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ly 30, 2026

미국 특허청구항 해석(Claim Construction) 법리 종합 — 판례·원칙·실무 완전 가이드

미국 특허청구항 해석(Claim Construction) 법리 종합 — 판례·원칙·실무 완전 가이드

미국 특허청구항 해석(Claim Construction) 법리 종합
— 판례·원칙·실무 완전 가이드

전 연방순회항소법원(CAFC) 판사 자일스 리치(Giles S. Rich)의 말 한마디는 미국 특허 실무의 본질을 압축한다.

"특허 소송의 승패는 청구항에 달려 있다.
(The name of the game is the claim.)"

특허권자가 타인의 무단 실시를 배제할 수 있는 권리, 즉 배제권(Right to Exclude)의 법적 경계는 오직 청구항이 획정한다. 그 경계를 객관적으로 확정하는 사법적 작업이 바로 특허청구항 해석(Claim Construction)이며, 침해 여부와 유효성 판단 모두 이 단계의 결론 위에서 전개된다.

이 글은 미국 법원의 청구항 해석 법리를 ① 사법 구조와 핵심 판례, ② 해석의 기준 독자인 통상의 기술자(POSITA), ③ Phillips 증거 위계, ④ 명세서 제한이 청구항을 한정하는 4대 통로, ⑤ 형식주의적 명확성 판단을 배척하는 4대 한계 법리, ⑥ BRI와 Phillips 기준의 비교, ⑦ 수단-기능 청구항의 특별 법리 순으로 종합 해설한다.


1. 청구항 해석의 사법 구조와 핵심 판례

가. 판사의 전속적 권한 — Markman v. Westview Instruments (1996)

과거 미국 특허 소송에서는 청구항 해석이 배심원에게 맡겨져 평결의 불확실성이 컸다. 1996년 연방대법원은 Markman 판결을 통해 이 문제를 정리했다. 특허 청구항의 해석은 본질적으로 서면 법적 문서의 해석 영역에 속하므로 판사(Judge)의 전속적인 법률 문제(Matter of Law)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침해 여부를 배심원이 본격적으로 심리하기 전에, 판사가 쟁점 용어의 의미를 확정하는 사전 심리 절차인 마크먼 청문회(Markman Hearing)와 그 결과물인 마크먼 결정(Markman Order)이 미국 특허 소송의 필수 제도로 정착되었다. 판사는 의미 명확화를 위해 청구항에 없는 용어를 해석문에서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으나, 청구항 자체를 임의로 재작성(Rewrite)할 수는 없다.

나. 심사 기준의 이원화 — Teva Pharmaceuticals v. Sandoz (2015)

Markman 이후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은 하급심의 청구항 해석 전부를 전면적 무구속(De novo) 기준으로 재심사해 왔다. 그러나 2015년 연방대법원은 Teva 판결을 통해 기준을 이원화했다.

  • 판사가 명세서·출원경과 등 내재적 증거(Intrinsic Evidence)만으로 해석한 법률적 결론 → 항소심에서 전면 재검토(De Novo Review)
  • 기술 용어 이해를 위해 전문가 증언 등 외재적 증거(Extrinsic Evidence)를 채택하여 내린 하위 사실인정(Subsidiary factual findings)명백한 오류 기준(Clear Error Standard)으로 존중

다. 실제 다툼의 사법적 해결 의무 — O2 Micro v. Beyond Innovation

양 당사자 간에 특정 청구항 용어의 법적 범위를 두고 실제 분쟁(Actual dispute)이 발생한 경우, 법원은 "해당 용어는 통상적 의미를 갖는다"고 판단을 회피하거나 배심원에게 해석을 넘겨서는 안 된다. 당사자 간의 논쟁을 사법적으로 확실하게 해결(Resolve)하여 경계를 정해줄 의무가 법원에 있다.


2. 해석의 기준 독자 — 통상의 기술자(POSITA)

청구항 문언이 이해되는 객관적 기준선은 발명 당시 해당 기술 분야의 통상의 기술자(Person of Ordinary Skill in the Art, POSITA)의 관점이다.

  • 가상의 인물: POSITA는 실제 특정 개인이 아니라, 발명이 속한 분야의 평균적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관련 선행기술 및 기술적 배경지식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법적 가상 인물이다.
  • 시간적 기준: 청구항 용어는 후대의 발전된 기술이 아닌, 오직 유효출원일(Effective Filing Date) 시점의 기술 수준을 기준으로 해석된다.
  • 맥락적 해독: POSITA는 다투어지는 용어를 고립되게 읽지 않는다. 해당 청구항 문맥뿐 아니라 명세서 전체·도면·출원경과라는 내재적 기록 전체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해독하는 존재로 전제된다.

3. 증거의 위계와 Phillips 방법론

2005년 CAFC 전원합의체(En Banc) 판결인 Phillips v. AWH Corp.는 청구항 해석에 사용할 수 있는 증거의 우선순위와 위계(Hierarchy of Evidentiary Weight)를 체계화했다. 단, 이 우선순위는 "무엇부터 참작해야 하는가"의 참작 순위가 아니라 "증거 가치의 상대적 우선순위"로 이해해야 한다. 내재적 증거와 충돌하지 않는 한, 외재적 증거를 먼저 살펴보는 것 자체는 허용되며 통상의 기술자의 눈으로 해석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증거의 우선순위 위계 (Phillips v. AWH)
  1. 청구항 문언 자체 (Claims) — 해석의 시작점이자 종착지
  2. 특허 명세서 (Specification) — "Single best guide"
  3. 출원경과 기록 (Prosecution History) — 공적 교섭 기록

─ 내재적 증거의 벽 ─

  1. 외재적 증거 (Extrinsic Evidence) — 사전·학술문헌·전문가 증언 등, 보조적 한계 내에서만 참고

가. 내재적 증거(Intrinsic Evidence) — 최우선 증거 자료

  • 청구항 문언: 동일 특허의 독립항과 종속항 비교를 통한 청구항 분화의 원칙(Doctrine of Claim Differentiation)도 강력한 해석 도구다. 종속항이 특정 제한을 추가하면 독립항에는 그 제한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 명세서: 발명자가 단어를 기술적 문맥 속에서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려주는 사전 역할을 한다.
  • 출원경과: 출원인이 선행기술을 회피하기 위해 특정 구성을 좁히거나 권리범위를 명시적으로 포기(Clear Disavowal)한 진술이 있다면, 소송 단계에서 이와 모순되는 넓은 범위를 다시 주장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출원경과상 권리범위 포기 법리(Prosecution Disclaimer)가 적용된다.

나. 외재적 증거(Extrinsic Evidence) — 제한적 보조 자료

기술 사전, 학술 논문, 전문가 증언, 발명자 사후 증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소송을 위해 사후 편향적으로 고용된 전문가의 증언은 신뢰성이 낮고, 공표된 내재적 기록의 명확한 기재를 뒤집거나 변경(Vary or Contradict)하는 결정적 근거로 기능할 수 없다.

Phillips는 사전적 의미를 먼저 최광범위하게 도출한 뒤 명세서에 명시적 제한이 없으면 이를 청구범위로 인정하던 Texas Digital 계열의 사전 우선주의를 공식 폐기했다. 단어는 추상적 사전 언어가 아니라 특정 특허 명세서의 기술적 문맥 속에서 읽혀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이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신뢰성 있는 외재적 증거를 참고·검증용으로 살펴보는 조화로운 접근 자체는 허용된다(Pitney Bowes).


4. 명세서 제한이 청구항을 한정(Narrowing)하는 4대 통로

미국 특허 소송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난제는 "명세서를 참작하여 청구항을 읽는 것(Reading in view of the specification)""명세서의 제한을 청구항에 부당하게 읽어 넣는 것 (Importing limitations from the specification into the claims)" 사이의 경계를 긋는 일이다.

명세서의 구체적인 제한이 청구항의 권리범위를 좁히기 위해서는, 단순히 "발명의 핵심처럼 보인다"는 사후적 주관적 판단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다음 4가지 객관적 법리 중 하나를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명세서 제한의 청구항 한정(Narrowing) 4대 통로
① 명시적 정의 (Lexicography) "As used herein, A means B"로 선언
② 명백한 부인 (Disavowal) "The present invention is limited to…" 대안 비판 및 포기
③ 묵시적 정의 (Implication) 명세서 전체 서사가 단 하나의 구성을 필수요소로 일관 묘사
④ 연결고리 (Hook 법리) 청구항에 명세서 제한 기재를 당겨올 "언어적 Hook" 단어 존재

① 명시적 정의 — Lexicographer Rule

특허출원인이 명세서 내에서 특정 용어의 의미를 업계의 일반적인 통상 의미와 다르게 직접 사전식으로 정의한 경우, 발명자는 스스로 단어를 정의하는 "자신의 사전 편찬자(Lexicographer)"가 된다.

이 특별 정의는 명세서 내에 "합리적인 명확성, 의도성, 그리고 정밀성(Reasonable clarity, deliberateness, and precision)"을 가지고 명시되어야 한다. 표지 문구로는 "As used herein…", "refers to", "is defined as" 등이 주로 사용된다. 가장 강력하고 명확한 제한 통로이므로, 출원서 작성 시 불필요하게 좁은 정의를 내리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② 명백한 부인 및 권리포기 — Clear and Unmistakable Disavowal

출원인이 명세서나 심사 과정(출원경과)에서 특정 기술이나 대안적 구성을 자신의 발명 범위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제한한 경우에 적용된다. 이 포기 진술은 POSITA나 합리적 경쟁자가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틀림없는(Clear and unmistakable)" 수준이어야 하며, 모호하거나 다의적인 서술만으로는 disavowal이 성립하지 않는다.

대표 판례인 SciMed Life Systems v. Advanced Cardiovascular Systems (2001)에서, 출원인은 명세서에서 coaxial 구조가 "발명의 모든 실시예의 기본 구조"라고 서술하고 dual lumen 구조를 명시적으로 배제(폄하, Disparagement)했다. 비록 청구항 문언에는 제한이 없었음에도 법원은 청구범위를 coaxial 구조로 한정 해석했다. 또한 "The present invention is…"이라는 표현과 특정 구조를 반복적·필수적으로 결합하여 단정 서술하는 경우 disavowal로 인정되어 권리범위가 좁게 묶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③ 발명 전체에 대한 일관·반복적 기재 — Definition by Implication

직접적인 정의 문구나 포기 선언이 없더라도, 명세서 전체가 발명의 성격과 목적을 오직 하나의 특정 구조로만 일관되게 묘사하여 묵시적으로 범위를 한정하는 경우다.

단순히 바람직한 실시예(Preferred embodiment)가 하나만 기재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청구범위를 좁힐 수 없다. 그러나 모든 도면과 실시예가 예외 없이 특정 구성을 전제하고, 발명이 달성하고자 하는 핵심 과제나 작용 효과가 오직 그 특정 구조에 의해서만 실현된다는 사실이 명세서 서사 전체를 통해 증명되는 경우 묵시적 한정이 인정된다.

대표 판례인 C.R. Bard, Inc. v. U.S. Surgical Corp., 388 F.3d 858 (Fed. Cir. 2004)에서, 쟁점이 된 Claim 20에는 "pleated(주름진)"라는 수식어 없이 단순히 "plug"라고만 기재되어 있었다. 다른 청구항들이 "pleated plug"를 명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허권자 C.R. Bard는 청구항 차별화 원칙(Claim Differentiation)을 근거로 Claim 20의 범위를 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명세서의 Summary of Invention과 Abstract 전체가 발명을 일관되게 "pleated surface를 가진 플러그"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심사·재심사 과정에서 출원인이 "선행기술의 플러그에는 주름(pleats)이 없다"고 스스로 진술한 출원경과가 결합되어, 청구항 차별화 원칙의 추정을 깨뜨리고 Claim 20을 주름진 플러그로 한정 해석했다.

📌 판례 해설 — Implication 법리의 핵심 구조

이 판결은 직접적인 Lexicography 선언이나 Disavowal 진술이 없는 상황에서도 묵시적 한정이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교과서적인 사례다. 주목할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청구항 차별화 원칙(Claim Differentiation)과의 충돌: 다른 청구항들이 "pleated"를 명시하고 있어 Claim 20에는 그 제한이 없다는 추정이 발생하지만, 내재적 증거 전체가 이 추정을 압도하면 Claim Differentiation의 효과는 깨진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다.

둘째, 명세서의 "발명 요약(Summary)" 및 "초록(Abstract)" 위치의 중요성: 단순한 실시예(Embodiment) 기재가 아니라 발명 전체를 요약하는 공적 위치 (Summary of Invention, Abstract)에서 특정 구조를 필수 요건으로 일관 묘사한 경우, 그 서술의 한정력이 훨씬 강해진다.

셋째, 출원경과와의 유기적 결합: 명세서의 일관된 기재만으로도 Implication이 성립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심사 과정에서의 진술이 보강 역할을 했다. 이는 Disavowal과 Implication이 협력하는 복합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④ 청구항 내의 언어적 연결고리 — Hook 법리

명세서에 아무리 좁은 제한적 기재가 있더라도, 청구항 내부에서 그 한정사항을 끌어당겨 가져올 수 있는 언어적 연결고리(Hook)가 존재하지 않으면 명세서의 제한을 마음대로 읽어 넣을 수 없다.

대표 사례인 Renishaw PLC v. Marposs에서, 명세서는 "접촉 직후 가능한 한 빨리(instant of contact)" 즉시 트리거가 발생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법원은 청구항 문언에 기재된 "when"이라는 비정밀한 단어를 언어적 연결고리(Hook)로 삼아 명세서의 "지연 없는 즉시 트리거"라는 좁은 제한을 수입하여 한정 해석을 도출했다. 만약 청구항에 이러한 Hook 단어가 없었다면, 명세서의 즉시 트리거 설명을 삽입하는 것은 부당한 limitation importation이 된다.


5. 형식주의적 명확성 판단을 배척하는 4대 한계 법리

미국 특허 법리에는 또 하나의 강력한 통제 축이 흐르고 있다. "청구항 문언 자체의 명확성(Clarity)이나 형식적 표현의 유무에만 기계적으로 의존하여 한정 해석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겉보기에 청구항 문언이 넓고 명확해 보인다거나, 명세서상에 '명시적 포기 기재가 없다'는 형식주의적 기준(formalistic view)만 내세워 권리범위를 단정하는 행위는 엄격히 경계된다.

(1) Converse Reasoning 법리 — 명세서 뒷받침 결여 시 넓은 해석 거부

일각에서는 "명세서 내에 청구항 범위를 좁게 제한하라는 명시적 금지나 포기가 없으므로 청구항 문언 그대로의 넓은 의미를 무조건 인정해야 한다"는 단순 문언주의를 주장한다. 이에 대립하는 법리가 Converse Reasoning이다.

청구항 문언 자체만 보면 명확하게 넓은 해석이 가능하더라도, 명세서(Specification)가 그 넓은 범위 전체를 기술적으로 지지하거나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넓은 해석을 거부하고 좁게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Amdocs (Israel) Ltd. v. Openet Telecom, Inc.(Fed. Cir. 2016), American Calcar, Inc. v. American Honda Motor Co.(Fed. Cir. 2011), Akamai Technologies, Inc. v. Limelight Networks, Inc.(Fed. Cir. 2010) 등 CAFC 판례들은, 문언상 넓은 해석을 허용할 경우 명세서의 기재 범위를 넘어서는 부당한 배타권 확장이 일어나므로, 명세서의 개시 한계에 맞추어 청구항을 좁게 한정하는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 판례 해설 — Converse Reasoning 인용 3판례의 맥락

위 세 판결은 제1 법리로 주목받는 분야가 다르지만, 청구항 해석 단계에서 명세서 뒷받침의 한계를 사법적으로 통제한다는 공통 축을 공유하므로 Converse Reasoning의 지탱 선례로 함께 묶여 인용된다.

Amdocs v. Openet (2016)는 35 U.S.C. § 101 특허적격성 판결로 가장 잘 알려진 사건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 구도는 청구항에 명시되지 않은 기술적 특징을 명세서에서 수입하여 청구항을 좁게 해석해야 하는가의 문제였다. 다수의견은 명세서의 구체적 기술 한정을 청구항에 반영하여 § 101 적격을 인정한 반면, Reyna 판사의 반대의견은 명세서에 없는 제한을 청구항에 수입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 대립 구도 자체가 Converse Reasoning의 쟁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Akamai v. Limelight (2010)는 복수 주체 분할침해 (Divided Infringement)의 귀책(Attribution) 법리로 유명하지만, 그 전제 단계인 청구항 해석에서 특허권자가 명세서에 기재되지 않은 광범위한 네트워크·아키텍처 환경 전체를 청구항으로 독점하려 한 시도를 법원이 명세서 기재 한계를 근거로 거부한 측면에서 Converse Reasoning과 맥을 같이한다. 명세서가 공개한 기여도의 경계를 초과하는 배타적 영토 확장을 제어한다는 정책적 기저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2) Correct BRI 법리 — 형식 논리에 의한 무제한 확장 배척
(In re Smith International, Inc., Fed. Cir. 2017)

특허청(USPTO)의 출원 심사 및 PTAB의 행정 심판에서 적용하는 가장 넓은 합리적 해석(Broadest Reasonable Interpretation, BRI) 기준에서도, 단순히 "명세서에 이 넓은 의미를 제한하거나 뒤집는 명시적 정의나 포기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최광범위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는 형식적 논리는 전면 배척된다.

CAFC는 "올바른 BRI 해석"이란 단순히 명세서와 모순되지 않는 아무 의미나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발명자가 명세서에서 발명을 기술하고 묘사한 구체적인 방식과 실질적으로 일치하고 정합(consistent with the specification)하는 해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세서 전체의 반복적이고 일관된 설명이 특정 기술 범위만을 가리키고 있다면, 단지 청구항 문언이 형식적으로 넓고 포기 기재가 부재하다는 이유만으로 최광범위 해석을 채택해서는 안 된다.

(3) 억지 축소 해석의 금지 — 명확한 범위 하에서의 무효 선언
(Cisco Systems v. Cirrex Systems, Fed. Cir. 2017)

특허권자는 넓게 작성한 청구항이 선행기술이나 기재요건 미비로 무효가 될 위험에 처하면, "유효성을 보존하기 위해 명세서의 좁은 제한을 가져와 청구항을 좁게 해석해 달라(Preserve validity)"고 법원에 억지 한정을 청구하곤 한다.

그러나 Phillips 법원과 연방대법원은 유효성 보존 해석을 "효용이 극히 제한적인 원칙(a doctrine of limited utility)"으로 정의하며, 청구항 문언의 통상적 의미가 애매하지 않고 명확한 경우에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Cisco 판결에서 CAFC는, 청구항 문언의 평이하고 통상적인 의미가 넓고 명확하다면 이를 억지로 좁혀 살려줄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넓은 그 범위 그대로 Written Description support 부족을 이유로 무효(invalid)를 선언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했다. 단순히 "특허를 살려야 한다"는 결과론적 목적에만 기댄 자의적 제한 해석은 엄격히 차단된다.

※ 연방대법원의 선례인 McCarty v. Lehigh Valley Railroad Co.(1895) 역시, 청구항에 없는 요소를 명세서에서 억지로 가져와 선행기술을 피하려는 시도를 "법원이 청구항을 대신 재작성(redraft)할 수는 없다"는 논거를 들어 배척한 바 있다.

(4) 명확성 판단의 본질적 순환성
(Enzo Biochem v. Applera, 2010 / Nautilus v. Biosig Instruments, 2014)

명확성(Clarity)이라는 상태는 정량적으로 고정된 물리량이 아니며, 통상의 기술자가 명세서와 심사기록의 문맥 전체를 해독해야만 도출되는 맥락적 확실성이다. Enzo Biochem은 "청구항이 불명확하다면, 정의상 권리범위 해석(Claim construction)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선언하며, 명확성 판단이 청구항 해석의 논리적 전제조건임을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청구항이 명확한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재적 증거와 기술상식을 총동원하여 청구항 해석을 시도해 보아야 한다"는 본질적인 순환 관계(inextricably intertwined)를 갖는다. 2014년 Nautilus v. Biosig Instruments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확립된 기준에 따라, 문맥 검토를 마친 후에도 POSITA 관점에서 합리적 확실성(Reasonable certainty)을 가지고 권리범위의 경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함이 지속된다면, 법관이 인위적으로 하나의 한정적 의미를 "부여"하여 청구항을 억지로 살려줄 것이 아니라 35 U.S.C. § 112(b)에 따른 불명확성(indefiniteness) 위반으로 무효 처리하는 것이 합당한 사법적 접근이다.


6. 사법적 해석(Phillips)과 행정적 해석(BRI)의 비교

청구항 해석은 절차가 진행되는 행정적·사법적 맥락(Context)에 따라 법적 기준이 분화된다.

비교 구분 특허청 심사 단계 (USPTO / PTAB) 연방법원 침해소송 단계 (District Court)
해석 기준 가장 넓은 합리적 해석 (BRI) 객관적 의미 해석 (Phillips Standard)
해석 목적 부당하게 넓거나 불명확한 청구항이 등록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 등록 특허의 명확한 권리범위를 규명하고 침해 여부 및 유효성 판단
정당성 근거 출원인이 청구항을 자유롭게 보정(Amend)하여 범위를 조정할 기회가 있음 등록된 이후에는 청구항 보정이 불가능함
적용 범위 출원 심사, 재발행(reissue), 재심사(reexamination) 지방법원(District Court) 특허침해소송

제도적 수렴(2018년 PTAB 규칙 개정): 전통적으로 PTAB의 당사자계 무효심판(IPR) 등에서도 BRI가 적용되었으나, 등록 이후에는 보정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불이익이 있었다. USPTO는 2018년 규칙 개정을 통해 등록 후 PTAB 절차에서 만료되지 않은 특허(unexpired patent)에 대해서도 연방법원과 동일한 Phillips 기준을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포럼 간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였다. 단, 만료된 특허 (Expired Patents)는 원래부터 보정이 원천 불가하므로 이전부터 Phillips 기준이 적용되어 왔다.


7. 수단-기능 청구항(Means-Plus-Function)의 특별 해석 법리

미국 특허법 35 U.S.C. § 112(f) [구 § 112(6)]에 해당하는 수단-기능 청구항은 일반적인 문언 한정 해석과 다른 매우 엄격한 법정 한정 규칙이 적용된다.

  • 범위의 법정 제한: "~하기 위한 수단(Means for…)" 형식으로 구성요소를 기능적으로만 기재한 청구항은 문언 그대로 해석되지 않고, 명세서에 개시된 대응 구조(Corresponding structure) 및 그 균등물(Equivalents)의 범위로 한정 해석된다. 이는 문언침해 판단에서도 명세서 기재 구조나 그 균등물이 피고 제품에 존재해야만 침해가 성립하므로, 권리범위를 광범위하게 기능적으로 확장하려던 특허권자에게 강력한 제한 장벽으로 작동한다.
  • Williamson 판결 법리: 청구항에 "means"라는 단어가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module", "unit", "mechanism"과 같이 기술적 구조가 결여된 모호한 명사(Nonce word)를 사용하여 기능을 청구한 경우, 실질적으로 § 112(f)가 발동되어 명세서 상의 구조로 범위가 축소 제한될 위험이 있다.

8. 결론 및 실무적 시사점

미국 법원의 특허청구항 해석 법리는 일관되게 "사법부와 제3자의 객관적 예측가능성 확보"라는 정책적 목표를 지향한다. 법관은 판결의 실체적 타당성이나 침해 성립 여부에 끼워 맞추기 위해 사후적으로 청구항을 좁히거나 넓히는 자의적 해석을 지양해야 하며, 오직 특허 문서가 POSITA에게 전달하는 객관적 기재 한계를 확정해야 한다.

실무자를 위한 핵심 교훈은 다음과 같다.

  • 출원·명세서 작성 단계: 사후 소송에서 발생할 마크먼 청문회를 예견해야 한다. 지나치게 넓은 문언 기재는 선행기술에 의해 무효가 될 위험이 크다.
  • Disavowal 함정 경계: 특정 실시예만 일관되게 강조하거나 대안 기술을 섣불리 비판(Disavowal 유발)할 경우, 권리범위가 뜻하지 않게 축소 해석되는 치명적인 덫이 될 수 있다.
  • 종속항 전략: 독립항이 선행기술로 무효화될 경우를 대비하여, 명세서의 실시예와 연결된 종속항을 다단계로 촘촘히 설계하는 방어 전략이 필수적이다.
  • Hook 단어 설계: 명세서의 기술적 제한을 청구항에 연결하는 언어적 Hook을 의도적으로 배치할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배제할 것인지를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 포럼 전략: 2018년 PTAB 규칙 개정 이후 IPR과 법원의 청구항 해석 기준이 Phillips로 통일됨에 따라, 포럼 선택이 권리범위 결론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줄었음을 인식해야 한다.

특허는 청구항이라는 언어로 된 법적 문서다. 그 언어의 의미를 정확히 설계하고, 방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곧 특허 전략의 핵심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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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연방순회항소법원(CAFC) 판사 자일스 리치(Giles S. Rich)의 말 한마디는 미국 특허 실무의 본질을 압축한다.

"특허 소송의 승패는 청구항에 달려 있다.
(The name of the game is the claim.)"

특허권자가 타인의 무단 실시를 배제할 수 있는 권리, 즉 배제권(Right to Exclude)의 법적 경계는 오직 청구항이 획정한다. 그 경계를 객관적으로 확정하는 사법적 작업이 바로 특허청구항 해석(Claim Construction)이며, 침해 여부와 유효성 판단 모두 이 단계의 결론 위에서 전개된다.

이 글은 미국 법원의 청구항 해석 법리를 ① 사법 구조와 핵심 판례, ② 해석의 기준 독자인 통상의 기술자(POSITA), ③ Phillips 증거 위계, ④ 명세서 제한이 청구항을 한정하는 4대 통로, ⑤ 형식주의적 명확성 판단을 배척하는 4대 한계 법리, ⑥ BRI와 Phillips 기준의 비교, ⑦ 수단-기능 청구항의 특별 법리 순으로 종합 해설한다.


1. 청구항 해석의 사법 구조와 핵심 판례

가. 판사의 전속적 권한 — Markman v. Westview Instruments (1996)

과거 미국 특허 소송에서는 청구항 해석이 배심원에게 맡겨져 평결의 불확실성이 컸다. 1996년 연방대법원은 Markman 판결을 통해 이 문제를 정리했다. 특허 청구항의 해석은 본질적으로 서면 법적 문서의 해석 영역에 속하므로 판사(Judge)의 전속적인 법률 문제(Matter of Law)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침해 여부를 배심원이 본격적으로 심리하기 전에, 판사가 쟁점 용어의 의미를 확정하는 사전 심리 절차인 마크먼 청문회(Markman Hearing)와 그 결과물인 마크먼 결정(Markman Order)이 미국 특허 소송의 필수 제도로 정착되었다. 판사는 의미 명확화를 위해 청구항에 없는 용어를 해석문에서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으나, 청구항 자체를 임의로 재작성(Rewrite)할 수는 없다.

나. 심사 기준의 이원화 — Teva Pharmaceuticals v. Sandoz (2015)

Markman 이후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은 하급심의 청구항 해석 전부를 전면적 무구속(De novo) 기준으로 재심사해 왔다. 그러나 2015년 연방대법원은 Teva 판결을 통해 기준을 이원화했다.

  • 판사가 명세서·출원경과 등 내재적 증거(Intrinsic Evidence)만으로 해석한 법률적 결론 → 항소심에서 전면 재검토(De Novo Review)
  • 기술 용어 이해를 위해 전문가 증언 등 외재적 증거(Extrinsic Evidence)를 채택하여 내린 하위 사실인정(Subsidiary factual findings)명백한 오류 기준(Clear Error Standard)으로 존중

다. 실제 다툼의 사법적 해결 의무 — O2 Micro v. Beyond Innovation

양 당사자 간에 특정 청구항 용어의 법적 범위를 두고 실제 분쟁(Actual dispute)이 발생한 경우, 법원은 "해당 용어는 통상적 의미를 갖는다"고 판단을 회피하거나 배심원에게 해석을 넘겨서는 안 된다. 당사자 간의 논쟁을 사법적으로 확실하게 해결(Resolve)하여 경계를 정해줄 의무가 법원에 있다.


2. 해석의 기준 독자 — 통상의 기술자(POSITA)

청구항 문언이 이해되는 객관적 기준선은 발명 당시 해당 기술 분야의 통상의 기술자(Person of Ordinary Skill in the Art, POSITA)의 관점이다.

  • 가상의 인물: POSITA는 실제 특정 개인이 아니라, 발명이 속한 분야의 평균적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관련 선행기술 및 기술적 배경지식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법적 가상 인물이다.
  • 시간적 기준: 청구항 용어는 후대의 발전된 기술이 아닌, 오직 유효출원일(Effective Filing Date) 시점의 기술 수준을 기준으로 해석된다.
  • 맥락적 해독: POSITA는 다투어지는 용어를 고립되게 읽지 않는다. 해당 청구항 문맥뿐 아니라 명세서 전체·도면·출원경과라는 내재적 기록 전체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해독하는 존재로 전제된다.

3. 증거의 위계와 Phillips 방법론

2005년 CAFC 전원합의체(En Banc) 판결인 Phillips v. AWH Corp.는 청구항 해석에 사용할 수 있는 증거의 우선순위와 위계(Hierarchy of Evidentiary Weight)를 체계화했다. 단, 이 우선순위는 "무엇부터 참작해야 하는가"의 참작 순위가 아니라 "증거 가치의 상대적 우선순위"로 이해해야 한다. 내재적 증거와 충돌하지 않는 한, 외재적 증거를 먼저 살펴보는 것 자체는 허용되며 통상의 기술자의 눈으로 해석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증거의 우선순위 위계 (Phillips v. AWH)
  1. 청구항 문언 자체 (Claims) — 해석의 시작점이자 종착지
  2. 특허 명세서 (Specification) — "Single best guide"
  3. 출원경과 기록 (Prosecution History) — 공적 교섭 기록

─ 내재적 증거의 벽 ─

  1. 외재적 증거 (Extrinsic Evidence) — 사전·학술문헌·전문가 증언 등, 보조적 한계 내에서만 참고

가. 내재적 증거(Intrinsic Evidence) — 최우선 증거 자료

  • 청구항 문언: 동일 특허의 독립항과 종속항 비교를 통한 청구항 분화의 원칙(Doctrine of Claim Differentiation)도 강력한 해석 도구다. 종속항이 특정 제한을 추가하면 독립항에는 그 제한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 명세서: 발명자가 단어를 기술적 문맥 속에서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려주는 사전 역할을 한다.
  • 출원경과: 출원인이 선행기술을 회피하기 위해 특정 구성을 좁히거나 권리범위를 명시적으로 포기(Clear Disavowal)한 진술이 있다면, 소송 단계에서 이와 모순되는 넓은 범위를 다시 주장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출원경과상 권리범위 포기 법리(Prosecution Disclaimer)가 적용된다.

나. 외재적 증거(Extrinsic Evidence) — 제한적 보조 자료

기술 사전, 학술 논문, 전문가 증언, 발명자 사후 증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소송을 위해 사후 편향적으로 고용된 전문가의 증언은 신뢰성이 낮고, 공표된 내재적 기록의 명확한 기재를 뒤집거나 변경(Vary or Contradict)하는 결정적 근거로 기능할 수 없다.

Phillips는 사전적 의미를 먼저 최광범위하게 도출한 뒤 명세서에 명시적 제한이 없으면 이를 청구범위로 인정하던 Texas Digital 계열의 사전 우선주의를 공식 폐기했다. 단어는 추상적 사전 언어가 아니라 특정 특허 명세서의 기술적 문맥 속에서 읽혀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이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신뢰성 있는 외재적 증거를 참고·검증용으로 살펴보는 조화로운 접근 자체는 허용된다(Pitney Bowes).


4. 명세서 제한이 청구항을 한정(Narrowing)하는 4대 통로

미국 특허 소송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난제는 "명세서를 참작하여 청구항을 읽는 것(Reading in view of the specification)""명세서의 제한을 청구항에 부당하게 읽어 넣는 것 (Importing limitations from the specification into the claims)" 사이의 경계를 긋는 일이다.

명세서의 구체적인 제한이 청구항의 권리범위를 좁히기 위해서는, 단순히 "발명의 핵심처럼 보인다"는 사후적 주관적 판단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다음 4가지 객관적 법리 중 하나를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명세서 제한의 청구항 한정(Narrowing) 4대 통로
① 명시적 정의 (Lexicography) "As used herein, A means B"로 선언
② 명백한 부인 (Disavowal) "The present invention is limited to…" 대안 비판 및 포기
③ 묵시적 정의 (Implication) 명세서 전체 서사가 단 하나의 구성을 필수요소로 일관 묘사
④ 연결고리 (Hook 법리) 청구항에 명세서 제한 기재를 당겨올 "언어적 Hook" 단어 존재

① 명시적 정의 — Lexicographer Rule

특허출원인이 명세서 내에서 특정 용어의 의미를 업계의 일반적인 통상 의미와 다르게 직접 사전식으로 정의한 경우, 발명자는 스스로 단어를 정의하는 "자신의 사전 편찬자(Lexicographer)"가 된다.

이 특별 정의는 명세서 내에 "합리적인 명확성, 의도성, 그리고 정밀성(Reasonable clarity, deliberateness, and precision)"을 가지고 명시되어야 한다. 표지 문구로는 "As used herein…", "refers to", "is defined as" 등이 주로 사용된다. 가장 강력하고 명확한 제한 통로이므로, 출원서 작성 시 불필요하게 좁은 정의를 내리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② 명백한 부인 및 권리포기 — Clear and Unmistakable Disavowal

출원인이 명세서나 심사 과정(출원경과)에서 특정 기술이나 대안적 구성을 자신의 발명 범위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제한한 경우에 적용된다. 이 포기 진술은 POSITA나 합리적 경쟁자가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틀림없는(Clear and unmistakable)" 수준이어야 하며, 모호하거나 다의적인 서술만으로는 disavowal이 성립하지 않는다.

대표 판례인 SciMed Life Systems v. Advanced Cardiovascular Systems (2001)에서, 출원인은 명세서에서 coaxial 구조가 "발명의 모든 실시예의 기본 구조"라고 서술하고 dual lumen 구조를 명시적으로 배제(폄하, Disparagement)했다. 비록 청구항 문언에는 제한이 없었음에도 법원은 청구범위를 coaxial 구조로 한정 해석했다. 또한 "The present invention is…"이라는 표현과 특정 구조를 반복적·필수적으로 결합하여 단정 서술하는 경우 disavowal로 인정되어 권리범위가 좁게 묶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③ 발명 전체에 대한 일관·반복적 기재 — Definition by Implication

직접적인 정의 문구나 포기 선언이 없더라도, 명세서 전체가 발명의 성격과 목적을 오직 하나의 특정 구조로만 일관되게 묘사하여 묵시적으로 범위를 한정하는 경우다.

단순히 바람직한 실시예(Preferred embodiment)가 하나만 기재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청구범위를 좁힐 수 없다. 그러나 모든 도면과 실시예가 예외 없이 특정 구성을 전제하고, 발명이 달성하고자 하는 핵심 과제나 작용 효과가 오직 그 특정 구조에 의해서만 실현된다는 사실이 명세서 서사 전체를 통해 증명되는 경우 묵시적 한정이 인정된다. 실제 소송 사례에서도, 청구항에 "주름진(pleated)"이라는 제한이 명시되지 않았음에도 명세서 전체에서 "plug = pleated plug"로만 일관되게 묘사되었기에 법원이 해당 구성을 필수 제한으로 수용한 바 있다.

④ 청구항 내의 언어적 연결고리 — Hook 법리

명세서에 아무리 좁은 제한적 기재가 있더라도, 청구항 내부에서 그 한정사항을 끌어당겨 가져올 수 있는 언어적 연결고리(Hook)가 존재하지 않으면 명세서의 제한을 마음대로 읽어 넣을 수 없다.

대표 사례인 Renishaw PLC v. Marposs에서, 명세서는 "접촉 직후 가능한 한 빨리(instant of contact)" 즉시 트리거가 발생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법원은 청구항 문언에 기재된 "when"이라는 비정밀한 단어를 언어적 연결고리(Hook)로 삼아 명세서의 "지연 없는 즉시 트리거"라는 좁은 제한을 수입하여 한정 해석을 도출했다. 만약 청구항에 이러한 Hook 단어가 없었다면, 명세서의 즉시 트리거 설명을 삽입하는 것은 부당한 limitation importation이 된다.


5. 형식주의적 명확성 판단을 배척하는 4대 한계 법리

미국 특허 법리에는 또 하나의 강력한 통제 축이 흐르고 있다. "청구항 문언 자체의 명확성(Clarity)이나 형식적 표현의 유무에만 기계적으로 의존하여 한정 해석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겉보기에 청구항 문언이 넓고 명확해 보인다거나, 명세서상에 '명시적 포기 기재가 없다'는 형식주의적 기준(formalistic view)만 내세워 권리범위를 단정하는 행위는 엄격히 경계된다.

(1) Converse Reasoning 법리 — 명세서 뒷받침 결여 시 넓은 해석 거부

일각에서는 "명세서 내에 청구항 범위를 좁게 제한하라는 명시적 금지나 포기가 없으므로 청구항 문언 그대로의 넓은 의미를 무조건 인정해야 한다"는 단순 문언주의를 주장한다. 이에 대립하는 법리가 Converse Reasoning이다.

청구항 문언 자체만 보면 명확하게 넓은 해석이 가능하더라도, 명세서(Specification)가 그 넓은 범위 전체를 기술적으로 지지하거나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넓은 해석을 거부하고 좁게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American Calcar, Inc. v. American Honda Motor Co.(Fed. Cir. 2011) 등 CAFC 다수 판례는, 문언상 넓은 해석을 허용할 경우 명세서의 기재 범위를 넘어서는 부당한 배타권 확장이 일어나므로, 명세서의 개시 한계에 맞추어 청구항을 좁게 한정하는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시해 왔다.

(2) Correct BRI 법리 — 형식 논리에 의한 무제한 확장 배척
(In re Smith International, Inc., Fed. Cir. 2017)

특허청(USPTO)의 출원 심사 및 PTAB의 행정 심판에서 적용하는 가장 넓은 합리적 해석(Broadest Reasonable Interpretation, BRI) 기준에서도, 단순히 "명세서에 이 넓은 의미를 제한하거나 뒤집는 명시적 정의나 포기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최광범위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는 형식적 논리는 전면 배척된다.

CAFC는 "올바른 BRI 해석"이란 단순히 명세서와 모순되지 않는 아무 의미나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발명자가 명세서에서 발명을 기술하고 묘사한 구체적인 방식과 실질적으로 일치하고 정합(consistent with the specification)하는 해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세서 전체의 반복적이고 일관된 설명이 특정 기술 범위만을 가리키고 있다면, 단지 청구항 문언이 형식적으로 넓고 포기 기재가 부재하다는 이유만으로 최광범위 해석을 채택해서는 안 된다.

(3) 억지 축소 해석의 금지 — 명확한 범위 하에서의 무효 선언
(Cisco Systems v. Cirrex Systems, Fed. Cir. 2017)

특허권자는 넓게 작성한 청구항이 선행기술이나 기재요건 미비로 무효가 될 위험에 처하면, "유효성을 보존하기 위해 명세서의 좁은 제한을 가져와 청구항을 좁게 해석해 달라(Preserve validity)"고 법원에 억지 한정을 청구하곤 한다.

그러나 Phillips 법원과 연방대법원은 유효성 보존 해석을 "효용이 극히 제한적인 원칙(a doctrine of limited utility)"으로 정의하며, 청구항 문언의 통상적 의미가 애매하지 않고 명확한 경우에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Cisco 판결에서 CAFC는, 청구항 문언의 평이하고 통상적인 의미가 넓고 명확하다면 이를 억지로 좁혀 살려줄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넓은 그 범위 그대로 Written Description support 부족을 이유로 무효(invalid)를 선언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했다. 단순히 "특허를 살려야 한다"는 결과론적 목적에만 기댄 자의적 제한 해석은 엄격히 차단된다.

※ 연방대법원의 선례인 McCarty v. Lehigh Valley Railroad Co.(1895) 역시, 청구항에 없는 요소를 명세서에서 억지로 가져와 선행기술을 피하려는 시도를 "법원이 청구항을 대신 재작성(redraft)할 수는 없다"는 논거를 들어 배척한 바 있다.

(4) 명확성 판단의 본질적 순환성
(Enzo Biochem v. Applera, 2010 / Nautilus v. Biosig Instruments, 2014)

명확성(Clarity)이라는 상태는 정량적으로 고정된 물리량이 아니며, 통상의 기술자가 명세서와 심사기록의 문맥 전체를 해독해야만 도출되는 맥락적 확실성이다. Enzo Biochem은 "청구항이 불명확하다면, 정의상 권리범위 해석(Claim construction)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선언하며, 명확성 판단이 청구항 해석의 논리적 전제조건임을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청구항이 명확한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재적 증거와 기술상식을 총동원하여 청구항 해석을 시도해 보아야 한다"는 본질적인 순환 관계(inextricably intertwined)를 갖는다. 2014년 Nautilus v. Biosig Instruments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확립된 기준에 따라, 문맥 검토를 마친 후에도 POSITA 관점에서 합리적 확실성(Reasonable certainty)을 가지고 권리범위의 경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함이 지속된다면, 법관이 인위적으로 하나의 한정적 의미를 "부여"하여 청구항을 억지로 살려줄 것이 아니라 35 U.S.C. § 112(b)에 따른 불명확성(indefiniteness) 위반으로 무효 처리하는 것이 합당한 사법적 접근이다.


6. 사법적 해석(Phillips)과 행정적 해석(BRI)의 비교

청구항 해석은 절차가 진행되는 행정적·사법적 맥락(Context)에 따라 법적 기준이 분화된다.

비교 구분 특허청 심사 단계 (USPTO / PTAB) 연방법원 침해소송 단계 (District Court)
해석 기준 가장 넓은 합리적 해석 (BRI) 객관적 의미 해석 (Phillips Standard)
해석 목적 부당하게 넓거나 불명확한 청구항이 등록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 등록 특허의 명확한 권리범위를 규명하고 침해 여부 및 유효성 판단
정당성 근거 출원인이 청구항을 자유롭게 보정(Amend)하여 범위를 조정할 기회가 있음 등록된 이후에는 청구항 보정이 불가능함
적용 범위 출원 심사, 재발행(reissue), 재심사(reexamination) 지방법원(District Court) 특허침해소송

제도적 수렴(2018년 PTAB 규칙 개정): 전통적으로 PTAB의 당사자계 무효심판(IPR) 등에서도 BRI가 적용되었으나, 등록 이후에는 보정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불이익이 있었다. USPTO는 2018년 규칙 개정을 통해 등록 후 PTAB 절차에서 만료되지 않은 특허(unexpired patent)에 대해서도 연방법원과 동일한 Phillips 기준을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포럼 간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였다. 단, 만료된 특허 (Expired Patents)는 원래부터 보정이 원천 불가하므로 이전부터 Phillips 기준이 적용되어 왔다.


7. 수단-기능 청구항(Means-Plus-Function)의 특별 해석 법리

미국 특허법 35 U.S.C. § 112(f) [구 § 112(6)]에 해당하는 수단-기능 청구항은 일반적인 문언 한정 해석과 다른 매우 엄격한 법정 한정 규칙이 적용된다.

  • 범위의 법정 제한: "~하기 위한 수단(Means for…)" 형식으로 구성요소를 기능적으로만 기재한 청구항은 문언 그대로 해석되지 않고, 명세서에 개시된 대응 구조(Corresponding structure) 및 그 균등물(Equivalents)의 범위로 한정 해석된다. 이는 문언침해 판단에서도 명세서 기재 구조나 그 균등물이 피고 제품에 존재해야만 침해가 성립하므로, 권리범위를 광범위하게 기능적으로 확장하려던 특허권자에게 강력한 제한 장벽으로 작동한다.
  • Williamson 판결 법리: 청구항에 "means"라는 단어가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module", "unit", "mechanism"과 같이 기술적 구조가 결여된 모호한 명사(Nonce word)를 사용하여 기능을 청구한 경우, 실질적으로 § 112(f)가 발동되어 명세서 상의 구조로 범위가 축소 제한될 위험이 있다.

8. 결론 및 실무적 시사점

미국 법원의 특허청구항 해석 법리는 일관되게 "사법부와 제3자의 객관적 예측가능성 확보"라는 정책적 목표를 지향한다. 법관은 판결의 실체적 타당성이나 침해 성립 여부에 끼워 맞추기 위해 사후적으로 청구항을 좁히거나 넓히는 자의적 해석을 지양해야 하며, 오직 특허 문서가 POSITA에게 전달하는 객관적 기재 한계를 확정해야 한다.

실무자를 위한 핵심 교훈은 다음과 같다.

  • 출원·명세서 작성 단계: 사후 소송에서 발생할 마크먼 청문회를 예견해야 한다. 지나치게 넓은 문언 기재는 선행기술에 의해 무효가 될 위험이 크다.
  • Disavowal 함정 경계: 특정 실시예만 일관되게 강조하거나 대안 기술을 섣불리 비판(Disavowal 유발)할 경우, 권리범위가 뜻하지 않게 축소 해석되는 치명적인 덫이 될 수 있다.
  • 종속항 전략: 독립항이 선행기술로 무효화될 경우를 대비하여, 명세서의 실시예와 연결된 종속항을 다단계로 촘촘히 설계하는 방어 전략이 필수적이다.
  • Hook 단어 설계: 명세서의 기술적 제한을 청구항에 연결하는 언어적 Hook을 의도적으로 배치할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배제할 것인지를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 포럼 전략: 2018년 PTAB 규칙 개정 이후 IPR과 법원의 청구항 해석 기준이 Phillips로 통일됨에 따라, 포럼 선택이 권리범위 결론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줄었음을 인식해야 한다.

특허는 청구항이라는 언어로 된 법적 문서다. 그 언어의 의미를 정확히 설계하고, 방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곧 특허 전략의 핵심 역량이다.

청구범위 해석의 일원론과 이원론 — 대한민국 특허 사법 실무의 정밀한 균형

청구범위 해석의 일원론과 이원론 — 대한민국 특허 사법 실무의 정밀한 균형

청구범위 해석의 일원론과 이원론 — 대한민국 특허 사법 실무의 정밀한 균형

법률 도서관 책상 위에 놓인 정밀한 강철 저울 — 한쪽 접시에는 특허 명세서, 반대쪽에는 돋보기P
청구범위 해석의 두 국면: 특허성 판단과 침해 판단의 균형

특허권의 보호범위를 어떻게 확정할 것인가. 이 물음은 특허 실무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과제다. 특허법 제97조는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청구범위에 기재된 사항에 의하여 정하여진다"고 명시하지만, 같은 청구범위 문언이라도 등록·무효 (특허요건, Patent Requirements) 판단의 국면에 놓이느냐, 침해·권리범위확인 (침해요건, Infringement Requirements) 판단의 국면에 놓이느냐에 따라 해석의 무게중심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대한민국 대법원은 이 두 국면에서 청구범위를 동일한 기준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일원론(一元論, Monism)을 공식 기조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사법 실무는 일원론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사안의 구체적 타당성과 제3자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참작 및 통제 법리(제한해석 금지, 균등론, 출원경과 금반언 등)를 국면별로 유연하고 정교하게 활용하여, 그 결과가 마치 실질적 이원성(實質的 二元性, Practical Dualism)을 함께 구현하는 것처럼 나타난다. 이 글은 최신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그 정밀한 균형 구조를 분석한다.

다만 한 가지를 미리 밝혀둘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청구범위 해석 법리는 아직 하나의 완결된 체계로 확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칙과 원칙 사이의 경계, 참작 해석과 제한 해석의 구분선, 기능식 청구항과 용도발명에 대한 구체적 취급 기준 등 여러 쟁점에서 판례가 사안마다 달리 나타나고 있고, 학설도 수렴보다는 논쟁의 국면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달리 말하면, 현재의 법리는 추상적 선언에서 실제 분쟁에 적용 가능한 구체적 기준으로 고도화되어 가는 과정에 놓여 있다. 이 글이 소개하는 판례와 법리도 그 진행 중인 여정의 한 단면이며, 독자는 이를 확정된 결론이 아니라 진화 중인 기준으로 읽어주기를 권한다.


1. 청구범위 해석의 3대 원칙

대법원이 정립한 특허 청구범위 해석의 기본 틀은 세 가지 원칙으로 요약된다.

  • 제1원칙 — 청구범위 문언 우선(Claim Language Priority): 청구범위에 기재된 사항 자체를 출발점으로 삼으며, 문언이 명확한 경우에는 이를 최우선적으로 적용한다.
  • 제2원칙 — 발명의 상세한 설명 참작(Reference to Detailed Description): 과거에는 청구범위 기재가 불명확한 경우에만 명세서를 참작할 수 있다는 소극적 해석 기조가 일부 존재하였다. 그러나 현대 사법 실무는 청구범위의 용어가 발명의 설명 및 도면을 유기적으로 함께 읽어야만 정확한 기술적 의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원칙적 상시 참작의 태도를 취한다. 참작은 다의적 표현에만 적용되는 보충적 수단이 아니라 청구범위 해석의 기본 방법론으로 자리잡았다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후2240 판결).
  • 제3원칙 — 제한·확장 금지(Prohibition of Limitation/Extension): 발명의 설명 등을 참작하더라도, 청구범위에 없는 제한 요소를 덧붙이거나 권리범위를 임의로 좁히거나 넓히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후2377 판결).

여기서 핵심 구분은 '참작 해석(Interpretation)'과 '제한 해석(Limitation)'의 경계다. 참작 해석은 청구범위에 기재된 다의적·추상적 용어의 의미를 명세서 문맥에 비추어 구체화하는 정당한 해석이다. 반면 제한 해석은 청구범위에 기재되지 않은 독립적 기술 요소를 발명의 상세한 설명 중 특정 실시예에서 끌어들여 권리범위를 축소하는, 금지된 해석 방식이다.

해석의 전제 조건 — 청구항 기재불비(Definiteness, 명확성 요건)

위 3대 원칙은 청구항이 일정한 명확성을 갖추고 있는 경우를 전제로 작동한다. 특허법 제42조 제4항 제2호는 청구항이 발명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기재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위반한 불명확 청구항은 등록거절 및 무효 사유가 된다.

만약 청구항의 기재가 지나치게 모호하여, 통상의 기술자(PHOSITA)가 발명의 설명·도면· 기술상식을 아무리 참작하더라도 구체적인 구성을 특정할 수 없다면, 이는 참작의 한계를 넘어선 기재불비(記載不備) 상태에 해당한다. 법원은 명세서 참작을 통해 불명확한 청구항을 사후에 구제하려는 해석을 경계하며, 공시기능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기재불비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여 무효화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35 U.S.C. §112(b)가 명확성 요건(Definiteness Requirement)을 규정하며, 연방대법원은 Nautilus, Inc. v. Biosig Instruments, Inc. (134 S. Ct. 2120, 2014)에서 청구범위가 통상의 기술자에게 발명의 범위에 관해 '합리적인 확실성 (Reasonable Certainty)'을 제공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한국 특허법상 기재불비 요건의 적용 기준도 이와 유사하게 '통상의 기술자가 발명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실시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2. 일원론의 대원칙과 이원론의 실질적 조화

대법원은 특허 등록·무효 판단과 침해·권리범위확인 판단 시 청구범위를 동일한 기준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일원론을 기본 입장으로 선언하고 있다.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청구범위 기재 사항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것이 원칙이고… 기재만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명세서의 다른 기재에 의하여 제한 해석할 수 없다."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후2377 판결; 2012. 12. 27. 선고 2011후3230 판결

그러나 실제 분쟁 해결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법 실무에서는 각 절차 국면의 제도적 목적에 따라 이원적 운용이 정교하게 이루어진다.

사법 절차 국면 핵심 가치 해석 방향 적용 법리
거절·등록 무효
(특허 요건)
부당 독점 방지
/ 실체 규명
가장 넓은 합리적 해석 상세한 설명 적극 참작
→ 진정한 신규성·진보성만 인정
침해소송·권리범위확인
(침해 요건)
법적 안정성
/ 공시기능
문언 기준 원칙 유지
+ 예외적 제한 해석
제한해석 금지 원칙
+ 균등론(DOE)으로 구제

① 거절 및 등록 무효 단계 — 실체 규명과 독점 방지

특허청과 법원은 부당하고 광범위한 독점권이 설정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야 할 공익적 책무를 진다. 이 국면에서는 청구항의 문언이 가지는 가장 넓은 합리적 의미로 해석하여 선행기술과의 저촉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한다.

특히 기능, 효과, 성질 등으로 발명을 특정하는 기재가 포함된 경우, 그러한 기능 등을 가지는 모든 발명을 포섭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7후4977 판결). 이를 통해 근거 없는 독점을 사전에 걸러내는 실체적 심사 기능이 발휘된다.

한편 진보성(Inventive Step / Non-obviousness) 판단 단계에서는 사후적 고찰 금지(Prohibition of Hindsight Bias) 원칙이 중요하게 기능한다. 대법원은 이동통신 비상호출 처리장치에 관한 특허(등록번호 제379946호)의 무효 심판 사건에서, 비교 대상 발명의 '무음착신' 구성으로부터 이 사건 특허의 '도청모드' 구성을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다고 한 원심 판단이 특허발명의 명세서에 개시된 내용을 이미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한 사후적 판단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하여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6후138 판결). 이 원칙은 거절·무효 국면에서도 해석의 출발점이 해당 명세서를 아직 알지 못하는 통상의 기술자(PHOSITA)의 출원 당시 시각이어야 함을 재확인한 것이다.

② 침해소송 및 권리범위확인 단계 — 법적 안정성과 형평의 조화

제3자에게 이미 공개된 등록 청구범위는 시장 경쟁자들이 자신의 행위가 특허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예측하는 기준이 된다. 따라서 법관이 명세서를 근거로 청구항을 임의로 좁게 다시 쓰는 행위는 제한해석 금지 원칙에 의해 강하게 통제된다.

다만 두 가지 예외적 법리가 이 원칙을 보완한다.

  • 소극적 제한 — 예외적 제한 해석: 문언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명세서의 다른 기재에 비추어 명백히 불합리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출원경과(Prosecution History)와 제3자의 신뢰를 고려해 예외적으로 권리범위를 좁히는 해석이 허용된다(대법원 2001. 7. 11. 선고 2001후2856 판결). 명백히 불합리한 사정의 대표적인 예로는 ① 상세한 설명에 의한 미뒷받침, ② 출원경과에서의 의식적 제외(Conscious Exclusion)가 있다.
  • 적극적 구제 —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 청구범위 문언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과제해결원리가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치환이 자명한 피고의 침해 회피 행위에 대해서는 균등론을 적용하여 사법적 정의와 형평을 실현한다 (대법원 2000. 7. 28. 선고 97후2200 판결 — 균등론 명시적 정립).

3. 기능식 청구항의 해석 — 주요 판례

발명의 필수 구성요소를 구체적인 물리적 구조 대신 '기능, 효과, 성질' 등 기능적 표현으로 나타낸 기능식 청구항(Functional Claim)은 넓은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사법 실무에서는 무제한적인 권리 확장을 방지하기 위해 명세서에 기재된 구체적 구조와 동등한 범위로 권리를 통제한다.

완충기 사건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후883 판결)

휠 발전기의 '완충기'라는 기능적 용어가 쟁점이 된 사안이다. 청구범위 자체에는 구체적 구조에 관한 한정이 없었으나, 대법원은 해당 용어만으로는 구체적 구성을 파악할 수 없다고 보고 발명의 설명 및 도면을 참작하여 '탄력성이 양호한 완충날개들과 완충공간이 구비된 구조 및 그와 유사한 구조'로 권리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정하였다. 그 결과 해당 구조를 갖추지 않은 피고 제품을 비침해로 판시하였다.

서오텔레콤 사건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8후10350 판결)

이동통신 비상호출 처리장치에 관한 특허(등록번호 제379946호)의 권리범위확인 사건에서, 대법원은 청구범위 제3항의 구성요소인 '비상연락처로부터의 비상발신'이라는 기능적 표현의 기술적 의의를 다음과 같은 원칙에 따라 확정하였다.

"청구범위에 적혀 있는 사항의 해석은 문언의 일반적인 의미 내용을 기초로 하면서도 발명의 설명이나 도면 등을 참작하여 문언에 의하여 표현하고자 하는 기술적 의의를 고찰한 다음 객관적·합리적으로 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8후10350 판결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4후2788 판결 인용)

이 원칙에 따라 대법원은 '비상연락처로부터의 비상발신'을 "비상연락처가 주체가 되어 새로운 통화채널을 형성하기 위한 발신행위 또는 비상연락처가 주체로 된 새로운 호접속 요구"로 해석하고,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확인하였다. 아울러 균등론 적용 여부도 함께 검토하였는데, 확인대상발명(피고 실시제품)은 위난자(遭難者)의 단말기가 주체가 되어 비상연락처의 응답에 의해 도청모드를 실행하는 방식이어서 특허발명의 과제해결원리(비상연락처 주도의 호접속)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판단하여 균등침해도 부정하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채택한 해석 방식을 실질적으로 살펴보면, 발명의 설명을 참작하여 기술적 의의를 고찰하라는 원칙이 사실상 발명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명세서에서 추적한 뒤 청구범위를 그에 맞추어 한정하는 방향성을 띤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논쟁은 미국에서도 전개된 바 있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 (CAFC,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은 발명의 본질 (Essence of the Invention)이나 명세서 내 특정 실시예를 기준으로 청구범위를 좁히는 해석 방식이 결국 청구범위 문언에 충실한 해석에서 벗어나, 시장 참여자들이 권리범위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어 청구범위의 공시기능(Public Notice Function)을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Phillips v. AWH Corp., 415 F.3d 1303, Fed. Cir. 2005 en banc). 청구범위 문언이 가지는 객관적 경계가 해석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후퇴하면 제3자가 자신의 기술 개발이 특허 침해인지 여부를 미리 판단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한·미 양국 공통의 과제다.

세정수단 사건 (대법원 2025. 7. 17. 선고 2023후11340 판결)

정수기 자가 세정을 위한 '세정수단'이 쟁점이 된 최신 판결이다. 대법원은 기능적 표현의 침해 국면 해석 원칙을 명시하는 한편, 출원경과에서의 의식적 제외를 핵심 제한 요소로 정면에서 도입하였다.

"청구범위를 문언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불합리할 때에는 출원된 기술사상의 내용, 명세서의 다른 기재, 출원인의 의사, 제3자에 대한 법적 안정성을 두루 참작하여 특허권의 권리범위를 제한 해석할 수 있다."

대법원 2025. 7. 17. 선고 2023후11340 판결

법원은 출원인이 심사 단계에서 '전기분해 방식'을 세정수단에서 명시적·의식적으로 배제하는 주장을 한 사실을 근거로, 전기분해로 살균물질을 생성하는 피고 제품은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4. 특수 유형 발명의 청구범위 해석

제조방법 기재 물건발명(PBP 청구항, Product-by-Process Claim) — 일원론 아래의 실질적 예외

물건의 청구범위에 제조방법을 결합하여 청구하는 PBP 청구항 (Product-by-Process Claim)의 해석을 둘러싸고 오랜 논쟁이 이어져 왔다. 대법원은 2015. 1. 22. 선고 2011후927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특허 등록·유무효 판단 단계에서는 제조방법의 기재에 얽매이지 않고 최종 생산된 '물건 자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물건자체설(物件自體說)을 선언하고, 진정·부진정 PBP 구분을 공식적으로 폐기하였다.

이 기조는 침해소송 단계(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3후1726 판결)에도 일원론적 원칙으로 유지되었다. 다만 동 판결은 '명백히 불합리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 경우에 한하여 제조방법 범위 내로 권리를 좁히는 제법한정설 (Product-by-Process Limitation)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는 일원론을 유지하면서도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충으로 평가된다.

대법원 2021. 1. 28. 선고 2020후11059 판결에서는 제법한정설의 단서 법리를 별도로 설시하지 않아, 일원설 유지 여부에 관한 실무적 논의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용도발명(Purpose-Bound Claim, 용도 한정 물건 발명)의 청구범위 해석

이미 알려진 물건이나 물질에서 새로운 성질이나 용도를 발견하여 권리화하는 용도발명(用途發明)은 특수한 청구 형태를 갖는다. 예컨대 'A 성분을 포함하는 피부 미백용 화장품 조성물'과 같이, 물건 자체는 공지일 수 있더라도 특정 '용도'를 한정한 기재가 신규성(Novelty) 및 진보성(Inventive Step)의 핵심 판단 요소가 된다. 이때 청구범위의 용도 한정은 단순한 의도 표시가 아니라 발명을 특정하는 구성요소로서의 법적 의미를 가진다.

침해 판단 단계에서는 용도를 인식하지 않은 채 물건만을 생산·판매하는 경우 직접침해 (Direct Infringement) 성립 여부가 문제된다. 용도발명의 대상이 전용물(專用物)이 아닌 경우 직접침해 성립이 어렵고, 간접침해(Indirect Infringement, 특허법 제127조) 규정으로 보완해야 하는데, 현행법상 간접침해 성립 요건이 엄격하여 보호에 공백이 생긴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학계·실무계에서는 주관적 인식요건을 부가한 유도침해 (Induced Infringement) 유형의 명문화, 또는 비전용물에 대한 간접침해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의 특허법 제127조 개정이 입법적 과제로 제언된다. 또한 용도발명의 방법적 성격에 주목하여 물건 발명에서 방법 발명으로의 카테고리 변경을 보다 탄력적으로 허용하자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5. 출원인의 의사 참작 — 내심의 의사와 객관적으로 표출된 의사

출원인의 주관적 의사를 청구범위 해석에 반영할지를 두고, 참작해야 한다는 긍정설(중심한정주의, Central Claiming)과 당사자의 주관적 의사와 무관하게 청구범위 문언의 객관적 의미에 따라야 한다는 부정설(주변한정주의, Peripheral Claiming)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법원의 입장은 분명하다 — 출원인의 내밀한 '내심의 의사'는 철저히 배제하되, 특허청 심사 과정에서 서류를 통해 객관적으로 표출된 의사, 즉 출원경과(Prosecution History)는 특허권 남용 방지와 형평의 원칙상 적극적으로 참작한다.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문언의 객관적 의미를 파악하여 확정하는 것이지 특허출원인의 내심의 의사를 탐구하여 확정하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0다75839 판결 등

의식적 제외(출원경과 금반언)의 적용 기준

보정서나 의견서 등 공적 기록에 명시적으로 나타난 출원인의 의사는 '의식적 제외(Conscious Exclusion / Prosecution History Estoppel)'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

"특허발명의 출원과정에서 어떤 구성이 청구범위에서 의식적으로 제외된 것인지는 명세서뿐만 아니라 출원에서부터 특허될 때까지 특허청 심사관이 제시한 견해 및 특허출원인이 제출한 보정서와 의견서 등에 나타난 특허출원인의 의도, 보정이유 등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6. 30. 선고 2004다51771 판결

다파글리플로진 사건 — 출원인의 진정한 의사를 추적한 기념비적 판례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후10210 판결(다파글리플로진 사건)은 출원인의 진정한 의사를 추적하여 금반언 적용을 배제한 주목할 만한 사례다.

이 사건에서 특허권자는 심사 과정에서 청구범위 끝부분의 '프로드러그 에스테르'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보정을 하였고, 피고는 침해소송에서 이를 권리 포기 — 즉 의식적 제외 — 라고 항변하였다. 대법원은 감축 보정의 외형적 사실만으로 권리 포기를 단정 짓지 않고, 거절이유통지와 의견서 등 출원경과 전체를 종합하여 출원인의 보정 의도를 추적하였다.

그 결과, 출원인은 선행기술을 회피하려 한 것이 아니라 단지 특허청의 기재불비 거절이유를 해소하기 위해 삭제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권리를 영구히 포기하려는 의사가 없었다고 보아 의식적 제외를 인정하지 않고 균등침해를 인정하였다.

의견서만으로도 금반언 효력이 발생한다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4후638 판결은, 청구범위의 감축 보정이 없었더라도 출원인이 의견제출통지에 대응하여 제출한 의견서상의 의견진술만으로도 금반언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시하였다. 공적 기록에 남은 의사 표명을 기속력 있는 요소로 취급한 것이다.


6. 입법적 과제와 전망

기능식 청구항 해석 기준의 명문화

현행 특허법 제42조 제6항은 기능적 표현의 사용을 허용하나, 그 구체적인 해석 범위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법률에서 제공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해석이 개별 사건에서의 법관 재량이나 사후적 결과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미국 특허법 제112조(f)는 기능적 기재에 대응하는 명세서상의 '구체적 구조와 그 균등물(Equivalents)'로 권리범위를 법제화하여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고 있다.

법적 안정성과 청구범위의 공시기능 강화를 위해, 한국 특허법에도 기능식 표현의 객관적 범위를 명세서의 구체적 실시예 및 그 균등 범위로 제한하는 명문의 해석 조항 신설이 입법적 과제로 제언된다.

용도발명 보호 강화를 위한 간접침해 규정 정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용도발명의 간접침해(특허법 제127조) 적용에는 현행 법제상 공백이 존재한다. 비전용물에 대한 간접침해 성립 요건의 완화, 또는 미국·독일 등 주요국에서 인정되는 유도침해(Induced Infringement) 유형을 명문화하는 방향의 입법 정비가 용도발명의 실질적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이 입법적 과제로 제언된다.

맥락 중심의 균형 잡힌 해석 정착

특허제도는 발명에 대한 독점권 부여와 기술 공개의 공익적 조화를 목적으로 한다. 명세서의 상세한 설명을 '참작'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실시예로 청구범위를 좁히는 '제한 해석'의 한계를 분명히 하는 사법적 기준이 꾸준히 다듬어져야 한다.

용어 자체의 사전적 의미에만 머무르지 않고, 발명이 해결하고자 하는 본질적 과제와 통상의 기술자가 인식하는 기술상식을 합리적으로 접목하는 맥락 중심의 균형 잡힌 심리가 정착되는 것, 이것이 지식재산 강국 대한민국 특허 사법이 나아갈 방향이다.


정리 — 대한민국 사법 실무가 찾아낸 균형점

일원론과 이원론의 조화는 단순한 이론적 타협이 아니다. 그것은 "해석 기준은 일원론적으로 통일하되, 사안의 구체적 타당성과 제3자의 법적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참작 및 통제 법리(제한해석 금지, 균등론, 출원경과 금반언 등)를 각 절차 국면에 맞게 유연하고 정교하게 활용"하는 높은 수준의 사법적 지혜다.

대법원이 참작하는 출원인의 의사는 결국 "제3자가 공적으로 열람할 수 있는 심사 기록을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표출된 문서상 의사"에 한정된다. 이는 내심의 의도를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 기록에 나타난 객관적 사정에 기초하여 공시기능과 권리자 보호의 균형을 맞추는 규범적 해석 도구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 2026 All rights reserved. 본 글은 법적 조언이 아니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Tuesday, July 28, 2026

AI 시대의 법률 특권: 미국 연방법원 ACP·AWP 판례 심층 연구

AI 시대의 법률 특권: 미국 연방법원 ACP·AWP 판례 심층 연구

AI 시대의 법률 특권: 미국 연방법원 ACP·AWP 판례 심층 연구

Legal Privilege in the Age of AI: A Deep Dive into U.S. Federal Court Rulings on ACP and AWP
Legal Privilege in the Age of AI: A Deep Dive into U.S. Federal Court Rulings on ACP and AWP

Executive Summary

미국 연방소송과 전자증거개시(eDiscovery) 실무에서 인공지능(AI), 특히 거대언어모델(LLM)의 도입은 법률문서 작성, 증거자료 검토, 소송전략 수립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대화형 생성형 AI 플랫폼의 확산은 영미법상 양대 비밀보호 제도인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ACP)변호사 작업물 보호 원칙(Attorney Work Product Doctrine, AWP)이 AI 이용 환경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중대한 법적 불확실성을 낳고 있다.

과거 기술지원검토(Technology-Assisted Review, TAR) 환경에서는 변호사가 학습용 시드 세트(Seed Set)를 직접 선별·검증하며 실질적 지도·감독권을 행사했기에 특권 유지에 큰 법리적 장애가 없었다. 반면 현대 생성형 AI 환경에서는 변호사의 관여 없이 의뢰인, 임직원, 본인소송 당사자가 민감한 법률문제와 소송전략을 AI 플랫폼에 직접 입력하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해당 정보가 AI 서비스 제공자라는 제3자에게 공개(Third-Party Disclosure)된 것으로 평가되어 비밀유지권이 포기되거나 작업물 보호가 상실되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연방증거규칙(FRE) Rule 502와 연방민사소송규칙(FRCP) Rule 26(b)의 해석을 둘러싼 제3자 공개 및 특권 포기(Waiver) 문제가 새로운 소송 분쟁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연방지방법원에서 선고된 주요 판례들을 분석해 보면, 법원은 단순히 "AI를 사용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일률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사용 주체가 변호사인지 의뢰인·임직원인지, 본인소송 당사자인지 전문가 증인인지, AI 플랫폼이 상용 공개형인지 데이터 학습·외부 제공이 제한된 엔터프라이즈 폐쇄형인지, 그리고 주장하는 보호가 ACP인지 AWP인지에 따라 서로 다른 법적 기준이 적용된다. 아직 통일된 판례법리가 확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용자의 비밀유지에 대한 합리적 기대, 플랫폼 약관과 데이터 처리 구조, 변호사의 관여·감독 정도, 그리고 정보가 소송을 예상하여 준비된 것인지가 공통 판단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핵심 결론: 상용 공개형 AI의 자발적 사용은 ACP를 영구 파기시키는 반면, 변호사 주도의 엔터프라이즈 폐쇄형 AI 활용은 AWP의 방패 뒤에 놓일 수 있다. 그 경계는 플랫폼의 기술적 아키텍처와 인간 변호사의 개입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

이 글에서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선고된 8건의 연방판례를 IRAC 프레임워크로 심층 분석하여, 생성형 AI 이용이 ACP·AWP에 미치는 영향과 그 경계가 정확히 어디에서 갈리는지 추적한다. 나아가 기업과 법률실무자가 지금 점검해야 할 AI 거버넌스 체크리스트와 구독 플랜별 리스크를 함께 제시하여, "어떤 AI를 누가 어떻게 사용해야 특권을 지킬 수 있는가"라는 실무적 질문에 답한다.


판례 개관: 핵심 8개 사건 종합표

미국 연방법원에서 AI, LLM 및 자동화 검토 기술의 특권 인정 여부와 디스커버리 범위를 직접 다룬 핵심 사건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건명 법원·연도 AI 유형 핵심 쟁점 결론 (Holding)
United States v. Heppner S.D.N.Y. 2026 Anthropic Claude (공개형) 의뢰인 독자 생성 AI 문서의 ACP/AWP 성립 및 포기 여부 특권 부인·전면 개시
Warner v. Gilbarco, Inc. E.D. Mich. 2026 OpenAI ChatGPT (상용형) Pro Se 원고의 AI 활용물에 대한 AWP 적용 여부 작업물 보호 인정
Morgan v. V2X, Inc. D. Colo. 2026 생성형 AI·LLM Pro Se 원고의 AI 도구명 개시 의무 및 보호명령 조건 도구명 개시 인정·보호명령 제정
Tremblay v. OpenAI, Inc. N.D. Cal. 2024 OpenAI ChatGPT 변호사 작성 프롬프트의 의견 작업물 해당 여부 의견 작업물 보호·포기 제한
Concord Music Group v. Anthropic PBC N.D. Cal. 2025 Anthropic Claude Engine 변호사 작성 조사용 프롬프트의 AWP 성립 및 포기 범위 의견 작업물 인정·부분 생산
Conservation Law Foundation v. Shell Oil Co. D. Conn. 2026 Azure OpenAI GPT-4o (사설 서버) 전문가 증인이 사용한 AI 프롬프트의 개시 의무 개시 명령 (이의제기로 집행정지 중)
Da Silva Moore v. Publicis Groupe S.D.N.Y. 2012 TAR (Predictive Coding) eDiscovery 내 TAR 시드셋 및 프로토콜 개시 의무 TAR 프로토콜 승인
In re Biomet M2a Magnum Hip Implant Litig. N.D. Ind. 2013 TAR Seed Sets 비관련·특권 비공개 시드셋의 강제 개시 가능 여부 시드셋 강제 개시 기각

개별 판례 심층 분석 (IRAC Framework)

1. United States v. Heppner (S.D.N.Y. 2026) — ACP·AWP 전면 부인

United States v. Heppner, No. 25-cr-00503-JSR, 2026 WL 436479 (S.D.N.Y. Feb. 17, 2026)
담당 판사: Jed S. Rakoff 지방법원 판사 | 결론: 특권 전면 부인·완전 개시

사실관계

피고인 Bradley Heppner는 연방 증권사기 등 5개 혐의로 대배심 소환장을 수령한 후, 선임 변호인의 지시나 감독 없이 독자적으로 Anthropic의 상용 공개형 AI 서비스인 'Claude'에 접속하였다. 피고인은 변호인과 나누었던 상담 정보 및 자신의 방어 논리를 프롬프트로 입력하여 총 31개의 분석 보고서를 생성하였고, 이를 사후에 변호인에게 전달하였다. FBI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해당 AI 생성 문서들이 압수되자, 피고인 측은 ACP 및 AWP에 의한 보호를 주장하며 정부 검찰팀의 열람 차단을 신청하였다.

쟁점 및 판결 이유

Rakoff 판사는 ACP 성립의 3요소—자격을 갖춘 인간 변호사와의 커뮤니케이션, 기밀성 유지, 법률 자문 취득 목적—를 확인한 뒤, Claude는 변호사가 아니며 신의성실 의무를 지는 변호사-의뢰인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Anthropic의 개인정보처리방침은 사용자 입력값을 수집·학습하고 분쟁 발생 시 규제기관에 공개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은 기밀성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가질 수 없었다.

AWP 관점에서도 법원은, 변호인이 AI 검색을 지시하거나 감독하지 않았으므로 해당 문서들이 변호사의 정신적 작업물이나 전략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비특권 문서를 사후에 변호사에게 전송하더라도 소급하여 특권이 부여되지 않는다는 Upjohn Co. v. United States의 전통적 법리도 재확인되었다.

실무적 함의

이 판결은 공개형 AI와의 대화 기록이 사실상 '공개 서류'와 동일하게 취급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의뢰인이 상담 내용을 공개형 AI에 입력하는 행위는 법정 밖의 대화를 공개하는 것과 동일한 법적 결과를 초래한다.

2. Warner v. Gilbarco, Inc. (E.D. Mich. 2026) — Pro Se 당사자의 AI 활용물에 AWP 인정

Warner v. Gilbarco, Inc., No. 2:24-cv-12333, 2026 WL 373043 (E.D. Mich. Feb. 10, 2026)
담당 판사: Anthony P. Patti 치안판사(Magistrate Judge) | 결론: 작업물 보호 인정·개시 기각

사실관계 및 쟁점

고용차별 민사소송에서 변호사 없이 스스로를 대리하는 본인소송 당사자(Pro Se Plaintiff) Sohyon Warner는 소장 및 준비서면 작성, 소송 전략 정리를 위해 ChatGPT를 활용하였다. 피고 Gilbarco 측은 원고가 소송 관련 정보를 제3자인 ChatGPT에 입력함으로써 모든 특권을 포기했다고 주장하며, 원고의 AI 프롬프트, 입력 기록, 출력값 일체의 제출을 구하는 디스커버리 강제신청(Motion to Compel)을 제출하였다.

판결 이유

Patti 치안판사는 FRCP Rule 26(b)(3)(A)가 변호사뿐만 아니라 "당사자 본인 또는 그 대리인"이 소송을 예견하여 작성한 자료에도 AWP를 부여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Pro Se 당사자는 스스로의 변호인 역할을 수행하므로, AI를 활용해 정리한 소송 준비 자료는 당사자 작성 작업물(Party-prepared Work Product)에 해당한다.

특히 법원은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프로그램은 제3자(Person)가 아니라 업무 도구(Tool)에 불과하다"는 원칙을 정립하였다. AI 서버 관리자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소송 상대방에게 노출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AI 도구 사용 자체로는 AWP 보호가 파기되지 않는다.

3. Morgan v. V2X, Inc. (D. Colo. 2026) — AI 도구명 개시 + 보호명령 기준 정립

Morgan v. V2X, Inc., No. 25-cv-01991 (D. Colo. Mar. 30, 2026)
담당 판사: Maritza Dominguez Braswell 치안판사 | 결론: AI 도구명 개시 인정·보호명령 3대 요건 제정

고용차별 소송의 Pro Se 원고 Archie Morgan은 소송 준비에 생성형 AI를 사용하였다. 법원은 AI 활용 자료의 AWP 속성을 재확인하면서도, AI 도구의 단순한 명칭이 변호사나 당사자의 내면적 소송 전략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 비특권 사실(Non-privileged Fact)에 해당하므로, 상대방의 보안 위험성 평가를 위해 도구명 개시가 허용된다고 판시하였다.

이와 함께 법원은 기밀 서류를 AI에 입력하기 위해 충족해야 할 3대 필수 계약 요건을 명시하였다.

  • Zero-Training: AI 공급사의 입력 데이터 모델 재학습 금지
  • Non-Disclosure: 서비스 제공 목적 외 제3자 노출 금지
  • Data Retention Erasure: 당사자 요청 시 입력·출력 데이터의 영구 삭제 권한

4. Tremblay v. OpenAI / Concord Music Group v. Anthropic (N.D. Cal. 2024~2025) — 변호사 작성 프롬프트의 절대적 의견 작업물 보호

Tremblay v. OpenAI, Inc., 2024 WL 3748003 & Concord Music Group v. Anthropic PBC, 2025 WL 1482734
법원: N.D. Cal. | 결론: 의견 작업물 인정·포기 제한

저작권 침해 집단소송에서 원고 측 변호사들은 피고 AI 모델의 무단 복제를 입증하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된 검증용 프롬프트를 사용하였다. 피고들은 원고가 소장에 일부 출력 결과를 인용함으로써 프롬프트 전체에 대한 포괄적 권리상실(Subject Matter Waiver)이 발생했다고 주장하였다.

연방법원은 AI 프롬프트가 단순한 키워드 검색을 넘어 변호사가 사건의 법적 쟁점을 파악하고 상대방의 위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설계한 목적적 논리 구조라고 판시하였다. 이는 변호사의 고유한 정신적 인상(Mental Impressions)과 법적 평가를 직접 반영하므로 완전한 비공개가 원칙인 의견 작업물(Opinion Work Product)로서 보호된다. 또한 소장에 일부 결과를 인용했더라도, 미원용 프롬프트나 내부 설정 로그 전체로 특권 포기 효과가 확산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제한하였다.

5. Conservation Law Foundation v. Shell Oil Co. (D. Conn. 2026) — 전문가 증인 AI 프롬프트는 전면 개시

Conservation Law Foundation, Inc. v. Shell Oil Co., Civil No. 3:21-cv-00933 (D. Conn. May 18, 2026)
담당 판사: Thomas O. Farrish 치안판사 | 결론: 전문가 AI 프롬프트 강제 개시

환경 오염 민사소송에서 원고 측 전문가 증인 Dr. Naomi Oreskes는 피고가 제출한 방대한 문서군을 검토·분류하기 위해 사설 Azure OpenAI(GPT-4o) 시스템을 활용하였다. Farrish 치안판사는 전문가 증인의 의견 형성 과정에서 데이터 범위를 규정한 AI 프롬프트가 단순한 내부 메모가 아니라 과학적·학술적 분석의 핵심 방법론(Methodology)을 구성한다고 판시하였다.

상대방 당사자는 전문가가 증언의 기초로 삼은 정보 집합이 어떻게 추출되었는지, AI의 환각(Hallucination)이나 편향된 프롬프트가 개입되지 않았는지를 교차 검증할 법적 권리를 갖는다. 또한 Rule 29 당사자 합의문에서 "메모 및 초안 보호" 조항만으로는 AI 프롬프트의 개시 의무를 배제할 수 없으며, AI 프롬프트 배제 여부를 명시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기준도 함께 정립되었다.

다만 이 명령은 치안판사 단계의 결정으로, 원고 측이 지방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그 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전문가 방법론의 discoverability에 관한 최초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은 크지만, 아직 최종 확정된 법리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비교 분석: ACP vs. AWP — AI 적용 엄격성 비교

ACP와 AWP는 보호 목적, 주체 요건, 제3자 공개 시 포기 성립 기준에서 구조적 차이를 보인다.

비교 항목 ACP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 AWP (작업물 보호 원칙)
법적 근거 연방공통법 / FRE 501 FRCP Rule 26(b)(3)
주체 요건 반드시 면허를 가진 인간 변호사와 의뢰인 간 관계 필요 변호사, 의뢰인, Pro Se 당사자 및 그 대리인 포함
비밀성 요건 엄격한 기밀성 요구. 제3자 노출 시 원칙적 포기 상대방(Adversary)에 대한 노출 방지에 집중
공개형 AI 사용 시 위험도 극히 높음. 서비스 약관상 데이터 수집 허용 시 즉시 포기 상대적으로 유연. AI를 적대적 제3자가 아닌 '도구'로 평가
Kovel Doctrine 적용 상용 공개형 AI에는 적용 불가 Enterprise Closed AI에 확장 적용 가능
AI 활용 시 보호 가능성 극도로 낮음 (공개형 AI 사용 시 Waiver 성립) 높음 (변호사 지시 및 기밀 유지 조건 충족 시)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CP)은 법적 자격을 갖춘 인간 변호사와의 직접적이고 기밀한 소통만을 보호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변호사가 아닌 AI 시스템에 직접 입력된 정보는 커뮤니케이션 성립 자체가 부인된다. 반면 AWP는 소송 상대방과의 무기대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변호사나 소송 당사자가 AI를 효율적인 분석 도구로 활용하여 만든 생성물에 대해서는 보다 광범위한 보호가 부여된다.

AI 서비스 유형별 법적 보호 비교

분석 지표 상용 공개형 AI (Public/Consumer AI) 엔터프라이즈 폐쇄형 AI (Enterprise Closed AI)
데이터 보관·학습 입력값·출력값을 모델 재학습에 활용 고객 데이터의 모델 학습 이용을 계약으로 금지 (Zero-Training SLA)
제3자 공개 조항 법적 절차, 규제기관 요구, 분쟁 시 임의 공개 가능 엄격한 B2B 기밀유지 계약(NDA) 체결. 사전 통지 의무
기밀성에 대한 합리적 기대 부정됨. 약관 동의 시 기밀성 포기로 간주 인정됨. 합리적 보안 조치를 취한 것으로 평가
Kovel Doctrine 적용 적용 불가능 (독립된 상업적 제3자) 확장 적용 가능 (변호사의 지시를 받는 기술적 조력자)
ACP 유지 가능성 극도로 낮음 (Waiver 성립) 높음 (변호사 지시 및 기밀 유지 시)
AWP 유지 가능성 낮음~보통 (변호사 지시 여부에 따라 분리) 극도로 높음 (변호사 작성 및 전략 반영 시)

연방법원이 정립한 4대 공통 법리

① ACP 특권 포기(Waiver) 성립 기준

연방증거법 Rule 502 체계하에서 의뢰인이 AI 서비스에 비밀 정보를 입력할 때, 해당 AI 플랫폼의 개인정보처리방침이 데이터를 수집·보유·학습하거나 규제기관 및 제3자에게 공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면, 의뢰인은 법적으로 "비밀성에 대한 합리적 기대(Reasonable Expectation of Confidentiality)"를 상실한다. 이는 자발적 제3자 공개에 해당하여 ACP의 완전한 포기(Waiver)를 구성한다. 비특권 상태에서 AI로부터 생성된 문서는 사후에 변호사에게 전송되더라도 소급하여 ACP 보호가 발생하지 않는다.

② AWP와 Human-in-the-Loop 원칙

AI가 생성한 초안, 법적 리서치 보고서, eDiscovery 검토 요약서가 AWP—특히 의견 작업물(Opinion Work Product)—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인간 변호사의 주도적 개입이 필수적이다. 변호사가 프롬프트를 설계하고, AI의 출력을 검증·수정하며, 이를 소송 전략에 통합하는 "Human-in-the-Loop" 구조가 입증되어야 한다. 다만 본인소송 당사자(Pro Se)는 스스로 대리인 역할을 겸하므로 예외적으로 독자적 AI 활용물에 대해 당사자 작성 작업물 보호를 주장할 수 있다.

③ Kovel Doctrine의 AI 확장 적용 기준

United States v. Kovel, 296 F.2d 918 (2d Cir. 1961) 법리에 따르면, 변호사의 법률 자문을 조력하기 위해 고용된 제3자에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ACP를 포기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AI 서비스 제공업체가 이 법리상 '변호사의 기술적 조력자'로 인정받으려면 다음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 AI 플랫폼의 도입 및 구동이 변호사의 직접적인 지시와 통제하에 이루어져야 하고,
  • AI Vendor가 제공하는 시스템이 변호사의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데 필수적인 데이터 해석·분석 기능을 수행해야 하며,
  • 계약상(SLA) 입력 및 출력 데이터에 대한 완전한 기밀성이 보장되고 데이터 재학습 금지 및 외부 공개 차단 조치가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④ AI 관련 디스커버리 대상 범위

구분 항목 디스커버리 인정 여부 근거 판례
변호사 작성 프롬프트 개시 면제 의견 작업물로서 절대적 보호 (Tremblay, Concord Music)
전문가 증인 프롬프트 전면 개시 감정 방법론으로 개시 대상 (Conservation Law Foundation)
의뢰인 독자 입력 프롬프트 전면 개시 AWP 부인 + 제3자 공개로 ACP 포기 (Heppner)
AI 도구 식별명 (Brand Name) 개시 인정 비특권 사실 데이터 (Morgan)
TAR 시드셋 조건부 면제 변호사의 문서 선별 전략 반영 시 AWP 인정 (In re Biomet)

실무 대응 지침: AI 거버넌스 체크리스트

1. 기업 및 로펌 AI 거버넌스 구축

  • 상용 공개형 AI 사용 전면 금지: 사내 임직원 및 법무팀이 법률 현안, 계약서, 소송 자료를 공개형 AI(Public ChatGPT, Public Claude 등)에 입력하는 행위를 Acceptable Use Policy(AUP)로 금지하고 전산망 차단을 이행한다.
  • 엔터프라이즈 SLA 3대 조항 확보: Zero Data Retention(ZDR)/No-Training, Air-Gapped & Dedicated Tenant 환경, Immediate Erasure Right를 계약에 명시한다.

2. Human-in-the-Loop 워크플로우

  • 변호사의 명시적 지시서 작성: 소송·규제 조사와 관련하여 AI를 활용할 경우, "선임 변호사의 지시와 감독하에 소송 준비 목적으로 AI를 활용함"을 명시한 서면 지시서를 사전에 작성·보관한다.
  • 프롬프트 내 기밀 직접 입력 지양: 사건 관련자의 실명, 고유 식별 정보 등을 직접 입력하기보다 가명화(Pseudonymization) 또는 추상화된 변수를 사용한다.

3. 문서 표식 및 데이터 관리

  • 명시적 특권 표식: AI를 통해 생성된 법률 검토 보고서 상단에 "PRIVILEGED & CONFIDENTIAL — ATTORNEY-CLIENT PRIVILEGED & ATTORNEY WORK PRODUCT"를 명확히 기재한다.
  • 커뮤니케이션 채널 분리: 비즈니스적 논의 스레드와 AI를 활용한 법률 전략 논의 스레드를 완벽히 분리하여 혼합 목적 문서로 인한 특권 부인 리스크를 방지한다.

4. 소송·디스커버리 절차 대응

  • FRE 502(d) 클로백 명령(Clawback Order) 확보: 디스커버리 개시 초기, 실수로 제출된 특권 문서가 본 소송 및 타 소송에서 특권 포기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원 승인 명령을 확보한다.
  • AI/TAR ESI Protocol 사전 합의: 생성형 AI나 TAR을 도입할 경우, 상대방과 AI 활용 범위, 검증 방식, 프롬프트·시드셋의 특권 보호 범위를 명시한 ESI Protocol을 합의하여 법원에 제출한다. 전문가 증인이 AI를 활용할 경우에는 Rule 29 합의서에 AI 프롬프트 및 시스템 질의 로그가 비개시 대상임을 명시적으로 규정한다.
  • ABA 윤리 규정 준수: ABA Model Rule 1.1(기술적 숙련도 의무) 및 Rule 1.6(기밀유지 의무)에 따라 사용 중인 AI 도구의 정보보안 구조를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LLM 모델 구독 플랜별 리스크 검토: 실무 시사점

판례 법리를 실무에 적용할 때, 법률 전문가와 기업 법무팀이 가장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문제는 현재 사용 중인 AI 구독 플랜이 어느 수준의 특권 보호를 보장하는가이다. 동일한 AI 서비스라 하더라도 계약 형태—소비자용(Consumer)인지 기업용(Business/Team)인지—에 따라 ACP와 AWP의 존속 가능성은 구조적으로 달라진다.

① 소비자용(Consumer) 플랜의 한계

ChatGPT Pro, Gemini Pro, Claude Pro 등 유료 개인 계정에 적용되는 소비자용 약관 플랜은, 사용자가 환경 설정에서 '모델 학습' 또는 '활동 저장'을 거절하더라도 계약상 기업 수준의 기밀유지의무(Confidentiality Covenant)가 체결되지 않은 상태로 간주될 수 있다. 이 경우 연방증거법(FRE) Rule 502 체계하에서 제3자 공개에 따른 ACP는 일률적으로 상실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시크릿 모드(Incognito/Private Mode)로 작업한 경우에는 ACP와 AWP가 모두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해당 세션의 기밀성—데이터가 서버에 저장되지 않았음, 모델 재학습에 활용되지 않았음—을 당사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남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② AWP(작업물보호)의 상대적 격리성

소비자용 플랜이라 할지라도, '학습 제외 설정'이 적용된 상태 또는 시크릿 모드에서 변호사(또는 Pro Se 당사자)가 소송 준비 목적으로 AI를 직접 구동할 경우, AI 플랫폼은 단순한 '업무 도구(Tool)'로 평가받아 AWP는 소송 상대방에 대한 제출 거부의 방패로 유지될 수 있다(Warner v. Gilbarco 법리).

이 지점에서 ACP와 AWP의 구조적 비대칭성이 실무상 핵심 분기점이 된다. ACP는 기밀 커뮤니케이션의 성격에 집중하므로 약관상 데이터 처리 가능성만으로도 즉시 붕괴되지만, AWP는 소송 상대방에 대한 노출 여부에 집중하므로, AI 플랫폼이 상대방 당사자가 아닌 한 '적대적 제3자(Adversary)'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가 작동할 여지가 있다.

③ 기업용(Business/Team) 플랜의 필수성

United States v. Kovel 법리에 따라 AI 공급사를 변호사의 '기술적 조력자'로 정당화하고 ACP와 AWP를 동시에 두텁게 보호받으려면, Customer Content가 기밀정보로 명시되는 ChatGPT Business, Claude Team, Google Workspace Business 수준 이상의 엔터프라이즈 B2B 계약 체결이 바람직하다. 소비자용 플랜이더라도 시크릿 모드로 작업할 경우 ACP와 AWP가 유지될 여지가 있으나, 그 기밀성을 사후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분쟁 발생 시 법적 불확실성이 현저히 높아진다. 다만 아래 평가는 현재까지 선고된 판례들이 다룬 요건(약관상 데이터 처리 가능성, 변호사 감독 여부, 상대방 노출 여부)을 계약 유형별로 유추 적용한 실무적 전망이며, 기업용·엔터프라이즈 플랜의 특권 유지 자체를 직접 인정한 판례는 아직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플랜 유형 대표 서비스 ACP 유지 가능성 AWP 유지 가능성 Kovel 조력자 인정 실무 권고
소비자용 (일반 모드) ChatGPT Pro, Gemini Pro, Claude Pro (유료 개인 계정, 학습 설정 ON) 상실 위험 극대 제한적 유지 가능 인정 불가 법률 관련 입력 금지
소비자용 (학습 제외 설정 또는 시크릿 모드) ChatGPT Pro, Gemini Pro, Claude Pro (유료 개인 계정, 학습 제외 설정 또는 시크릿 모드) 불확실 (입증 부담 존재) Warner 법리 원용 가능 인정 불가 제한적 활용 가능; 기밀성 입증 문서화 필수
기업용 (Business/Team) ChatGPT Business, Claude Team, Google Workspace Business 양호할 것으로 전망 (계약상 기밀성 보장) 양호할 것으로 전망 요건 충족 시 인정 가능 법률 관련 업무에 권장
엔터프라이즈 (Zero-Training SLA) Claude Enterprise, Azure OpenAI Dedicated, Air-Gapped 시스템 매우 양호할 것으로 전망 매우 양호할 것으로 전망 Kovel 조력자 인정 가능 소송·기밀 업무에 가장 안전한 선택지

결론적으로, 현재의 판례 법리를 구독 플랜 관점에서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소비자용 플랜에서의 AI 사용은 ACP를 거의 확실히 파기시키며, AWP는 조건부로 유지될 수 있다. 기업용·엔터프라이즈 플랜은 계약상 기밀유지의무를 명시함으로써 ACP·AWP 방어에 가장 안정적인 법적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기존 판례의 논리를 계약 유형에 유추 적용한 실무적 예측이며 법원이 엔터프라이즈 AI의 특권 유지를 직접 인정한 사례는 아직 없다. 소비자용 플랜에서 시크릿 모드나 학습 제외 설정은 리스크를 경감시킬 수 있으나, 이를 분쟁 발생 시 법원에서 입증해야 한다는 현실적 부담을 감안할 때 법률 업무의 전면적인 의존 수단으로는 부적절하다.


결론

미국 연방법원의 최신 판례 경향은 AI라는 최첨단 기술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영미법의 전통적인 특권 법리의 기본 틀을 엄격하게 유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United States v. Heppner 판결이 경고하듯이, 변호사의 감독 없는 공개형 AI 사용은 의뢰인의 비밀유지권(ACP)을 파기시킨다. 반면 Warner v. Gilbarco, Morgan v. V2X가 확인하듯, 변호사의 주도하에 적절한 보안 조치와 소송 대비 목적으로 사용되는 AI는 AWP의 방패 뒤에 놓일 수 있다.

기업과 로펌은 생성형 AI를 단순한 생산성 향상 도구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eDiscovery 및 증거법상 특권 유지 전략의 핵심 요소로 재정립해야 한다. 엔터프라이즈 폐쇄형 AI 인프라 구축, 변호사 중심의 프롬프트 제어, Human-in-the-Loop 검증 절차, 그리고 FRE 502(d) 클로백 명령의 적극적 활용만이 AI 시대의 미국 소송에서 소송 전략의 기밀성을 방어할 수 있는 경로다.


참고 자료

  • ACP & AWP AI Governance and eDiscovery 2026 (내부 연구 자료)
  • Ross Brodskiy, Brief on AI Tools, Privilege, and Work Product in post United States v. Heppner, Medium (2026)
  • AI 2035: The Legal Profession and the Judiciary in the Age of Artificial Intelligence, The Chicago Bar Association
  • Kirkland Alert, A Federal Court Charts a Path on AI Protective Orders and Work Product in Discovery (May 2026)
  • Mayer Brown, Court Orders Disclosure of Expert Witness's AI Prompts: What Litigators Need to Know (June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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