭하는 최소 가상청구항을 만든다. 예컨대 "세 개 또는 네 개의 바퀴로 이루어진 주행부를 포함하는 운반차"이다. 이 가상청구항은 세 바퀴 주행부를 가진 선행기술 P를 그대로 포섭한다. 신규성 단계에서 이미 막히므로, 특허권자는 청구항 1의 균등범위를 Q까지 확장할 수 없다. 따라서 청구항 1은 문언 비침해이자 ensnarement에 의한 균등 비침해이다.

가상청구항을 단순히 "바퀴의 집합을 포함하는 차량"으로 만들면 안 된다. 피고 제품을 포섭하는 데 필요한 범위를 넘어 두 바퀴·한 바퀴 차량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Jang이 강조하듯 가상청구항은 주장하는 등가범위를 충실히 반영해야 하며, 소송상 편의를 위해 다른 부분을 새로 좁혀 선행기술을 피해서도 안 된다.

4.4 제3 관문 ― 종속항 2: 추가 한정으로 인한 균등침해 가능

Q는 청구항 2가 인용하는 "네 개의 바퀴"를 충족하지 않으므로 종속항 2도 문언 비침해다. 그러나 독립항 1의 균등 비침해 이유는 대응 균등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1 관문에서 균등성을 잠정 인정했음에도 그 균등범위가 선행기술 P를 포섭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Wilson에 따라 종속항의 추가 한정을 포함하여 별도로 분석한다.

종속항 2의 가상청구항은 "세 개 또는 네 개의 바퀴로 이루어진 주행부원형 조향휠 및 차동 조향링크를 포함하는 운반차"가 된다. 이 가상청구항은 Q를 문언상 포섭하지만 틸러만 가진 P에는 읽히지 않는다. 또한 가정된 증거 아래에서는 다른 선행기술과의 결합에 의한 비자명성 공격도 극복한다. 따라서 선행기술은 종속항 2에 대해 주장된 균등범위를 차단하지 않는다.

출원경과 금반언, 공중 제공 등 다른 제한도 없다는 전제에서는 종속항 2의 균등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 논리구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선행 전제: 세 바퀴 주행부가 복합 주행부 한정의 균등물이고, "네 개"라는 한정을 무시(vitiation)하지는 않는다.

독립항 1의 실패 이유: 기술적 균등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장된 균등범위가 선행기술 P를 포섭하기 때문이다.

종속항 2의 생존 이유: 추가된 조향구조가 종속항의 가상청구항을 P와 특허적으로 구별한다.

따라서: 위 전제들이 모두 증명된 특수한 경우에만 더 넓은 독립항은 균등 비침해이고 더 좁은 종속항은 균등침해가 될 수 있다.


5. "독립항 비침해인데 종속항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 반대 사례

이 역설은 "모든" 독립항 비침해 사건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독립항이 비침해인 이유가 결정적이다. Wilson은 독립항에서 특정 한정 또는 그 균등물을 피고 제품에서 찾을 수 없어서 비침해라면, 그 한정을 그대로 포함하는 종속항도 같은 이유로 비침해라고 구별했다.

실제로 Antonious v. Spalding & Evenflo Cos., 44 F. Supp. 2d 732, 742–43 (D. Md. 1998)은 독립항과 피고 골프클럽 사이의 실질적 차이가 종속항의 추가 한정으로 줄어들지 않았으므로 종속항 균등침해 주장도 배척했다. 반대로 독립항의 요소별 균등성은 인정될 수 있지만 그 범위가 선행기술을 포섭한다는 이유만으로 막힌 경우에만, 종속항의 추가 한정이 선행기술과 거리를 만들어 주는지 별도로 살펴볼 실익이 생긴다.

결국 "독립항 비침해 → 종속항 비침해"라는 일반명제가 폐기되는 것이 아니다. 대응 균등물의 부재로 인한 비침해선행기술 포섭으로 인한 균등범위 제한을 구별해야 한다는 의미다.


6. 청구항 작성 노하우: 넓이보다 '살아남는 층'을 설계하라

팁 1. 독립항 하나에 모든 기대를 걸지 말고 계단식 청구항군을 만든다

가장 넓은 독립항은 사업상 중요하지만 선행기술과 가장 가깝다. 반대로 지나치게 좁은 실시예 청구항은 유효하더라도 회피하기 쉽다. 따라서 상위개념의 독립항, 핵심 결합관계를 추가한 중간 종속항, 상업적 실시형태를 보호하는 좁은 종속항을 단계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각 종속항의 추가 한정은 단순 장식이 아니라, 예상 선행기술 조합과 예상 회피설계 사이에 실제 특허적 거리를 만드는 특징이어야 한다.

차량 사례에서는 다음과 같은 스펙트럼을 검토할 수 있다.

  • 독립항: 복수 바퀴 주행부를 가진 운반차.
  • 중간 종속항: 조향 입력을 좌우 조향각 차이로 변환하는 링크.
  • 병렬 종속항: 능동 자세제어 또는 하중에 따른 조향비 보정.
  • 좁은 종속항: 특정 링크의 기하관계와 제어범위.

단, 종속항 수만 늘리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각 항이 서로 다른 선행기술 장벽과 회피경로를 담당하도록 '역할'을 배분해야 한다.

팁 2. 수량을 개별 부품 나열로 쓸지, 기능적 집합으로 쓸지 의식적으로 선택한다

"제1 바퀴, 제2 바퀴, 제3 바퀴 및 제4 바퀴"와 "차체를 지지하는 바퀴 주행부"는 분석 단위와 해석의 여지가 다르다. 전자는 네 개의 개별 구성을 명확히 고지하지만 한 개를 제거한 설계에 취약할 수 있다. 후자는 다양한 바퀴 수를 포괄할 가능성이 있지만 선행기술도 넓게 끌어들인다. 실무적으로는 상위항에서 기능적 집합을 청구하고, 종속항에서 "네 개", "적어도 세 개", 특정 배치관계 등을 병렬로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미국 실무에서 comprising은 개방형 전이어이므로 "네 개의 바퀴를 포함한다"가 반드시 정확히 네 개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추가 바퀴를 배제하려면 문언과 명세서의 일관된 설계가 필요하다.

팁 3. 명세서에는 대체수단을 충분히 개시하되, 중요한 대안은 실제로 청구한다

대체수단을 명세서에 적지 않으면 지원요건·실시가능요건과 후속출원에서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개시한 대안을 어느 청구항에서도 포착하지 않으면 Johnson & Johnston의 공중 제공 법리에 따라 그 대안을 균등론으로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스프링, 자석, 탄성체' 또는 '3바퀴, 4바퀴, 궤도'처럼 상업적으로 중요한 대안은 상위개념과 병렬 종속항으로 실제 청구하는 것이 안전하다. 예산상 모든 대안을 당장 청구하기 어렵다면 계속출원(continuation) 전략과 청구 우선순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팁 4. 명세서에서 불필요한 필수성 표현을 줄인다

"반드시", "본 발명의 핵심은 오직 네 바퀴에 있다", "다른 수량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와 같은 표현은 나중에 세 바퀴를 균등물로 주장할 때 치명적이다. 실시예의 장점과 발명의 필수요건을 구별하고, 특정 실시형태의 설명을 전체 발명의 정의로 오해하지 않도록 작성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표현을 모호하게 만들라는 뜻은 아니다. 해결하려는 기술적 과제, 각 구성의 기능, 대체 가능한 구조와 대체하기 어려운 구조를 구분하여 설명해야 균등성의 기능·방식·결과 분석에도 도움이 된다.

팁 5. '동일한 결과'뿐 아니라 방식과 상호작용을 써 둔다

균등론은 "결과가 비슷하다"는 한 문장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명세서에는 각 요소가 어떤 입력을 받아, 어떤 물리·화학·논리 작용을 거쳐, 다른 요소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어떤 결과를 내는지를 기록하는 것이 좋다. 대체요소가 출원 후 등장하더라도 그 작동원리를 기존 요소와 비교할 언어가 생기기 때문이다. 차량 사례라면 단순히 '안정성이 향상된다'고 쓰기보다, 조향입력이 링크를 통해 좌우 바퀴에 상이한 각도로 전달되고 회전반경과 전복모멘트를 줄이는 과정을 설명하는 편이 강하다.

팁 6. 심사 대응 때 미래의 균등범위를 함께 계산한다

거절이유를 피하기 위해 수치, 위치, 재료를 쉽게 추가하면 등록은 빨라질 수 있지만 출원경과 금반언의 대가가 생긴다. 보정 전에는 적어도 다음을 검토해야 한다.

  • 이 한정은 어느 선행기술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가.
  • 더 좁지 않은 다른 구별점으로 대응할 수 있는가.
  • 보정 이유를 기록상 정확하고 제한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 보정 후 경쟁사가 선택할 가장 쉬운 대체수단은 무엇인가.
  • 그 대체수단을 다른 청구항 또는 계속출원에서 문언으로 잡을 수 있는가.

팁 7. 장치·방법·제어 청구항을 병행한다

구조 수량을 바꾸기 쉬운 분야에서는 장치항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 동일한 상업적 행위를 조향방법, 하중분산 제어방법, 센서 신호 처리방법 등 다른 침해 축에서 포착할 수 있는지 검토한다. 다만 방법항은 모든 단계의 단일주체 수행, 입증 가능성, 해외 수행 단계 등 별도의 집행 리스크가 있으므로 실제 공급망과 로그 확보 가능성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7. 균등침해 대비 종합 체크리스트 — 출원·심사·침해 분석

  • 청구항의 각 물리적 명사와 법적 한정사항을 구별하고, 침해 대비표를 한정사항별로 작성했는가.
  • 피고 제품에서 문언상 빠진 부품만 확인한 것이 아니라, 그 한정의 기술적 역할을 수행하는 대체구조가 다른 위치나 부품 조합에 있는지도 검토했는가.
  • 주장하는 균등물이 명확한 수량·공간·구조 한정을 사실상 삭제하는지 검토했는가.
  • 가장 가까운 선행기술을 기준으로 독립항과 각 종속항의 '가상청구항'을 미리 만들어 보았는가.
  • 예상 경쟁제품을 포함하도록 최소한으로 넓혔을 때 어떤 선행기술이 포섭되는가.
  • 각 종속항의 추가 한정이 신규성뿐 아니라 비자명성까지 지탱하는가.
  • 숫자·방향·위치·재료 한정이 기술적으로 필수인지, 단지 실시예의 습관적 표현인지 구별했는가.
  • 명세서에 개시한 핵심 대안을 실제 청구항 또는 계속출원 계획으로 포착했는가.
  • 각 요소의 기능·작동방식·결과와 요소 간 상호작용을 설명했는가.
  • 심사 중 보정이 특허성 관련 보정인 경우 Festo 추정에 따른 포기 범위와 반증 가능성을 검토했는가.
  • 심사 중 포기한 범위와 그 이유가 기록상 명확한가.
  • 침해소송에서 필요한 전문가 시험, 도면, 역설계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가.

8. 결론: 가장 넓은 항이 항상 가장 강한 항은 아니다

균등론은 청구항을 사후에 마음대로 넓히는 제도가 아니다. 문언의 사소한 변경으로 특허의 실질을 탈취하는 행위를 막되, 선행기술·심사기록·청구항의 공시 기능이 정한 경계 안에서만 작동한다. Wilson의 가상청구항 분석은 바로 그 경계를 가시화한다. "피고 제품을 문자적으로 포함하는 청구항을 출원 당시 실제로 받을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라면, 그 범위는 균등론으로도 얻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질문에 앞서 "피고 제품에 각 청구항 한정 또는 그 균등물이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물리적 부품 하나가 없다는 사실은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니다. 대체구조가 해당 한정의 기술적 역할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지, 그리고 이를 균등물로 인정하면 명시적인 수량·구조 한정이 소멸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 요소별 균등성 관문에서 실패하면 독립항과 종속항 모두 비침해이고, 가상청구항 분석으로 넘어갈 수 없다.

그러나 독립항의 균등범위가 선행기술 때문에 막혔다고 해서 모든 종속항이 자동으로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종속항의 추가 한정이 선행기술과 의미 있는 특허적 거리를 만들면, 더 좁은 종속항의 가상청구항은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것이 "더 넓은 청구항은 비침해인데 더 좁은 청구항은 균등침해"가 가능한 정확한 이유다. 따라서 좋은 청구항 세트는 단순히 넓은 권리 하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선행기술과 회피설계를 견디는 여러 층의 방어선이다.

다만 실제 사건에서는 가상청구항의 문안, 관련 선행기술의 범위, §102·§103 판단, 요소별 균등성, 출원경과 금반언과 공중 제공 여부가 모두 증거에 따라 달라진다. 이 칼럼의 차량 사례는 법리를 설명하기 위한 가정이며, 구체적 미국 특허의 침해·유효성 의견을 대신하지 않는다.


주요 판례 및 논문

  1. Wilson Sporting Goods Co. v. David Geoffrey & Associates, 904 F.2d 677 (Fed. Cir. 1990) — 가상청구항 분석과 선행기술 포섭 금지, 독립항과 종속항의 별도 검토.
  2. Warner-Jenkinson Co. v. Hilton Davis Chemical Co., 520 U.S. 17 (1997) — 균등론의 존속과 요소별 분석, all-elements rule의 연방대법원 차원 재확인.
  3. Corning Glass Works v. Sumitomo Electric U.S.A., 868 F.2d 1251 (Fed. Cir. 1989) —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의 element는 청구항 한정사항을 뜻하며, 균등물이 반드시 대응 물리부품에 존재할 필요는 없다.
  4. Jang v. Boston Scientific Corp., 872 F.3d 1275 (Fed. Cir. 2017) — 적법한 가상청구항, 입증책임 배분 및 가상청구항의 확장 한계.
  5. Deere & Co. v. Bush Hog, LLC, 703 F.3d 1349 (Fed. Cir. 2012) — 요소 소멸은 독립된 기계적 예외가 아니며, 단순한 문언상 부재로 균등론을 단축해서는 안 된다.
  6. Freedman Seating Co. v. American Seating Co., 420 F.3d 1350 (Fed. Cir. 2005) — 미끄럼 장착과 회전 장착의 구조·작동방식 차이로 균등침해를 부정한 사례.
  7. Moore U.S.A. v. Standard Register Co., 229 F.3d 1091 (Fed. Cir. 2000) — '과반'과 47.8%의 차이에서 수량 한정의 소멸을 이유로 균등침해를 부정한 사례.
  8. Antonious v. Spalding & Evenflo Cos., 44 F. Supp. 2d 732 (D. Md. 1998)Wilson의 독립항·종속항 구별을 적용하고, 사실관계상 종속항 균등침해를 부정.
  9. Johnson & Johnston Associates Inc. v. R.E. Service Co., 285 F.3d 1046 (Fed. Cir. 2002) (en banc) — 명세서에 개시했으나 청구하지 않은 주제의 공중 제공 법리.
  10. Jorge L. Contreras, "Wilson Sporting Goods and Hypothetical Patent Claims: A New Slice at the Doctrine of Equivalents," 1 Fed. Cir. B.J. 11 (1991) — 가상청구항 테스트의 방법론과 특허성 분석을 침해 판단에 도입한 의미에 관한 초기 논평.

How Patents Evolved from Defensive Tools for Securing Freedom to Operate into Strategic Assets for Commercial Monetization

From securing Freedom to Operate as a defensive measure to deploying patents as strategic commercial assets: an examination of how Fra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